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생물처럼 숨쉬는 건물 만든다

심시보 기자
입력 2010/10/11 16:20
수정 2010/10/11 19:38
햇빛ㆍ바람ㆍ온도ㆍ습도 자동 조절…"자연을 배워 삶의 질 향상"
◆ 세상을 바꾸는 융합기술 ③ 미국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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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원이 배터리 실험실에서 전해질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위치한 UC버클리 대학 내 스탠리 홀.

3년 전 완공된 이 건물은 학과 간 융합(multidisciplinary program)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특징이다. 각 층에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이공계 분야 교수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융합연구가 이뤄지도록 디자인됐다.

이곳에서는 생명공학과 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석좌교수가 과학기술과 건축을 융합하는 새로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프로젝트명은 CASE(Convergence of Architecture, Science & Engineeringㆍ건축 과학 공학의 융합). 생명공학과는 물론 건축학과, 화학공학, 기계공학 분야 박사들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연구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 학기에는 이와 관련된 새 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다.

특히 건축학과 마리아-파스 구티에레스 교수는 리 교수와 함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최근 250만달러를 지원받아 SABER(Self-Activated Building Envelope Regulations)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ASE 프로젝트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과제 중 하나로 우리말로 바꾸면 '스스로 제어하는 건물 외벽'이다. 쉽게 말해 생물 피부처럼 숨 쉬는 건물을 개발하는 연구다. 기술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은 자연이다.

예컨대 땀 증발로 체온을 조절하는 인체 땀샘구조를 건물외벽에 적용하는 등 온도, 습도, 바람, 햇빛 등 환경에 반응하는 건물의 '피부'를 개발하는 것이다.

새로운 물질을 적용한 건물 표면은 뜨거워지면 스스로 바람을 통하게 하고 나쁜 공기는 알아서 걸러 낸다. 또 한국처럼 여름에 습한 지역에서는 습기를 빼낸다. 건물 내 박테리아도 줄일 수 있고 에너지는 태양 등 자연에서 얻어 외부에너지 사용은 최소화한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생물학적 건물' 개발이 목표다.


구티에레스 교수는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건축기술과 다기능 물질을 개발하려면 생명공학과 같은 과학과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 교수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물질의 분자 수준까지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 나노기술가 바이오기술, 물리, 화학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라며 "우리 융합연구 목표는 과학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인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3대 민간 종합연구소인 SRI인터내셔널은 정보기술(IT) 융합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최근 애플이 수억 달러에 인수한 음성검색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시리(Siri)는 이 연구소에서 분사한 회사로 가상비서시스템 '시리(Siri) 어시스턴트'로 유명하다. 이 앱은 영화를 보거나 식당에 갈 때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으로 예약할 수 있고,사용자가 요구하는 음성검색 결과를 인공지능으로 찾아준다. SRI인터내셔널이 오랫동안 투자한 인공지능 연구가 바탕이 됐고 여기에 연구소 내 다른 팀이 개발한 자연언어인식 기술이 합해져 SIRI가 탄생했다.

데이비드 체니 SRI인터내셔널 워싱턴오피스 센터장은 "조직이 유연해 융합과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IT 분야는 스핀오프 등을 통해 시장에서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종원 과학기술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연구소에서 혁신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융합기술이라는 것이 다른 분야 생각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연구소 내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팀을 꾸리게 된다"고 말했다.


■ 신소재 '그래핀' 활용 2차전지 연구 활기

요즘 미국에서 돈이 몰리는 연구 분야는 에너지와 바이오다. 두 분야에서 특히 융합이 활발히 일어난다.

UC버클리대학과 이웃해 있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도 요즘 에너지와 융합이 화두다. DOE 장관인 스티븐 추가 이 연구소장 출신인 만큼 미국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의 메카가 되고 있다. 에너지 부문 투자가 늘어난 덕에 올해 연구소 예산도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연구소에서는 환경에너지기술부문(EETD), 분자공장(The Molecular Foundry), 전자현미경센터 등 3곳이 협력해 수소 저장을 위한 신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준 EETD 연구원은 "수소 저장은 수소자동차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산화현상 때문에 금속에 저장하기 어려웠다. 이를 막기 위해 원자 사이도 볼 수 있는 첨단 전자현미경을 활용하는 등 나노 수준에서 연구개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을 2차전지용 전극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다. 이 연구 역시 연구소 내 3개 파트가 힘을 모으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지원이 많다 보니 대학과 연구소 등 여러 곳에서 연구경쟁이 벌어진다.

미국 뉴욕주립대(빙엄턴) 태양전지 연구센터(CASP)는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지원을 받아 화학, 물리, 재료, 기계, 산업공학 등 5개 분야 교수들이 태양전지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실리콘을 대체할 세라믹필름과 하이브리드 염료감응 태양전지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박막형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투명전극과 회로기술 개발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CASP는 뉴욕주 우수연구센터인 S3IP(Small Scale Systems Integration and Packaging) 내 여러 센터 중 하나다. 베리 베스 커틴 S3IP 부소장은 "전자공학과 제조센터, 에너지효율 시스템 개발, 태양광에너지 등 4곳을 운영하는 S3IP는 정부ㆍ학교ㆍ기업 간 협력으로 첨단 초소형 전자기술을 발전시키는 모범사례"라고 소개했다.

※ 후원 = 한국과학창의재단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 =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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