전단지 앱으로 시작한 기업이 ‘배민 공화국’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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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 우아한형제들
2019년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뜨거웠던 한 해로 꼽힌다. 연달아 이어진 대규모 투자 유치와 5개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 탄생, 그리고 타다 이재용 대표의 불구속 기소 등 1년간 시장을 울고 웃게 하는 소식들이 넘쳐났다.

그중 가장 화제는 단연 배달의민족 인수합병이다.

배달의민족은 무려 4조 7,500억 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으며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지분 87%를 매각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2조 5,000억 원), 코웨이(1조 8,000억 원) 등의 인수합병 금액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 이젠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된 배달의민족. 이들이 국내 배달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까닭을 파헤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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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은 형제인 김광수 전 CTO와 김봉진 대표가 손을 잡고 제작했다.


/ 한국경제
출시하자마자 승승장구
후발주자임에도 배달 앱 1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따르면 현재 배달의민족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5.7%다.

그 뒤는 요기요(33.5%), 배달통(10.8%)이 차지했다. 사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첫 배달 앱이 아니다. 2010년 4월 17일 배달통이, 그리고 두 달가량 늦은 6월 25일 배달의민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세계 최초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배달의민족은 출시 이틀 만에 1등을 거머쥐며 배달통을 앞서갔다.

당시 배달의민족이 승기를 잡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두 서비스는 모두 ‘전단지’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긴 형태였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창업 초기 주요 지역 아파트와 구청 재활용 센터, 손수레 할머니를 찾아가며 전단지를 모았다.

덕분에 ‘네이버보다 음식 정보가 많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숨에 배달통을 따라잡게 된다.

이들의 차별점은 단순히 양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은 서비스에 의구심을 갖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콜멘트 기술을 개발했다.

전단지에 적힌 가상번호를 통해 주문하게 되면 ‘배달의민족을 통한 전화입니다.’라는 멘트가 자동으로 흘러나온다. 업주들이 몸소 배달의민족 효과를 체험하자, 유료 광고를 신청하는 업체들이 확연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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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달통·요기요의 초기 앱 서비스 화면 / 각사 제공
업계 1위로 들어선 배달의민족은 자연스레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1년 본엔젤스로부터 3억 원, 2012년에는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탈·IMV인베스트먼트로부터 14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건 이로부터 2년 후다. 국내 투자사들의 도움으로 시장 입지를 단단히 만들 수는 있었으나, 브랜드 인지도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배달 앱이 지닌 한계 때문이다.

배달 앱은 음식점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문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떤 앱을 이용하든 음식의 맛은 다 똑같아 배달 앱들 간의 차이가 뚜렷한 편은 아니다.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달 앱 중 첫 번째로 배달의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은 소위 말하는 ‘B급 감성’을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으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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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의 PB 브랜드 ‘배민문방구’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매출 증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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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선보인 TV광고 ‘배달의민족 명화 편’은 6개월 만에 총 조회수 400만 회를 넘었다.


/ 우아한형제들
배민 성공의 1등 공신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배달 앱의 주 이용자는 20·30세대다.

배달의민족은 타깃을 조금 더 세분화했다. 김봉진 대표는 “배달은 장이나 종업원, 부모님이 시키지 않는다. 대부분 막내의 담당이다.”라며 B급 문화를 브랜드 콘셉트로 잡은 이유를 밝혔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이런십육기가’라는 문구의 USB, ‘교수님 사랑해요’가 적힌 클리어 파일 등의 제품들을 출시했다.

전용 서체 ‘한나체’까지 개발해내며 “배민다움”을 만들어나간다.

“배민다움”에 쐐기를 박은 건 광고다. 2014년 4월, 배달의민족은 본격적인 TV 광고에 나섰다. 배우 류승룡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동서양 작품들을 패러디한 영상을 선보였다.

고구려 벽화 수렵도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등에 등장한 류승룡의 모습에 ‘재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의 관심은 샀지만 재미에 치중한 내용은 자칫 광고와 배달의민족의 연관성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화두들 던지며 문제를 해결했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은 저절로 배달의민족으로 이어졌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완벽하게 각인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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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예상을 뛰어 넘은 광고 성과에 제작사 HS 애드에 헌정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 우아한형제들
8월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광고를 집행했다.

쿠폰으로 포커 게임을 하고, 배달원과 추격전을 펼치는 등 영화 예고편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간중간 누적 다운로드 수와 리뷰 수와 같은 정보를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 TV 광고가 배달의민족 이름 다섯 글자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두 번째 광고는 서비스의 특장점을 전달한 것이다.

효과는 엄청났다. 광고 방영 이후 앱 다운로드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2013년 11월 800만 건이었던 다운로드 수는 2014년 12월 1,500만 건을 돌파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해 한국광고대회 통합 미디어 부문과 인쇄 부문 25관왕을 석권하는 영광도 얻었다.

배달의민족이 소비자는 물론 광고 시장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물론 광고 규모만큼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2014년 배달의민족이 광고에만 투자한 금액만 무려 190억 원이다.

이로 인해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15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게 된다. 다행히 이 무렵 대규모 투자 유치를 마쳤다. 배달의민족이 시장점유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리자, 골드만삭스에서 통 크게 400억 원의 투자금을 내놨다.

