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고향 미국도 사로잡은 슈피겐 코리아의 매력

장주영 기자
입력 2020/11/30 14:45
수정 2020/12/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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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 2’가 베일을 벗었다. 삼성전자는 ‘삼성 갤럭시 Z 폴드 언팩 파트 2’를 통해 신제품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개척한 기업답게 뛰어난 완성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기능과 외관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갤럭시 Z 폴드 2의 출고가는 239만 8,000원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폴드와 동일하다.

2017년 애플과 삼성전자의 신작 아이폰 8·갤럭시노트 8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100만 원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이동통신 3사가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제품의 76.2%가 출고가 100만 원을 넘었다. 이마저도 ‘비싸다’라는 곡소리가 들렸건만, 이젠 어지간한 가전제품 가격을 웃도는 200만 원 제품이 나왔다.




값비싼 몸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용하기 위해 각종 액세서리가 생겨났다. 전면을 보호하는 케이스는 이제 스마트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94% 이상이 별도의 케이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케이스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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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갤럭시노트10 출시 이후 아마존 스마트폰 케이스 신제품 판매 순위. 이 중 1위를 포함한 5개 제품이 모두 슈피겐 제품이다. / 슈피겐
그만큼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케이스 및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연 2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의 본고장 미국은 2024년까지 약 793억 1,960만 달러(한화 약 94조 1,52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토종 기업 슈피겐 코리아는 이 속에서 일찌감치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슈피겐 코리아는 2019년 매출 3,085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아이폰이 차지하는 매출은 50%다. 매번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아마존 실시간 판매 순위 부문 1위를 기록한다.

벌써 숱한 경쟁사들을 꺾고 전 세계 스마트폰 액세서리 기업 중 3위를 차지한 상태다. 물론 국내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업 자금 50만 원을 들고 시작했던 기업의 엄청난 반전이다. ‘스마트폰 케이스=슈피겐’이라는 공식을 탄생시킨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모바일 액세서리계의 새 역사를 쓴 슈피겐 코리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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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겐코리아 김대영 대표 / 슈피겐
아이폰의 고향 美 시장 공략,
불모지 아마존에서 성장 발판 마련

사업 시작은 단순했다. 2000년 초 김대영 대표는 구매한 지 얼마 안 된 폴더폰을 떨어뜨렸다.

액정이 깨지고, 외관마저 상처투성이가 됐다.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수리를 맡겼다. 번거로운 일을 두 번은 반복하기 싫어 문방구에서 투명 시트지를 사 핸드폰에 붙였다.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 보호 필름을 만들어 옥션에 올렸다.

하나둘 팔리는 모습에 ‘이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SGP(슈피겐코리아의 전신)를 세웠다.

처음엔 용돈벌이 정도였다.


휴대전화 보호 필름은 사업을 키울 정도로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러다 2007년 마음이 바뀌었다. 아이폰의 등장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전면이 유리로 된 아이폰이 곧 휴대전화의 표준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는 스마트폰 열풍이 미미했기에, 북미 시장부터 눈독 들였다.

1년 후 국내에도 아이폰이 들어왔다. SGP에서 슈피겐 코리아로 사명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아이폰 케이스를 제작했다. 2년간 연 매출 300억 원을 기록하며 대박이 났다. 이 중 50억 원은 미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리 시장 진출을 노렸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의 가능성 하나만 보고 투자를 단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이때 생각한 돌파구가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셀러로 등록하면 현지에 창고가 없어도 제품 판매가 가능했다. 긍정적인 제품 리뷰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된다는 점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게다가 당시 아마존은 이베이의 뒤를 이어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내부 논의를 마친 끝에 2012년부터 아마존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이트 내 상품 노출 알고리즘과 유통 방식 등을 직접 연구하고,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아마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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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겐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제품들. 순서대로 네오하이브리드, 슬림아머, 터프아머 / 슈피겐
현지인으로 채운 R&D센터,
보호력 강화해 미국 소비자 열광

아마존 판매를 기점으로 디자인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슈피겐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작한 케이스를 그대로 판매했다. 당시 한국은 0.6~0.7㎜의 얇은 두께와 화사한 색상의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톡톡 튀는 디자인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통할 거라 믿었지만, 차가운 시선만이 돌아왔다.

