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뷰

“320억 줄테니 팔라”는 제안에도 “생각없다”며 거절한 39세 사업가

장주영 기자
입력 2021/11/30 14:02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구독료나 이용권 구매에 대한 개념이 많이 익숙해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콘텐츠를 제값 주고 이용하는 데 어색한 감이 많았다.

 일부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즐기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고, 웹하드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하는 일도 흔했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국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청년이 있었다.

 콘텐츠 커머스 스타트업 ‘패스트뷰’의 오하영 대표다.

오하영 대표가 이끄는 패스트뷰는 소프트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고, 유입되는 트래픽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소유한 스타트업이다.

2만 5천 개가 넘는 자체 콘텐츠와 20여 개의 콘텐츠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월 1억 7천만 페이지뷰(PV)의 온라인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여기서 만든 콘텐츠를 안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실제 여러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노출되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패스트뷰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25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패스트뷰는 지금도 300%에 가까운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오늘은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하영 패스트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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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학만 10번, 변화가 만든 시선인터뷰에서 만난 오하영 대표는 성장 환경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1~2년마다 이사를 다녔어요. 초등학교는 3곳을 다녔고, 중고등학교를 다 합쳐서 7번 정도 옮겼습니다.

 매번 다른 나라로 옮겨 다니다 보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죠.” 오 대표는 학창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스웨덴에서 하와이로, 체코 프라하에서 프랑스 파리로 매번 다른 장소에 적응하며 살아야 했다.

“환경에 따라서 친구들마다 대화 소재도 다르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달랐어요. 하와이에선 서핑 얘기가 핫하고, 추운 곳에 사는 친구들은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을까 더 고민하고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런 영향 덕분에 오 대표는 어릴 적부터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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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시절 자그마한 창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유럽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요. 공부하면서 온라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혼자서 구글 애드센스와 SEO 공부를 시작했죠. 콘텐츠 하나로 몇 십억의 수익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당시 동유럽에서 관심도가 가장 높은 소재 중 하나였던 케이팝 콘텐츠와 직장 생활 팁을 다룬 콘텐츠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 몇 개월간은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어요. 7~8개월 정도는 월 수익이 500원에 불과했거든요. 이 비즈니스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도 많이 됐었죠. 그런데 대부분의 유튜버들처럼 저도 처음에는 수익을 못 내다가, 콘텐츠들이 누적되면서 점차 수익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운이 좋게도 그때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엄청난 케이팝 열풍이 불었고, 사이트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제 웹사이트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어요.”

1년 동안 쌓아온 콘텐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판매한 콘텐츠 채널의 가치는 무려 23억 원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웹사이트 거래는 밸류 자체도 낮고 복잡한 과정이지만, 트래픽 사이트 거래가 당연시됐던 유럽은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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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한 듯합니다.

“콘텐츠는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에요. 재고나 유통기한도 없고, 얼마든지 재가공이 가능하면서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도 있죠. 뛰어난 글재주가 없어도 콘텐츠 시장이 원하는 트렌드만 잘 캐치해서 따라가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해외에서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한 오하영 대표는 졸업 이후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며 국내 콘텐츠 사업의 기회를 엿보았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많았지만, 유럽과 달리 한국은 그때까지만 해도 콘텐츠를 제값 주고 본다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다.




“콘텐츠 시장에도 성숙도라는 게 있어요. 콘텐츠 성숙도가 높은 유럽의 경우는 제작자에 대한 기본적인 리스펙트(Respect) 문화가 있죠. 예를 들어,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카피 또는 다운로드하지 않는다거나, 콘텐츠를 잘 읽었다는 감사의 표시로 광고를 한 번 클릭해 주는 식이에요. 우리나라도 이제는 콘텐츠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됐지만, 그 당시 국내 시장은 성숙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온라인 콘텐츠=무료’라는 공식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광고단가도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서 제대로 된 수익창출이 어려운 구조였어요.”

◇ 크리에이터에서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로, 두 번째 도전에 뛰어들다국내 콘텐츠 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몸소 경험한 오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콘텐츠 에디터들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증명해 내고 싶었다.

