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6개월만에 ‘90%’ 입주하며 입소문으로 성장했습니다.

장주영 기자
입력 2021/12/27 16:49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고성장을 꿈꾸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향후 10년은 한국 스타트업이 시장을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던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현직자의 입으로 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밤이 깊어가도 불이 꺼지지 않는 방이 있어요. 저희는 사람들이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레바퀴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열고, 저마다 포장을 하거나 옷을 재단하고 다른 한편에선 사진 촬영이 이뤄지기도 한다. 동대문 현대씨티타워의 꼭대기 층에서는 이런 풍경이 날마다 이어진다.




270여 개에 이르는 사업자들이 매일같이 오가는 이곳은 ‘무신사 스튜디오’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2018년 동대문 중심지에 ‘무신사 스튜디오’를 열며, 국내 패션 스타트업의 안식처 역할을 자처했다.

입점 브랜드와 함께 성장을 추구하는 무신사만의 경영 전략을 앞세워 오픈부터 눈길을 끌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현재 패션 업계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도매 상가의 거점이 되는 곳에 자리 잡아, 디자인, 공장, 부자재 관계자가 거쳐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전체 입주율은 90%로 1200여 개의 좌석 중 1000석이 채워져있다. 이 중 패션 업계 종사자는 총 50% 이상이고, 이외 소규모, 4인 이하의 입주자가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입주자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입니다.

그러기 위해 저희는 최대한 간결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지난 20일 김우리 팀장이 스튜디오 투어를 진행하던 중 전한 말이다. 자신이 빛나기보단, 다른 사람이 활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일을 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개발자 출신인 김우리 팀장은 많은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 경험을 쌓아갔다. 폭 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 입주자와 만나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주며 직접 브랜드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 헤드헌터를 꿈꾼 공학도

“첫 사회생활은 금융권에서 개발자로 시작했습니다. 제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었거든요. 자연스럽게 학사 전공을 따라서 직장을 선택했는데, 매일같이 밤을 새우며 코드를 짜고 붙이고 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번아웃도 오게 됐죠.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퇴사를 결심 했습니다.

직장을 나오며 다른 산업 군의 스타트업에 몸담았는데요. 제가 코딩을 잘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획자로 새롭게 시작했었죠. 기획 업무를 볼 때도 개발자 코스를 밟아봤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있어 원활히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스타트업 벤처 붐이 불때라 중고 상거래나 캐주얼한 게임, 배경화면을 제공하는 앱을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도 운영했지만 마음처럼 굴러가진 않았죠.”

그때부터 조그마한 마케팅 회사를 만들어서, 네이버 키워드 광고, SNS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들을 맡았다.

컴퓨터를 자주 만지다 보니, 홈페이지 제작이나 자잘한 마케팅 대행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마케팅 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팀장을 맡게 됐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김우리 팀장의 꿈은 헤드헌터였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성향에 맞는 일을 연결해 주고 싶어 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그 꿈은 멀어져만 갔다. 그런데 어느새 김우리 팀장은 이곳에서 많은 기업들과 함께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초기에 합류하고 어떤 일에 집중했나요?

“마케터로 일을 시작해, 입주율을 올리는데 집중했습니다. 광고 유치도 열심히 하고, 캠페인 콘텐츠도 제작을 했습니다.

6개월쯤 흘렀을 때 입주율이 80% 정도로 오를 수 있었고, 그 이후로도 점점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입주를 위해서 인, 아웃 바운드로 공고를 나뉘어서 진행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서 투어 신청을 받거나, 광고 캠페인도 세팅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은데요. 스튜디오 입주자분들이 타포린으로 된 가방을 만들어서 다니다 보니, 그 모습을 시장에서 보고 자연스럽게 찾아와주시는 분도 있어요.”



스튜디오 현황은 어떤가요?

“3년간 꾸준히 입주율이 85%~90% 입니다.

