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핀테크’로 동남아시장 석권 나선 인포플러스

입력 2021/07/14 15:48
수정 2021/07/14 16:09
폰에서 은행이나 카카오 앱으로 이체나 결제를 하는 핀테크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핀테크의 기술적 이해는 전문가가 아니면 어렵다.

서비스가 쉽고 편할수록 이면의 기술은 복잡 난해하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기 위해 핀테크 전문용어 하나쯤은 알아야 한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다.

휴대폰의 퀄컴(Qualcomm), 노트북의 인텔(Intel)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퀄컴과 인텔이 어디에 쓰이는지 몰라도 핵심요소라는 건 다 알고 있다.

‘금융 API’는 퀄컴이나 인텔처럼 핀테크를 가동시키는 ‘엔진’에 해당된다.

딱 여기까지만 알고 나면 기사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삼성전자 보유국’인 한국은 IT 강국인 동시에 핀테크 선진국이다.

한국의 모바일 금융 편리성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와 금융시스템을 모두 잘 알아야 하는 금융 API 개발력도 발군이다.

그 능력이 절실한 지역이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다.

청년층 경제활동 인구가 많고 IT 기반이 취약한 나라다.


베트남 주재 은행원들 ‘핀테크 큰 기회’ 예상 적중


이 지역 시장 수요를 발 빠르게 선점한 기업이 인포플러스다.

특히 동남아의 신흥 강국 베트남 시장을 파고들었다.

2014년까지 베트남의 은행계좌 보유율은 30%에 못 미쳤다.

현재 60% 수준이고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전에 2025년까지 현금사용률을 10%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우리은행 베트남지점 행원들이 ‘핀테크의 큰 장이 열린다’는 감을 잡았다.

김민호, 김종우 공동대표가 2018년 현지에 API 개발사 인포플러스를 세웠다.

한국 금융권에서 검증된 API 솔루션이 베트남에서 통할 거라 확신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필적할만한 경쟁자도 현재까지는 없다.

국내 베이스캠프를 지휘하는 최광일 본부장은 패기 넘치는 30대다.

직책은 본부장이지만 나이로는 회사의 막내라고 소개했다.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해 현대중공업 취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 졸업 전 창업에 도전했다고 한다.

캄보디아로 건너가 핀테크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가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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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패기일까. 쿠팡을 능가할 성공모델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기업가의 모습이다.



25살의 나이에 ‘제대로 망해 본 경험’이 깊은 각성을 불러왔다.

당시 큰 빚을 진데다 뎅기열에 걸려 고생하고 밥을 굶기도 했다고 한다.

그 후 웹캐시 캄보디아 법인과 핑거의 동남아시아 주재원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재창업 기회를 얻었고, 성공적인 M&A를 거쳐 재기할 수 있었다.


귀국해서 다양한 핀테크 기업에서 경험을 쌓다 인포플러스에 합류했다.

그에게 ‘가장 쉽게’ 비즈니스 구조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

“베트남은 온라인 금융 시스템이 거의 백지상태였어요.

먼저 금융결제원(NAPAS)과 시중은행 사이에 결제 API가 있어야 합니다.

또 금융기관과 고객 사이의 결제, 이체, 대출, 수납 API도 필요합니다.

인포플러스는 NAPAS와 은행에 자사 브랜드 ‘인포API’를 공급했습니다.

물론 서비스 어디에도 인포플러스라는 명칭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일종의 ‘화이트 라벨링’인 거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포플러스는 올해 매출 목표가 지난해 3배인 120억원입니다.

정부에 공급하는 금융 솔루션 치고 매출이 적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API의 매출은 서비스 납품대금이 아니라 일종의 ‘러닝 개런티’에요.

NAPAS와 금융기관 거래 수수료를 공유하는 겁니다.

온라인 금융거래가 많아질수록 인포플러스 수익도 늘어나는 거죠.

