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1억씩 쓴다는 후덜덜한 이 금액, 아무도 행방을 몰라요”

장주영 기자
입력 2021/11/17 10:10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회사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60.2%로 전년대비 1.4% p 하락했다.

 보험사에 가입한 10명 중 4명은 얼마 못 가고 해약한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상 불완전 판매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험설계사로 인한 상담이 소비자원에 접수되며, 판매 과정에서 월 보험료가 과도한 수준으로 책정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설계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어도, 얼마 안 지나 곧장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다 보니 지인의 추천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 많았다.

이동익, 정윤호 공동대표는 이런 문제점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을 위해 드는 금융 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현상에 의문을 품었고, 이를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해결했다. 고객들이 보험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꾸준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8월 7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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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왼쪽), 이동익(오른쪽)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 가계부에서 시작한 금융 서비스

해빗 팩토리는 가계부로 시작해 보험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여러 가지 금융 상품 중에서도 보험은 어렵고 또 알기 귀찮은 분야로 치부된다. 사실 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꽤 오랜 시간 돈을 내게 되는데, 잘 이해하지 못해 이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설계사를 통해 이용했다면, 해빗 팩토리는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두 분은 어떤 일을 하다 만나셨나요? 

정윤호 대표 (이하 정) : 다소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스타트업을 운영했어요. 카카오, LG에서도 투자 받을 수 있었고, 기업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수 있었고, 매각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대기업에서 IT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 저희 회사를 담당해 주던 사람이 지금의 이동익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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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 대표
이동익 대표 (이하 이) : 저는 엘지 유플러스에서 근무하며, 모바일 IT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정윤호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 당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업 협력과 투자를 진행하면서 실무 단계에서 정윤호 대표와 같이 일하게 되며 얼굴을 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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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 대표
사업을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 : 혁신을 일으키려면 기술과 업에 대한 전문성이 만나야 했어요. 13년 동안 직장 생활을 접고, 당시 보험사 출신 4명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을 쉽게 서비스로 풀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서비스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했고, 과거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역량을 쌓았던 정윤호 대표가 떠올랐고, 함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 : 이전만 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서비스를 주로 만들었어요. 그때가 할 수 있는 건 많았겠지만, 지금이 훨씬 재밌어요. 구체적인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더라고요. 또, 서로 전문이 다르다 보니, 도움받을 수 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금융 분야 비즈니스는 데이터에 집착하는 면이 있어야 해요. 저는 그런 분야에 소질이 없었지만, 이 대표는 탁월했죠. 저희가 론칭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이미 이동익 대표의 엑셀 안에 정리돼있어요. 제가 못하는 부분을 이 대표가 채워주고 있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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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해빗팩토리 초장기 창업 멤버들
처음엔 금융, 보험이 아닌 가계부로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정 : 처음엔 저희가 가계부로 진행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빠르게 성장을 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가계부는 서비스 비즈니스적인 확장성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고, 경쟁자들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 서비스로 사용자를 늘리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비즈니스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 속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죠. 나름 프로세스와 이런 것들이 필요했었고, 구글에서 당시 그런 유의 서비스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보험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다른 문제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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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선보인 자산관리 서비스 ‘시그널 가계부’
어떤 문제점을 본 건가요?

정 : 기존 보험 산업은 대부분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어요. 다른 금융상품인 투자나 은행 예금 같은 경우엔 갈아타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보험은 갈아타는 순간 손해를 보죠. 그래서 처음에 선택이 중요합니다.

선택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해결책을 해 줄 수 있다면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험은 귀찮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 부분들에 대해서 의미 있는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융 산업 군 중에서도 보험은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성장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 : 보험이 판매되는 방식을 온라인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보험은 지인 위주로 가입하거나, 전화로 영업하는 푸시형 마케팅이 주였습니다.

저희가 세웠던 가설은 보험에 대한 분석과 기반을 통해 제대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다면 고객이 만족할 거라 생각했고, 판매까지 성사될 수 있다 봤습니다. 기존 보험사나 설계사분들은 이런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매달 성장을 거치며 증명하고 있어요. 다만, 사람을 끼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 혁신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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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보험을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그널 플래너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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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운 건가요? 앞으로도 사람을 거쳐 컨설팅을 받아야만 할까요?

이 : 현행법상 어려움이 많습니다.


시장이 성장함에 있어 생기는 제약 사항이라 보는데요. 최근 디지털 전환이라고, 상품과 유통의 디지털화가 모든 회사의 화두에요. 쉽게 말해 자동차 ‘캐스퍼’, 테슬라도 온라인으로 팔고 있는 현황입니다.

