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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100세 할머니 2人의 장수비결

입력 2016/05/18 04:14
절대자가 나타나서 "당신은 100세까지 살 것"이라고 운명을 알려준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100세까지 산다는 것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의정부에 사시는 100세 할머니 두 분과 자녀들을 만나 '진짜 100세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910년생 반점특 할머니
"두개 가졌으면 하나 나눠 줘…이웃과 어울려 사는 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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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점특 할머니는 우거짓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다 잡수시고 인터뷰에 응하셨습니다. 요즘은 치아가 좋지 않아 딱딱한 건 못 드시지만, 예전에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드셨다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나물과 된장국, 전통적인 장수밥상 메뉴였습니다. 1910년 1월 8일생으로 올해 106세, 슬하에 2남2녀를 두었습니다. 지금은 의정부시에서 장남과 큰며느리와 살고 있습니다. 효자 아드님 두셔서 좋으시겠다고 하니까 환하게 웃습니다.

"우리 아들은 생전 내 속을 안 썩였어요. 큰며느리는 또 어떻고요. 자랑할 것만 가득해서, 밖에 나가서 자랑만 해요, 내가. 아들, 며느리가 잘해줘서 나는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아들 안승수 씨는 "복잡한 생각을 안하는 낙천적인 성격이 어머니의 장수 비결같다"고 말했습니다. 담배는 일절 안 피웠고, 술은 조금 드셨다고 하네요. 반 할머니가 고생을 안 하신 건 아닙니다. 40대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식당일을 하며 막내시동생을 학교에 보냈고, 시부모님 두 분의 중풍 수발까지 했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하루하루 사느라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어. 살다보니 어느새 내가 100살이 넘었더라"고 합니다.

요즘도 반 할머니는 보행보조차를 밀고 동네를 한두 시간씩 돌아다니십니다. 박스를 줍기도 하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젊은 친구들'에게 밀린답니다.


그래서 단골들은 박스를 모아놨다가 할머니께만 주기도 합니다. 반 할머니는 "경로당에서 동네 할머니들에게 내가 이런 거 하면 남들이 자식 흉볼까봐 걱정이라고 했더니, 노력해서 돈 버는 게 뭐가 부끄럽냐고 자꾸 돌아다니면서 해야 건강하다고 하더라"며 웃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500원도 벌고 700원도 벌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티셔츠나 양말 하나라도 팔아주십니다.

아들 안씨는 "크게 아프신 데는 없는데 티눈 때문에 힘들어하신다. 병원을 가도 수술이나 약을 쓰기 어렵다고 해서 그냥 오곤 한다"며 "오히려 의사나 간호사들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사시냐고 비결을 물어온다"고 귀띔합니다. 며느리 김기순 씨는 "104세까지는 의정부시장, 경동시장을 다녀오실 만큼 건강하셨고, 요즘도 막내아들 집에 가시면 식사를 챙겨 주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100세 어르신을 모시는 고충이 있겠지요.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안씨는 "기초노령연금 더 올리면 안 된다. 후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지원보다, 보행보조차나 파트타임 케어 서비스 같은 맞춤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사람은 다 타고난 대로 사는 것 아닙니까. 상계동 살다가 의정부에서 16년째인데, 우리끼리 이 동네가 노른자라고 부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공기 좋고 살기 좋고 먹을거리 많고요.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잘 사시니까 이게 행복 아닌가 합니다." 아들 안씨와 며느리 김씨의 말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는 기자의 손을 꼭 잡고 반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이 공을 언제 갚누." 동네 사람들이 반 할머니를 좋아하는 이유를 잘 알 것 같았습니다.

1915년생 이복란 할머니
"호기심 많고 매일 성경 읽어…노령연금도 직접 관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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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생이신 이복란 할머니는 예쁜 조끼에 스카프까지 하고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6·25 때 장티푸스를 앓고 머리가 다 빠지는 바람에, 젊은 시절부터 가발을 써야 했습니다. 독한 약을 먹고도 살아남은 것이, 면역력을 강화시킨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6남매 중 생존해 있는 자식은 1남2녀, 지금은 큰아들, 며느리와 살고 있습니다. 의정부 43년 토박이로, 이 집에서만 35년째입니다.

98세부터 귀가 어두워지고 보청기 사용이 여의치 않아 많은 말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질문을 가장 잘 알아듣고 대답하신 답변은 "우리 아들, 며느리 참 좋아"였습니다. 며느리 한순희 씨는 "요즘도 매주 차 타고 교회 가시고, 성경책을 매일 읽으신다"며 "다른 사람 말은 잘 못 알아듣는데, 아들과 딸 말은 입모양을 읽는 건지 금방 이해하신다"고 말했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장수비결인 듯했습니다. 밤 10시 넘어 잠들어서 아침 7~8시면 깨어납니다. 아침식사는 호두와 마를 갈아서 만든 건강주스입니다. 한씨는 "가리는 음식이 없다. 오늘 점심에도 닭볶음탕에 밥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며 "떡도 드시고 아이스크림도 드시고, 몸에 좋다는 것 챙겨드리면 다 잘 드신다"고 귀띔했습니다. 식사 후 스케줄은 아침드라마 보기, 낮에는 바느질도 하고 성경도 읽습니다. 혼자 바늘귀를 꿸 만큼 시력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찬송가가 있으시냐고 물으니 '복의 근원 강림하사'를 끝까지 불러주셨습니다. 이 할머니의 아들이 장로고 둘째 손자는 목사이기도 합니다.

기억력도 좋으셔서 오래전 이야기도 신나서 하십니다.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역시 자식자랑입니다. 의정부 경찰서에서 35년 근무하고 퇴직한 아들 자랑이 끝도 없습니다.

"택시 타거나 식당에 가면 우리 어머니 몇 살처럼 보이냐고 물어보는데요. 대부분 80대로 보인다고 해요. 100살 넘은 할머니 처음 본다고도 하고요. 귀가 잘 안 들리셔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아시고, 저녁에 아들 퇴근하고 돌아오면 꼬치꼬치 다 이야기해요."

며느리 한씨의 말입니다. 한씨는 "동네 꽃구경 다 다니시고 드시는 약이 없을 만큼 건강하시다"며 "노령연금도 직접 은행에 가서 찾아오시고, 교회에 헌금 낼 것, 손주들 용돈 줄 것, 다 따로 관리하신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5년 전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도 이 할머니를 모셨습니다. 한씨는 정부 지원책으로 한두 달에 한 번씩 목욕봉사서비스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르신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현금으로 주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여름은 몰라도 겨울에는 목욕이 참 큰일이더라고요. 제가 모시고 목욕탕 가서 때밀고 하다보면 한 3만원은 그냥 나가요. 목욕 티켓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자식들도 좋고 어르신들이 훨씬 쾌적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할머니는 뒤늦게 한글을 배웠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매일 성경책 읽고,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 만나는 게 행복입니다. "온몸이 다 아파. 죽고 싶어도 안 죽어서 걱정이여. 하나님이 언제 부르실라나 모르겠어"라고 하지만, 행복해 보였습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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