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짝퉁 때문에 하루아침에 망할 뻔 했던 한국인이 벌인 일

장주영 기자
입력 2021/09/08 14:17

우연찮게 눈길이 간 제품이 있었나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한 제품이 있으셨나요?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물건은 없습니다. 펜 하나를 만들 때도 수많은 공정과 문서 작업을 거친 후에 만들어집니다.

이번 시리즈에선 저마다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0년 동안 사업 후세탁볼로 해외 홈쇼핑 평정이름까지 베낀 중국 제품에 곤혹 치러

창업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 국내에서 기반을 탄탄하게 쌓아나가면서 사업을 확장한다. 그러나 기업이 국내 내수시장에서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됐다. 많은 사람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히트를 친 상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거라 보장할 수도 없다.




 특히 작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과정을 완전히 뒤집고 해외에서 성장을 이루고 국내로 들어온 이가 있다. 해외에서 사업을 이어가며 냉정한 평가를 받았고, 검증받은 제품만을 국내에 선보였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렸던 이 도전은 해외에 국내 토종 생활 브랜드를 알리는 발판이 됐다. 

오늘 만나볼 사람은 사업을 위해 긴 시간 동안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든 해왔다.

 잠잘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준비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과정을 해소해 주기 위해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실생활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비록 외부 사건으로 휘청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자체 개발한 ‘비닐’을 바탕으로 미국 홈쇼핑 대란을 불러온 웰로스코리아 김병일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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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코리아 김병일 대표
◇ 10년 동안 준비한 사업

김병일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업무차 방문한 생활용품 전시회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매일 반복적인 업무로 지쳐있던 그와 달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활기차고 열정이 넘쳤기 때문이다. 곧 자신에게도 새로운 미래가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그렇게 창업 준비에만 10년을 쏟아부었다. 처음엔 책과 논문 위주로 사업에 접근했다. 양분이 쌓여가는 것은 느껴졌지만 마음 한쪽이 허전했다. “일단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유기농 친환경 가게를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벤더로 일하며 하루를 치열하게 보냈죠. 기존 회사도 그대로 다니고 있던 터라, 하루 4~5시간만 잠을 자며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배운 점이 많았을 듯해요.

“벤더로 일하기 위해서는 소싱 해온 제품의 소재가 무엇인지, 왜 그 소재를 사용했는지, 가격이 어떻게 책정된 건지 등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MD들에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고, 타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알려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니까요. 제 몫을 해내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질 좋은 제품을 저절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차별화된 소재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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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코리아 세탁볼
경험을 통해 얻은 신념으로 소재 개발부터 돌입해 제품 개발까지 진행했다.




 그는 유기농 친환경 가게를 운영하며, 의외로 피부 문제로 인해 유기농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궁금증에 그 원인을 분석하던 중 세제의 유해성에 대해 알게 됐다.

 이로 인해 세제 사용량을 줄여주는 세탁볼을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1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웰로스 세탁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방출하는 웰로스볼과 알칼리볼, 그리고 염소제거볼 등이 세제 없이도 빨래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항균, 살균 효과, 잔류 염소 제거율이 99.9%로, 세제 대비 약 80% 이상의 세탁 효과를 갖췄다. 그렇게 완성된 제품을 들고 2006년 8월, 마침내 웰로스코리아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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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 코리아는 세탁볼을 전면에 내세워 전시회에 참여했다. 당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 프랑스에서 알아본 잠재력

잠을 줄여가면서 3가지 일을 이어왔다.

 5억 원을 모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1년 만에 자금이 동났다. 공장 설비, 제품 수정, 신제품 개발 등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개발한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도 잘 알지 못해 사업 1년간은 계속해서 자금난에 허덕여야 했다.

 당시 알고 있던 유일한 수출 루트가 알리바바뿐이라 밤낮으로 메일을 보냈으나, 수개월 동안 한 통의 답변도 없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에서 첫 주문이 들어왔다.  유럽에 분 친환경 바람을 따라 웰로스 세탁볼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덕분에 2008년 웰로스 세탁볼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웰로스코리아의 성장을 견인했다.

 덕분에 주방, 생활용품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고, 단순히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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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 세탁볼의 실제 해외 홈쇼핑 방송 송출 장면
해외 시장부터 시작을 하셨다고요?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규모도 작을뿐더러, 포화상태입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죠. 브랜드가 아닌 제품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수출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고, 훗날 국내 유통사가 먼저 저희에게 손을 내밀도록 짠 전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제 예상이 잘 들어맞아 사업의 초석을 잘 닦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09년엔 백만 불을 달성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 중국산 카피 제품에 수출 중단까지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에서 웰로스 세탁볼의 이름까지 따라 한 카피 제품을 만들고, 심지어 이들 행세를 하며 수출로 이어갔다.