수수료 폐지 선언으로
소상공인 마음 사로잡아

막대한 자금은 신사업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2015년 5월 배달의민족은 신선식품 전문 배송 회사 ‘덤앤더머스’를 인수하여 ‘배민프레시(현 배민찬)’ 서비스를 론칭했다.

한 달 후에는 직접 기사를 고용해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까지 출시한다. 특히 배민 라이더스의 경우, 치킨과 피자·중식으로만 대표되던 기존 배달 음식을 카페나 유명 맛집으로까지 확대하며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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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날 요기요도 결제 수수료를 폐지한다고 밝히며 배달앱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다.


/ 우아한형제들
승승장구하던 배달의민족은 돌연 ‘수수료 전면 폐지’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배달의민족 매출은 광고비와 수수료가 차지하고 있다. 이 둘의 비중이 7:3 정도였다. 가장 먼저 소식을 들은 알토스벤처스는 충격에 빠졌다. 이들이 두 번째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바로 수수료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수수료 체제를 도입한 후 매출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었다.

김봉진 대표가 위험한 도전을 무릅쓴 건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배달의민족의 업주들에게 받던 수수료는 5.5~ 9.0%로, 이미 배달 앱 중에서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상공인들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배달 앱의 핵심은 입점 업체의 수이니, 수수료를 폐지한다면 경쟁사를 이용하는 업체들까지 끌어모을 수 있다. 이렇게 구축한 소상공인과의 신뢰는 이용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업을 확장 중인 배달의민족이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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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이용한 자영업자의 2015년 매출 역시 전년대비 73% 늘어난 5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 우아한형제들
김 대표는 직접 홍콩을 찾아가 골드만삭스를 설득했다.

3~4개월 이내에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렸다. 덕분에 2015년 7월 29일 배달의민족은 업계 최초로 수수료를 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초반에는 김 대표의 바람이 통하지는 않았다.

급격하게 떨어진 매출은 4개월 후에도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신뢰의 힘은 통했다. 6개월 후 배달의민족은 다시 수수료 폐지 전 매출을 회복해냈다. 2015년 495억 원의 매출은 1년 만에 849억 원으로 뛰었다.

2017년에는 이보다 2배 성장한 1,626억 원을 기록했다. -249억 원이었던 영업 이익도 같은 시기 25억 원과 217억 원으로 올라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인수 합병 이후
배신의 민족으로 전락?

배달의민족은 “배민다움”과 도전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어 치킨 전문가를 뽑아내는가 하면, 자율 주행 배달 로봇 개발에 착수하며 푸드테크 기업으로 우뚝 서기도 했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푸드코트 서빙 자율 주행 로봇 ‘딜리’를 선보여 배달 자동화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특히 2018년은 고객 만족을 향한 노력이 유달리 돋보였던 시기다.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중심경영’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도입했다. 조직 내에 소비자중심경영실을 신설해 리뷰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력으로 음식점 위생 정보를 알리는 데 힘썼다.

업주를 대상으로 한 무료 위생 교육 프로그램도 벌여 배달의민족의 두 고객, 소비자와 업주를 모두 만족시켰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2018년 소비자 중심 경영(CCM)’ 인증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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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배달의민족은 네이버 라인과 함께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나 1년 만에 사업을 접은 적 있다. / 딜리버리히어로
이러한 모습은 곧 세계적인 투자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배달의민족은 2018년 12월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어 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총 3,611억 원을 투자 받으며 기업가치 3조 원을 인정받았다. 2017년 10월 네이버로부터 365억 원 투자를 유치할 당시보다 무려 4배 이상 성장한 금액이다.

해당 투자를 기점으로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국내 여섯 번째 유니콘 기업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손을 잡으며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이룩했다. 지분이 87%를 독일 기업에 넘기게 되었지만, 서비스는 합병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간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배달의민족은 이번 빅딜을 통해 아시아 시장으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양사는 50대 50의 지분으로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한다. 회장직은 김봉진 대표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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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일 부로 시행된 배달의민족 광고·수수료 체계 / mk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의 선택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한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까지 흡수하게 되면서 독과점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더욱 불을 지핀 건 지난 4월 이뤄졌던 수수료 개편이다. 배달의민족은 매달 매출액의 5.8%를 수수료로 받는 ‘오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진행해왔던 오픈리스트 서비스보다 1%P 낮은 수준이다.

오픈리스트는 수수료를 지불하면 무작위로 세 점포가 상단에 노출되는 형식이다. 해당 서비스와는 별도로 점주들은 월 8만 8,000원을 내고 오픈리스트 아래에 점포를 배치하는 울트라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울트라콜의 경우, 자금력을 지닌 점주들이 주문을 독차지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배달의민족 역시 이 점을 우려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반발이 빗발쳤다.

수수료가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되려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과 동일하게 점포를 노출하기 위해선 광고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수수료 폐지와 고객 중심 경영으로 주목받은 곳이기에, 점주들은 배신감이 든다며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에 나서자, 배달의민족은 시행 열흘 만에 요금 체계 개편을 철회한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으나, 배달의민족이 점주와 소비자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되자 소상공인을 위해 150억 원을 내놨다.

더불어 광고비·수수료 50% 환불, 카드 결제 수수료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배신의 민족이라는 오명을 쓰기엔 아직 국내 태생 다운 정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 합병 심사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금, 과연 배달의민족이 독과점 논란을 딛고 진정한 스타트업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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