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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 Tech] "암세포만 죽이는 '유익한 바이러스' 찾아 암치료"

신찬옥 기자
입력 2017/03/22 04:08
    
토끼·다람쥐 등서 바이러스 분리…기존 항암제와 시너지 효과 기대
김만복 바이로큐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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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고 나선 남자가 있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이다. 김만복 바이로큐어 대표(단국대 의대 교수·사진)는 자연에 존재하는 '좋은 바이러스'를 발굴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하늘의 별만큼 많습니다. 그중 항암제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바이러스들을 찾고 있어요. 이미 토끼와 다람쥐에서 바이러스(제품명 Squicure, Myxocure)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어린이에게서 분리한 리오 바이러스(제품명 Reocure)도 확보했습니다. 현재 이 세 바이러스를 활용해 기초연구 중인데, 내년에 위암 치료제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

김 대표는 캘거리대학 의대에서 유학하던 2000년 초부터 '종양파괴(항암)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을 배웠다. 김 대표는 "정상 세포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지만, 돌연변이가 계속되는 암세포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능이 저하된다"면서 "이 원리를 활용해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를 투여해 암 조직만 감염시켜 죽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캐나다 대학에서 6년여간 연구한 결과물은 2011년 학교가 특허를 포기하면서 그에게 이전됐다. 마음 맞는 교수들과 단국대 학내 벤처로 창업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작년 6월 법인을 세운 후 약 20억원을 투자받고 바이러스 연구실을 만들었다. 이후 바이러스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오송 바이오밸리에 GMP공장 택지도 분양받았다.

현재 암 치료제의 가장 큰 약점은 내성이다. 김 대표는 항암 바이러스가 이 약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항암제 중 일부는 잘 듣지만, 암이 재발하거나 하면 안 듣는 경우가 생긴다"며 "항암 바이러스 단독 치료제로도 가능하고, 항체 치료제 등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바이러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바이러스에도 사람처럼 성씨(Family name)가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대략 어느 가문인지 알 수 있고, DNA나 RNA 등 유전체를 분석하면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성씨를 가진 바이러스보다 아직 어느 가문에 넣어야 할지 분류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훨씬 많다.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아 등급을 부여해 까다롭게 관리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다. 에볼라가 4등급이고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는 3등급이며, 바이로큐어가 활용하는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2등급 바이러스들이다. 식물 바이러스는 식물끼리만 감염되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을 위한 항암제 개발에는 활용할 수 없다.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처음 발굴부터 임상을 준비하는 지금까지 연구해왔다는 것이 바이로큐어의 최고 경쟁력입니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거든요. 특히 중국 시장에서 우리 장점을 발 빠르게 알아보고 법인 설립과 투자 유치 등을 제안해 왔습니다. 아직 1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지만, 액셀러레이터 르호봇과 미래창조과학부 공공기술사업화기업협회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이로큐어는 위암을 첫 타깃으로 시작해 향후 간암, 폐암, 전립선암 치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비싼 항암제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치료 비용이 드는 반려동물을 위한 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경우 사람 항암제보다 훨씬 빠른 2020년께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투자를 받아 내년 국내 대형 병원과 위암 임상에 착수하고 오송에 GMP 생산공장을 짓는 것과 그동안 좋은 바이러스 종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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