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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코로나 끝나도 안바꿉니다…'온택트 근무' 일상이 된 기업들

신찬옥 , 오대석 기자
입력 2020.07.05 17:46   수정 2020.07.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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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로 자리잡은 원격근무

평생 출근하지 않는 시대 열려
효율성·만족도에 勞使 눈떴다
협업솔루션 적극도입하며 격변

챗봇·업무자동화 등 발달 전망
나홀로 환경 소외감은 부작용
인사평가 새 기준마련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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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출근과 등교를 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일이 된다던 사람들이 '비대면 회의'와 재택근무의 장점을 체감했다. 눈앞에 없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불안해하던 관리자들도 몇 달간 업무가 차질 없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원격근무 인프라스트럭처를 잘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대로 평생 재택근무를 해도 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용어는 '재택'이지만 사실상 장소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최근 재택근무 확산으로 방이나 거실을 사무실처럼 꾸미는 '데스크테리어'가 유행하고, 삼삼오오 모여 가까운 공유오피스를 빌려 쓰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진정한 원격근무 시대가 되면 동남아시아 휴양지든 집 앞 카페든 공원이든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이고 일터가 된다.

임재환 삼성SDS 상무는 "삼성SDS에서 100% 재택근무로 전환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내일부터 바로 된다"며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란 기술로 집에서 노트북PC를 켜고 접속하면 보안이 강화된 회사 업무 시스템이 내 노트북PC로 그대로 들어온다. 메일, 메신저, ERP 다 쓸 수 있고 PC가 없어도 모바일 영상회의 메신저, 파일 관리 툴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가 "얼굴 보면서 하자"고 하면 영상회의 창이 열린다. 회의 내용은 자동으로 기록돼 저장되고, 파일도 작업하던 그대로 저장했다가 언제든 불러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임 상무는 "삼성SDS 직원이 1만2000명쯤 되는데 모든 시스템이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전 직원이 접속해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며 "이제 언택트가 아닌 온택트 시대다.


지금 삼성SDS는 나 홀로 PC 앞에서 일하면서 겪는 소외감 극복 방법, 예컨대 팀워크를 끌어올리고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감정 공유 툴이 없을까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원격근무의 미래 모습은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오는 아이언맨과 슈퍼컴퓨터 비서 '자비스'와의 관계에 가깝다. 아이언맨은 어떤 상황에서든 전화를 걸고 필요한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모든 업무 명령을 자비스에게 음성으로 내린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비스는 스마트폰과 PC로 접속할 수 있는 '로봇 비서'가 될 것이다. 회사에서 동료 선후배와 하던 업무를 언제 어디서든 로봇 프로그램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지난 석 달간 재택근무를 해 온 박주현 NHN 페이코솔루션사업팀 선임은 "막상 재택근무를 해보니 '일은 사무실에서'란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어서 반갑다"고 말했다. NHN은 매주 수요일마다 직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집, 카페, 공유오피스 등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수요 오피스'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8%가 재택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 가운데 27%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집중력과 업무 속도가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는 '불필요한 회의 감소'가 1순위로 꼽혔고,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업무 효율성 향상' 등이 뒤를 이었다.

백승욱 NHN 인사지원팀 팀장은 "아무래도 많은 대화가 메신저로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즉각 응답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호소하는 직원이 종종 있었다. 조직 문화는 1~2년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다듬어 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단순히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원격근무와 원격학습의 효용을 경험한 만큼 온라인 근무·교육이 오프라인의 단점을 보완하며 혼합된 형태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기업용 협업 솔루션 '플로우'를 서비스하는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는 "많은 기업이 IT 솔루션을 활용한 비대면 근무·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과 효율적 운용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체제에서는 직원들끼리 만나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인사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은 근무 태도 같은 정성적 지표보다 실질적 작업량과 매출 지표, 성과 달성률 등 정량적 지표 발굴을 고민해야 한다.

업무용 메신저와 협업 도구, 영상회의 등 IT도 이러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상 소통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사평가와 경영 결정을 돕는 데이터 분석 기능이 요구된다.

IT 업계에서는 많은 기업이 유사한 원격근무 솔루션을 쓰지만 점점 업종별 특화 솔루션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챗봇,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업무 자동화 기능도 산업별 특성에 맞춰 고도화되면서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기술이 문화를 바꾸고 다시 문화가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순환 구조가 일어난다"며 "디지털화로 물리적인 조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소통이 더욱 투명해지면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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