패션 업체는 가을, 겨울옷을 판매해야 단가가 높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집중해서 예민하게 일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1,000여 명의 패션 업계 종사자가 모여 있어 사람들 간의 협업도 긴밀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원단부터 시작해 패턴, 부자재, 라벨, 프린팅 등 시장에서 도매하는 분도 있고, 자기 브랜드를 론칭하는 분도 있어요. 제조 생산과 관련된 기업이 있는가 하면, 크리에이터, IT, 인플루언서까지 대략 27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소통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옆방으로 가서 물어보며 전화로 이야기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지나가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며 소통이 가능한 형태죠.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입주한 분들도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성장해 나가는 브랜드를 보며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기억에 남는 업체도 있나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다 보니, 이 안에서 브랜드가 태어나고 국내에 인지도 있는 도매스틱 브랜드로 성장해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일하고 있어요. 최근엔, 도매를 하는 분 중에서 브랜드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국내 도매시장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이 많았어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이 끊기고, 중국 발주가 줄어들기도 했죠. 그래서 한 번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해 보는 게 어떻냐고 살짝 말을 건넸어요.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일들을 직접 시행하며, 웨그라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때마침 캠핑 시장이 커지며 시너지가 컸었죠. 지금은 아웃도어편집숍에도 옷을 보낼 만큼 잘된다고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죠.

또, 유리임이라는 여성 패션 브랜드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2018년도 처음 오피스 오픈 행사로 만났어요. 그 당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추천해 입주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3년 넘게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지금은 강남 신세계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정도로 매일매일 성장 중이에요.”

스튜디오 내에선 입주사간에 긴밀한 소통이 일어난다.

통로를 두고 양옆으로 사무실 앞에 쌓인 원단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열정을 태우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몇 걸음만 옮기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길을 걷기만 해도 수많은 이벤트가 발생했다.

환경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네트워킹과 시너지는, 입주사간에 긴밀한 소통을 끌어내며 협업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줬다.

오고 가는 공용 공간을 활용해 진열된 구두 브랜드의 제품을 보고 의류 브랜드와 협업 룩북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고, 입주한 인플루언서와 디자이너 브랜드가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패션 원단 기업 에프아이에프(FIF)는 각양각색의 원단 제품을 보여주는 전시 행사를 스튜디오 내에서 진행해, 여러 입주사들의 원단 주문 및 상담이 늘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 기업의 수주도 이어졌다.



또한, 스튜디오에선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물류 창고를 제공하고 있으며, 택배 업체와 협력해 입주사들이 원하는 시간에 수량, 횟수와 관계없이 택배 1건당 1,800원에 발송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로 고객에게 물건을 여러 번 발송하는 스타트업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덜고 편의성을 강화한 서비스로 입주사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공간 이외에 지원해 주는 것이 있을까요?

“최근 그 부분을 더 강화하려 노력 중입니다.

브랜드 자체를 성장시켜주기 위한 지원책을 준비 중이에요. 모델이 필요한 브랜드에겐 인플루언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브랜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주기도 해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 입장에선 마케팅이라든지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브랜드의 탄생기, 창업 계기 등을 다룬 콘텐츠를 제작해 주기도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인터뷰 콘텐츠는 자체 생산 중인 무신사 매거진에 게재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서울 곳곳에 있는 무신사 오프라인 스토어, 테라스에 위치한 스크린에 송출시켜주며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난번엔 이렇게 송출되는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려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강연을 개최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부가세를 신고하는 7월, 1월에는 아직 사업에 대해 익숙지 못한 분들을 위해 세무사분을 초대해 부가세 신고하는 법을 알려드리기도 해요. CS 등을 최대한 지원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강연에 있어서는 입주자분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합니다.

게다가 비슷한 결로, 신인 디자이너 및 대학생을 지원하고 있기도 해요. 콘텐츠 진흥원에서 선정한 디자이너와 대학생에겐 저희가 일부 사무실 비용을 제공해드리기도 해요. 많은 신인 디자이너를 지원해 성장 지원센터라는 사무실도 내부에 따로 두고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입주 비용을 60% 정도 할인해 주고 있습니다.

그 덕에 학사 과정을 마치거나, 휴학을 하고 이곳에 찾아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또, 이런 조건이 아니더라도 국내 패션업계에서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론칭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설자리가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 사무실 비용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처음에는 입주에만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들어온 기업들과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성장 지원 정책이었습니다. 저희는 입주자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맞춰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본인의 가능성을 풀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좋은 브랜드를 탄생시키고자 일하고 있습니다. 이 가치와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많은 브랜드 창업자가 이곳에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장주영 기자 semiangel@mkinternet.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