2012년 1월 직접 미국의 대리점 Spigen Inc.를 인수했다. 이를 토대로 법인을 세우면서, 현지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나갔다. 이들을 R&D 센터에 배치해 그간의 디자인이 미국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과 달리 스마트폰 케이스의 보호력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다. 슈피겐은 케이스 두께를 최대 3mm까지 늘이고, 차분한 색상 위주로 재편했다. 기존 플라스틱 재질은 메탈로 변경해 튼튼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취향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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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애플 키노프 발표 현장. 슈피겐은 애플 파트너사 소개 장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 애플
아마존 내 긍정적인 리뷰를 따라 슈피겐의 인지도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슈피겐을 먼저 찾았다.


인기의 정점을 찍게 된 건 아이폰 6용 케이스 ‘터프아머’를 선보이면서부터다. 보호에 특화된 제품은 이미 오토박스와 같은 경쟁사도 충분히 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두께 때문에 스마트폰에 끼우면 크기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투박한 스타일도 문제였다.

슈피겐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강점이었던 디자인 역량을 살렸다. 경쟁사보다 두께를 5mm 줄여 얇지만 세련된 제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내구성까지 뛰어났다. 터프아머는 TPU 소재에 하드케이스를 덧씌운 듀얼 레이어 구조로 설계됐다. 모서리를 보호하는 에어쿠션과 충격을 분산하는 스파이더 기능 등을 개발해 튼튼함을 더했다.

우수한 품질에 미국 국방부가 평가하는 ‘미국 군사 규격(MIL-STD 810G)’ 인증까지 받았다.

터프아머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슈피겐은 케이스 하나로 미국 핸드폰 액세서리 시장을 꿰찼다.

아이폰 6 출시 이후, 미국 아마존 내 아이폰 6용 스마트폰 케이스 베스트셀러 순위 중 슈피겐 제품 9개가 TOP10을 차지할 정도였다. 철저한 지식 재산권(IP) 확보로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견고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7년 아이폰X 발표됐던 키노트 현장에서는 슈피겐이 애플의 대표 액세서리 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애플도 인정한 케이스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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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 사업 모델로 마진율 극대화
이젠 신사업으로

2015년에는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당시 진출한 국가만 100여 개국이다.

아마존, 이베이 등을 비롯해 코스트코, 스테플스(캐나다)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과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동닷컴(jd.com)’에서 스마트폰 케이스 카테고리 CS 분야 8위를 달성했다. 틱톡과 연계한 마케팅 방식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매출 상승률 역시 엄청나다. 2012년 504억 원이었던 매출은 2년 만에 1,420억 원으로 뛰었다. 영업 이익률은 30%를 초과했다. 엄청난 성장세에 자본 시장의 러브콜을 받으며 2014년 11월 코스닥 시장에도 입성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영업이익률에서 슈피겐의 노하우를 찾을 수 있다.

다른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엮여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이에 맞는 액세서리를 개발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슈피겐은 처음부터 B2C 사업을 고수해왔다. 김대영 대표는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제품 개발, 단가 등의 모든 부분에서 간섭을 받습니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슈피겐은 한발 앞선 기획력으로 시장에 고가의 제품을 내놨다.

이후 경쟁사가 제품을 출시하면 이들보다 가격을 10% 낮췄다. B2C 사업 모델을 택한 덕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경쟁사는 B2B 계약에 발이 묶여 슈피겐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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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겐세이버는 론칭과 동시에 라엘, 게이즈, 닥터 노라 등의 20여 개 업체들을 고객으로 맞이했다. / 슈피겐
질주는 계속됐다. 슈피겐은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2019년 매출 3,085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북미 수출이 52%, 유업 수출이 29%를 차지한다. 기타 국가도 9%로 차츰 그 비중을 늘려가는 참이다. 올해는 4,000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 SE4에 이어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케이스 역시 판매 호조를 보이는 상황이라 앞선 목표 달성은 수월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19년 슈피겐은 그간의 온라인 사업 노하우를 담아 신개념 물류 대행 시스템 ‘창고 세이버’를 출범했다. 고객 맞춤형 이커머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마켓컬리와 쿠팡의 뒤를 이을 생각이다.

지난 5월엔 193억 원을 들여 인천 서구에 4,000평 규모의 물류 창고도 추가 확보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뷰티 전문 도·소매 기업 슈피겐뷰티를 설립하며 품목 다변화에도 나섰다. 향후 자체 화장품 및 생활용품 브랜드 론칭으로 사업 부문을 넓혀갈 계획이다.

슈피겐 코리아의 성장은 단계가 명확하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장 가능성을 엿본 뒤, 국내 서는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아마존이라는 불모지에서 꽃을 피웠다. 끊임없이 트렌드를 관찰하며 과감한 디자인 변화도 꾀했다.

일찍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은 슈피겐 코리아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개척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이들이 곧 세계 1위 브랜드로 올라서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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