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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대지진 발생前 자연은 사전경고 보낸다

원호섭 입력 2016.04.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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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단층' 자주 발생하면 에너지 쌓여 대지진 이어져
대기중 라돈 급증땐 지진 전조…예측 시스템 개발중
하늘속 갑작스런 섬광, 암석 부서지는 지진 신호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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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대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지진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땅을 흔들며 인간을 위협한다.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밟고 서 있는 땅속을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단층'이 너무 깊이 있고 면적이 넓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대지진 예측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과거 대지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몇 가지 전조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지진 예측 시스템으로 만들어 적용하려는 시도도 전개되고 있다.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같은 재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나오키 유키다 일본 도호쿠대 재난과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동일본 대지진을 조사하던 중 특이한 흔적을 발견했다.


대지진 발생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도호쿠와 간토에 이르는 지역의 지각판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린 단층'이 관찰된 것이다. 지진은 서로 다른 지각판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 단층이 어긋나는 파쇄가 일어나며 발생한다. 암석이 파쇄되는 속도는 초당 3㎞. 이와 반대로 느린 단층은 1년에 약 7㎝씩 움직인다. 느리기 때문에 땅을 흔드는 지진파는 발생하지 않으며 위성항법장치(GPS) 센서로만 이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과거 28년 동안 일본 북동쪽 해안에서 일어난 지진 데이터 6126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6년 주기로 느린 단층이 활발하게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나오키 교수는 "느린 단층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지각에 힘이 쌓인다"며 "이렇게 쌓인 힘이 대지진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규모 7.6을 기록한 1994년 산리쿠 앞바다 지진과 규모 8.0을 기록한 2003년 도카치 지진 또한 느린 단층이 활성화하는 시기에 일어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샌안드레아스 단층과 같은 판 경계 부근에서 느린 단층이 많이 확인되는 만큼 이를 사전에 측정한다면 대지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스관측법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할 때 암석이 쪼개지는데 이때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튀어나와 대기로 누출된다. 평소보다 대기 중 라돈 농도가 높으면 지각에 균열이 생긴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라돈의 양이 대기 중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3.8일로, 공기 중에 넓게 퍼지면 이 농도를 이용해 지진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토론'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토론은 반감기가 56초로 짧아 순간적으로 대기 중에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연구진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두 달 전 경북 울진 성류굴에서 토론 농도가 평소보다 3~4배 이상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관측했다.

김 교수는 "라돈은 자연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농도 변화와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한계였다"며 "토론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연구진은 현재 동굴에서 진행했던 실험을 확장해 대기 중 토론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2007년 8월 15일 페루 피스코 지역 인근에서 '섬광'이 발견된 이후 규모 8.0의 대지진이 이 지역을 지나갔다. '지진광'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지진광이 나타나는 원리가 밝혀진 것은 최근이다. 2014년 로버트 테리올트 캐나다 퀘벡 천연자원부 연구원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암석에서 튕겨져 나온 '정공(전자가 부족한 공간)'이 공기층과 만나면서 섬광이 발생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지각이 힘을 받아 변형이 되는 과정에서 원자의 재배열이 일어난다. 지표로 전달된 정공이 대기와 접촉하면 공기 중에 있는 전자와 만나면서 빛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진 예보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계측기가 진동을 관측하는 데 3초, 지진파를 분석하는 데 4초, 경보를 울리는 데 3초가 걸린다. 미국과 대만은 20~40초 이내에 모든 경보를 울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졌기 때문에 2011년에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1단계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15년까지 50초 이내, 2020년까지 10초 이내에 경보를 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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