 그렇게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2년 동안 매일 같이 노력한 결과, 국내에서 구글 애드센스 수익이 가장 많은 파워블로거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이후, 창업까지 이어진 동기가 있을까요?

“2016년 즈음부터 큐레이션 콘텐츠와 스토리형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돈을 벌었어요. 콘텐츠 산업이 확대되면서 광고단가도 크게 높아졌죠. 그런데 여전히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본인이 가진 콘텐츠의 영향력이나 가치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뿐 아니라 저희와 같은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4년 전, 공동 창업자와 함께 패스트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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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비스 모델을 만들게 되었나요?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웹툰이나 음원처럼 유저들이 서비스 사용료나 구독료를 직접 지불하는 방법도 있고, 광고를 유치하거나 제휴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콘텐츠 커머스와 같이 서비스나 상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방법도 있죠. 하지만 국내 콘텐츠 시장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광고에만 집중되어 있었어요. 저희는 그동안 다양한 수익모델을 테스트했고, 그 결과 콘텐츠를 더 많은 플랫폼에 유통해 트래픽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커머스와 같은 수익구조를 도입하여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어요.”

결국 트래픽이 수익의 핵심인 것 같은데요, 최근 선보인 ‘뷰어스’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결국 ‘사람‘이 많이 모여야 수익이 생기는데, 온라인에선 이걸 트래픽이라고 표현하죠. 콘텐츠 제작자로서 경험해 보니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요즘과 같은 콘텐츠 홍수 시대에서는 콘텐츠 유통이 점점 더 중요해지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어떤, 얼마나 많은 플랫폼에 노출이 되고,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그 조회 수와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거든요.

이런 콘텐츠 유통 작업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바로 ‘뷰어스’입니다.

 뷰어스는 한 마디로 하나의 콘텐츠를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에요. 예를 들어, 영상 콘텐츠를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으면 유튜브 광고 수익만 생기지만 이걸 텍스트+이미지 기반의 소프트 콘텐츠로 바꿔서 블로그나 SNS 등에 올리면 트래픽이 늘어나고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지금까지는 이런 서비스가 없어서 콘텐츠 제작자가 직접 각각의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편집해야 했지만 뷰어스는 이 모든 작업을 대신해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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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정식으로 서비스 오픈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오랜 테스트 기간을 거친 만큼 제휴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고 있어요. 기존에는 자사 사이트와 소수 미디어 채널에만 올라가던 콘텐츠가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 다양한 곳에 노출되니까 조회 수는 물론 자체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요, 제휴 플랫폼사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지금까지 약 30여 개의 콘텐츠 유통 채널과 200여 개의 제휴 콘텐츠 프로바이더(CP) 사를 확보하고 있는데, 현재 빠른 속도로 신규 제휴가 진행되고 있어서 연말까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패스트뷰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최근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변화가 정말 크다고 느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포털이나 플랫폼에 크리에이터가 끌려다니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콘텐츠 파워’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업계를 리드하기도 하죠.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걸 보면 콘텐츠에 소비하는 문화도 달라지고 있죠.

하지만 수익다운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새로운 콘텐츠 수익모델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 뷰어스도 단순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아닌 더욱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뷰어스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면, 콘텐츠 제작자부터 이미지 저작권 업체, 유통사, 플랫폼사까지 모두 돈을 버는 구조가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다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패스트뷰가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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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창업을 먼저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창업에 대한 조언을 줄 수 있을까요?

“20대 중반에 기회와 운이 100번 찾아온다면, 30대를 넘어서는 2~30번으로 줄어들어요. 만약 창업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운영한다는 건, 정말 많은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 자리에요. 어렸을 때 저는 ADHD도 있었고,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에 있다 보니 세상 꼼꼼한 사람으로 변하게 됐죠. 24시간 내내 늘 긴장해야 하고 모든 집중과 애정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일이 바로 창업인 것 같아요.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최대한 빠르게 뛰어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