그러나 보험은 디지털화해서 상품으로 팔수 없어요. 보험회사에서 저희한테 상품과 유통을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설계사분들이 판매하시는 상품만 제공받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직접 설계를 하고 추천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 설계사 상담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아직 보험회사들과 법적인 제도가 갖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을 거쳐야 하는 상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약 40만 명의 설계사분들이 판매하고 있는 시장이라 빠른 변화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그랬듯, 하나씩 바뀌어가있고, 이런 현상이 보험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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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이동익 대표
회사와 고객의 이익을 모두 잡기 위해선 고민이 많았을 듯합니다.

정 : 좋은 상품을 추천하고 제안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부딪히지 않아야 합니다.

저희는 하나라도 상품을 더 팔아야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설계사 보상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본 거죠. 저희는 애초에 기술을 통해 추천 및 자동화를 통해 고객이 보험 가입 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고객만족도가 4.8점을 기록하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프로세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정 : 예를 들어 30대 여성의 생활 수준에, 적합한 보험 상품군의 가격대가 있는데, 그것을 넘으면 오히려 저희가 체크를 하는 방식이에요. 기본적으로 동일한 조건이라면 가장 저렴한 상품들을 추천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하고 있습니다.

뒷담에선 R&D 쪽에서 고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추천하는 방식이 자동화돼있습니다. 실제로 설계사가 개입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지 못하게 시스템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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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정윤호 대표
이 : 삼성생명, 삼성화재도 평균 2~3만 명의 설계사를 데리고 있습니다. 해당 설계사를 컨트롤하기 위해 온 오프라인을 통해 교육을 진행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을 저희는 IT 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던 거죠. 아까 저희가 말한 프로세스로는 바꿀 수 없고 교육을 통해 100명 모두가 동일한 퀄리티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교육을 선택했을 거예요. 그러기가 쉽지 않아, IT 서비스를 통해 보험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을 만든 거죠.

앞으로도 역점을 두고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을까요?

정 : 아이템이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우리 비즈니스가 잘 되기 위해선 고객들에게 실제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되게 어렵고 복잡한 금융 시장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대출 상품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것, 우리 입장에선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서비스가 정말 고객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인가?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해당 서비스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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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팩토리 사무실 전경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이 : IT 회사들이 꿈꾸는 건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에요. 요즘엔 이 이 목표로 다들 달리고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커머스 플랫폼은 쿠팡, 11번가, 아마존 이런 기업이 있는 것처럼 금융 분야에서도 온라인 판매 금융 플랫폼은 누가 될 것이냐가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 상황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 상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형태에요. 그 투자의 밑천이 20년간 해온 근로소득이거든요. 결국 근로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금융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 : 토스가 처음에 송금 서비스 과정이 고객에게 사랑을 받았고, 수많은 서비스들이 가능하게 결제에 도움을 줬어요. 그런 것처럼 고객들은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원래 바람이 다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필요한 것을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게 고객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하면 의미가 없겠죠.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실제로 보험과 대출을 결정하고 이런 결정이 고객의 금융생활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서비스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객을 위해 서비스되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랑 제휴하는 회사를 올려주고 상품을 추천해버리면 의미가 없어요. 고객 중심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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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왼쪽), 정윤호(오른쪽)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 저도 13년간의 직장 생활 이후 처음 시작한 창업이었습니다.

창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시 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지, 생뚱맞은 창업은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수십 년간 쌓았던 업의 전문성을 가지고 하던지, 아니면 정 대표와 같은 전문가와 만나서 함께 창업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실제로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생활에 존재하는 문제고, 그런 부분이 시장에 규모가 있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해요.

정 : 저는 사업을 어릴 때 해봐서 그런지, 치열하고 진지하지 않으면 어려워요. 제가 예전에 했던 스타트업만 보더라도 지금이 훨씬 치열하게 임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운으로 되는 일은 정말 거의 없습니다.

몇몇 성공 케이스들을 기사로 보는 것들은 극히 일부에요. 비즈니스를 위해서 해야 할 일 말고도 엄청난 일들이 많아요. 되게 멋있는 것 같지만, 그 뒤에선 수많은 잡무가 있어요. 밝게 빛나는 것만 보고는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시장의 사이즈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금관 악기에 쓰이는 오일이 있어요. 이 오일을 바탕으로 창업을 한다면 시장 점유율 100%를 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한계는 금관악기를 벗어나질 못하는 거죠. 시장 자체에 대한 한계가 명확하면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시장 분석 또한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