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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병많은 9월…귀지 빼려 애쓰지 마세요

이병문 기자
입력 2011/09/09 14:19
수정 2011/09/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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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이민지 양(20)은 최근 귀가 먹먹하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코도 막혀 고통스러워 했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갔는데 귀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하고 잘 들리지도 않으면서 심한 두통까지 생겼다. 병원을 찾아 귀내시경 및 고막검사를 받은 결과, '외이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통로인 외이도(바깥귀길)에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긴 것. 의사는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귓속을 잘 말리라고 조언했다. 귀지를 파내기 위해 너무 깊게 후비지 말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요즘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환절기 무렵에는 귀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한이과학회(회장 조용범 전남대병원 교수)가 9월 9일을 '귀의 날'로 정한 것도 이맘때쯤 귀 질환자가 증가하는 데다 숫자 9가 사람 귀모습과 닮아서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정광윤 교수(진료부원장)는 "여름철 물놀이를 하다가 걸린 외이도염을 방치한 사람들은 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아이가 부모와 대화할 때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경우 청력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외이도염에 걸리면 통증과 함께 가렵고 귀가 먹먹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염증이 생겨 악취가 나고 고름이 흐르면서 청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리 듣고 몸의 평형 잡아줘

귀는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 등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귀는 안경을 걸치고 귀걸이를 할 수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크게 '청력'과 '평행'이라는 두 가지 감각기능을 가지고 있다.

외이(바깥귀)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를 말하며 외이도에는 미세한 털과 땀샘이 있다. 땀샘은 공기 오염물질 같은 외부물질의 침입에 대항해 귀를 보호하는 물질인 귀지를 분비한다. 중이(가운데귀)는 고막에서 시작해 막에 의해 싸여진 두 개의 작은 입구를 가지고 있는 골벽까지다. 이들 입구는 안뜰창(전정)과 달팽이창(와우)이라고 부른다. 속귀(내이)는 액체로 채워져 있다.

소리가 귓구멍 안으로 들어오면 뇌가 그 소리를 인지해 판단한다.


귀의 가장 바깥쪽 부분은 소리를 모으는 깔대기 역할을 한다. 모아진 소리의 음파는 외이에 속하는 고막에서 기계적 진동으로 바뀌고 이것은 고막과 연결돼 있는 세 개의 뼈를 진동시킨 뒤 내이로 전달된다. 내이를 채우고 있는 림프액이 진동하면 미세한 유모세포(청각세포)가 움직이고 신경은 이 움직임을 전기적 신호로 인식해 뇌로 전달함으로써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귀는 두 개여서 소리의 방향과 좌우를 구별해주는 기능까지 해준다. 우리가 흔히 듣는 소리에는 두 가지 주파수가 있다. 고주파수 영역은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나 속삭이는 소리를 차지하는 영역이고, 일반적인 말소리는 저주파수 영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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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이염ㆍ외이도염 방치하면 청력상실

귀 질환은 외이, 이개(귀바퀴), 외이도, 중이에 주로 생긴다. 난청과 같은 청력상실, 이명(귀울림), 외이도염, 중이염 등이 대표적인 귀 질환이다.

사람은 65세가 넘으면 약 60%가 어느 정도의 청력상실(난청)을 경험한다. 40%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고령층의 청력장애는 관절염과 고혈압에 이어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청력상실은 보통 25~30년 걸려 서서히 나타나지만 노화가 청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 고막은 탄력성을 잃고 중이에 있는 뼈의 관절이 단단해지며 소리를 듣는 귀 안쪽의 감각세포 숫자가 줄어든다. 그 결과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크기의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원장은 "청력소실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쳐 짜증과 분노, 피로, 긴장, 스트레스, 우울증, 기억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당뇨, 심혈관질환, 갑상선질환 등도 청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젊은층의 청력을 위협하는 것은 소음이다.


귀는 일정 기간 이상 소음에 노출되면 심각한 청력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만성적인 이명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이명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9년 26만4000명에 달하며 특히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20대 이하가 꾸준히 늘어 3만명을 웃돌고 있다.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돼 발생하는 이명은 달팽이관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달팽이관은 귓속에 있는 나선 모양의 기관으로 안쪽에 섬모라는 미세한 털이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는 외부에서 온 소리가 고막을 두드리고 내이의 액체를 진동시켜 섬모를 흔든다. 섬모는 음파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꿔 청신경이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이때 섬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귀울림이 생긴다.

이명은 소음 이외에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질환, 당뇨와 근육경련, 턱관절이나 목뼈 이상과 같은 청각계 주변부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이염과 외이도염은 단순하고 치료가 가능한 감염성 질환이다. 하지만 제때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청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이염은 요즘과 같이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나 겨울에 감기에 걸렸다가 후유증으로 앓는 경우가 가장 많다. 중이염은 소아 난청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이상덕 원장은 "중이염은 중이와 그 뒤에 있는 공기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라며 "급성 중이염은 심한 통증과 열이 있을 때 5~10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하면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고 해열제나 감기 치료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 만성 중이염은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안면마비, 어지럼증, 청력손실이 나타나며 드물게는 염증이 머리 안쪽으로 퍼져 뇌수막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외이도염은 귀에 물이 들어가 세균이 자라는 상태에서 피부에 상처가 생겨 발병한다. 여름철에 잘 생겨 '물놀이병'으로도 불린다.

◆ 귀지는 미네랄 오일로 녹여 빼내야

귀 질환은 귀를 후벼서 생긴 상처가 악화돼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귀 주위의 혈액순환이 잘 안돼도 질환이 생기기 때문에 담배를 끊고 과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소리를 듣기까지는 달팽이관에 있는 유모세포(청각세포)의 역할이 매우 큰데, 유모세포가 죽으면 청력을 잃게 된다. 유모세포는 대부분 큰소리나 혈액공급이 감소할 경우에 죽게 된다.

귀지는 귓구멍에 있는 분비샘들이 만들어낸다. 귀지는 먼지를 잡아내고 수분을 밀어냄으로써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외부 물질을 붙잡은 다음 귀지는 외이도 바깥으로 밀려 나오고 거기서 건조돼 귀에서 떨어져 나온다. 귀에 치명적인 일 중 하나는 귀지를 끄집어내려고 면봉이나 손톱, 심지어 낚싯바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귀지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면서 음파를 가로막아 소리를 더욱 잘 듣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귀에 면봉을 넣어서는 곤란하다. 귀지를 제거하려면 미네랄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린 뒤 해당 귀가 위로 가도록 옆으로 누워 오일이 스며들도록 한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누워 있으면 귀지가 오일에 녹아 나온다.

인하대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는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는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로 향하도록 누워 물을 빼내야 하며, 남은 물은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하거나 따뜻한 돌에 귀를 대고 말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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