 이로 인해 웰로스코리아에게 불똥이 튀었다. 확연히 떨어지는 품질에 유럽 뉴스에도 문제가 송출될 정도였다. 결국 엄청난 컴플레인과 주문 취소, 수출 중단에 시달리며 뜻하지 않은 적자를 맛봐야 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눈을 뜨고 보니 대역 죄인이 됐었죠. 금전적인 손해도 커 사업을 접을 위기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좌절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마음을 붙잡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했으니까요.” 다행히 세탁볼과 함께 미리 제품 개발에 투자한 덕에, 5~6개의 아이템을 꾸준히 해외에 수출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웰로스코리아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웰로스 숙성백’이다.

웰로스코리아는 황토, 맥반석, 제올라이트 등의 특성을 이용해 전 제품에 접목시켜 친환경 생활용품을 개발했다.

 웰로스 숙성백은 이 소재와 미리 개발해 둔 비닐 제품을 결합해 탄생했다. “모든 음식은 보관하는 과정에서 부패가스가 발생합니다. 가스는 음식물의 부패를 가속화 시키는 원인이 되는 거죠. 또 공기와 노출되면 산화가 되는데요. 저희가 기존에 개발했던 소재와 비닐을 이용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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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 숙성백과 일반 지퍼백에 식품을 담았을 때 생기는 차이. / 웰로스코리아
◇ 미국에서 선보인 국산의 힘

음식물이 내뿜는 부패 가스를 잡기 위한 필름 제작부터 시작했다.

 나일론과 LDPE, 돌가루를 이용한 웰로스 특허 필름으로 이뤄진 3층 구조의 1차 필름이 부패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 황화수소가스, 암모니아 가스, 아민, 메탄 등의 유해가스 흡착을 돕는다.

 단순히 산소만 차단하던 기존 진공백과 달리, 웰로스 숙성백을 이용할 때 음식물이 더 신선한 이유다.

돌가루를 사용한 비닐이라고요?“6가지의 분말 돌가루와 비닐 원료를 배합해 만듭니다.

 자연 광물질을 가공해 천연 항균제를 넣어 저온–고온 숙성을 반복하고, 또다시 600도에서 살균작업을 진행해 무균 상태의 웰로스 천연 특허 분말이 나오는데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보니 저희도 3년의 시도 끝에 이 공법을 성공해낼 수 있었습니다.



“유사 제품도 천연 광물을 이용하지만, 타사 제품은 소재의 배합과 함량의 차이가 큽니다. 저희는 타사 대비 소재 함량이 월등히 높고, 저희만의 레시피로 소재를 배합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실 아직도 공정이 어렵습니다.

 불량이 발생하기도 하고 제품 생산이 지연되기도 하죠. 광물이라 기계 고장도 잦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공정을 거치기에 다른 이들은 섣불리 따라 할 수 없는 웰로스만의 기능성 지퍼백을 시장에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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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홈쇼핑 채널에서 웰로스 숙성백이 송출됐고, 미국 홈쇼핑에서 1차에 2,3차 방송까지 완판되는 쾌거를 이뤘다.
숙성백은 제2의 세탁볼로 불릴 만큼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세계 최대 소비재 전시회인 독일 Ambiente에서 첫 공개 후, 2~3개월 만에 수출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경제 상황이 침체를 겪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 홈쇼핑에서 3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신화를 써 내려갔다.

 이외에도 덴마크,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주문이 몰려와 생산량이 밀리기도 했다. 국내 오프라인 친환경 매장과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몰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국내에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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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 숙성백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음식 종류에 따라 부패 가스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웰로스 숙성백 두 번째 버전으로는 각 부패 가스를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미 개발은 마친 상태라 현재 출시 준비에만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좋은 재료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듯,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소재로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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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스코리아 김병일 대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저는 세상에 ‘나쁜’ 아이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유행에 따라 아이템을 선정하고, 돈만 좇는 창업은 반드시 피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돈이 된다’라는 아이템으로 시작해 2년을 채 못 버티고 사라지는 회사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쉬운 성공은 없습니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도전해서 완전히 ‘나의 것‘이 될만한 창업을 해야 합니다.

저도 세탁볼 카피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다시 세탁볼 주문이 들어오는 중입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은 분명 살아남을 힘이 있습니다. 카피한 중국 회사는 없어지고 웰로스는 남아있는 것처럼요. 저도 여러 번 실패를 해봤고,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한 번 실패해보니 ‘이게 사업이구나!’라는 생각에 더 의욕이 생기더군요. 10번 실패해 1번 성공한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