그동안 API 개발 납품에 주력했고 이제부터 수익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을 개척해야죠.

240여만 개 베트남 기업이 한국형 API 잠재고객이니까요”


주로 베트남 비즈니스인데도 한국 법인 운영에 꽤 정성을 쏟고 있었다.

“인포플러스 직원 60여명중 50명이 베트남 법인 소속 현지인입니다.

10명은 본사에서 파견 나간 주재직원이고 한국에는 3명만 근무합니다.

하지만 사무실은 여의도와 선릉, 성수동 등 3곳에 두고 있습니다.

본사와 현지를 수시로 오가는 주재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배려입니다.

가족 중심의 기업문화가 인포플러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 본부장은 지난 1월 은행권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회사대표로 출전했다.

행사 명칭은 ‘디캠프·프론트원 디데이’인데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했다.

인포플러스는 단연 두각을 보이며 우승해 사업모델의 우수성을 공인받았다.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는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인포플러스는 창업이후 외부투자 없이 순수 자력으로 경영해 왔다.

이번 '프리 시리즈A' 투자에는 KB인베스트먼트, 디캠프, ID벤처스가 참여했다.

1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동남아 금융시장 성공 넘어 빅데이터 사업 키플레이어 목표


그는 인포플러스의 벤치마크 모델로 미국의 핀테크기업 갈릴레오를 꼽았다.

“한국에는 저희 회사와 같은 모델의 기업이 없습니다.

대부분 자체 IT인력을 채용해 API 개발을 해결하니까요.

하지만 IT인력 인건비가 비싼 미국은 동남아처럼 아웃소싱을 하죠.

갈릴레오는 미국내 20여개 은행에 핀테크용 금융 API을 제공해왔습니다.

애플리케이션용, 데이터용, 캐시매니지먼트서비스(CMS)용 등 다양했지요.

API 개발능력으로 승부를 걸었고 유수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 금융업체인 소파이(SoFi)가 1조2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P2P대출로 성공하고 은행이 되기 위해 갈릴레오가 필요했던 겁니다.

자금력의 소파이, 기술력의 갈릴레오 융합 시너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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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플러스 하노이 현지법인 사무실 전경. 현지인 50여명과 주재원 10여명이 근무중이다. <사진제공 = 인포플러스>



인포플러스의 사업무대는 금융산업 미성숙국가의 틈새시장 뿐일까?

그렇다면 굳이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최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빅데이터 사업이 지향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이데이터의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기업이 금융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로 이해했죠.

이제는 금융권 스스로 플랫폼을 이용한 데이터 축적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140억원을 들여 배달 앱을 만들고 있다고 하죠.

은행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죠.

이 비즈니스 영역을 바스, BAAS(Banking As A Service)라고 합니다.

BAAS의 키 플레이어는 은행, 빅테크 플레이어, 서비스 프로바이더입니다.

인포플러스는 은행과 빅테크를 잇는 프로바이더가 되고자 합니다.

일단 친숙하고 가능성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 역량을 쌓으려합니다.”


인포플러스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쿠팡도 10년 전 같은 질문을 받았을 거라고 운을 뗐다.

듣고 보니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아니었다.

“베트남은 캄보디아나 태국에 비해서는 많이 선진화돼 있습니다.

여행하면서 세 나라를 다녀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인구도 1억에 육박하고 노동인구가 60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중 70%가 현금으로 급여를 받습니다.

이제 막 온라인 자동이체와 결제가 시작했습니다.

2013년 계좌보유율이 27%정도 였는데 2020년 63%까지 올라갔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비현금화 정책 덕분입니다.

저희는 10년후보다는 3~5년내 최대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API를 금융결제망을 넘어 ‘오픈AP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240만 기업고객들이 CMS 등 필요한 서비스에 인포API를 쓰게 하는 거죠.

여기에 접목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개발해 판매하려고 합니다.

5년 후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글 사진 이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