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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이기자의 유레카!] 한국은 탈원전인데...미국은 우주서 원전가동 추진

입력 2020.08.02 06:01   수정 2020.08.0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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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레카!-27]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이어 중국 그리고 미국까지. 지난 7월 각국이 앞다퉈 화성 탐사에 뛰어들며 우주를 무대로 한 기술경쟁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화성 탐사 로버 '퍼시버런스'를 발사했습니다. 화성에서 미생물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죠.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의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해 안전히 보관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회수는 다른 탐사선이 할 예정이죠. 미국은 이번 탐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2030년대 화성 유인탐사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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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주에서 스마트폰이 방전된다면? 콘센트도 찾을 수 없을 땐 어떻게 충전해야할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필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단순 통화만이 아니라 정보검색, 게임, 음악감상 등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배터리' 문제로 고민해본 적 있을겁니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전전긍긍하게 돼죠. 배터리 걱정에 다른 일은 손에도 안 잡힙니다. 그래도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사는 지구는 좀 낫습니다. 오지가 아니라면 여러분이 사는 곳 주변에서 쉽게 콘센트를 찾아 충전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우주에 나갔다면? 그런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됐다면? 생각만해도 앞이 캄캄해집니다.

우주에선 지구처럼 '콘센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유인탐사를 하려는) 달, 화성엔 발전소도 없는데 당연히 콘센트가 있을리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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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표면을 홀로 누비며 셀카를 찍어 보내온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이처럼 황량한 외계 행성에서 어떻게 전기를 얻어야 할까요? /사진=NASA

◆콘센트도 없는데 어디서 전기를 얻을까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인공위성, 무인탐사선, 로버 등을 쏘아올렸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발사 후 40년이 넘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여러 발전 방법을 활용했기 때문이죠.

인공위성·탐사선에 많이 활용되는 세 가지 동력원은 △태양 △배터리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탐사선이 수행하게 될 임무에 맞춰 동력원을 적용합니다. 탐사선이 어디로 향할지, 그곳에 도착하면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랜 기간 작동해야 하는지를 고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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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 속 마크 와트니는 햇빛이 강하게 내리쬘 때마다 열심히 태양 전지판을 꺼내 배터리를 충전했습니다. 모래먼지에 태양 전지판이 덮이면 발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지판을 열심히 닦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했죠. /사진=IMDb

태양열발전, 많이 들어보셨죠?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은 태양 전지판을 날개처럼 펼쳐 전기를 얻습니다. 인공위성 외에도 화성탐사 로버인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화성 착륙선인 피닉스 모두 태양 전지판을 사용했습니다. 태양은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원이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탐사선이 태양에서 멀어지거나, 행성의 그늘진 부분을 탐사할 경우 햇빛을 받기 어려워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배터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충전 없이 계속 사용한다면 결국 방전돼 기기가 멈추고 말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방사성 동위원소'의 활용입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자끼리 붙어 있으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플루토늄-238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불안정한 상태라 서로 떨어져 나가죠. 원자가 떨어져나갈 때 열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여기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발전을 하는 것을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라고 합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전력 시스템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오랜 시간 작동 가능해 보이저 1·2호 같은 장기간 우주탐사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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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에는 마크 와트니가 땅 속에 묻혀 있던 무엇인가를 꺼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와트니가 찾은 이것. 바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 입니다. /사진=미 에너지부, 유튜브 등

화성에 홀로 낙오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 '마션' 기억하시죠? 와트니가 거주지를 떠나 화성 착륙선으로 이동하기 전, 땅 속에서 무엇인가를 파내 차량에 싣습니다. 그리곤 '이것' 덕분에 차 안이 따뜻하게 유지된다며 좋아합니다.


와트니가 차에 실은 '이것'. 바로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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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에너지부와 나사는 공동으로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원자력 발전을?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로도 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이는 탐사차인 로버나 인공위성에 사용하기 적당한 정도입니다. 여러 명이 장기간 거주하며 연구 등을 수행하는 유인 우주기지용으론 적합하지 않죠.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에 주목했습니다. 탈원전 정책이 진행 중인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의아할 수 있지만 미국은 우주에서 원전을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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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에너지부와 나사는 공동으로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우주개발에 원자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습니다. 정찰위성의 동력원 개발을 위한 1960년대 '원자력 보조 전력 시스템(SNAP)' 프로그램 연구는 크게 두 갈래로 이뤄졌습니다.


하나는 앞서 알아본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를 이용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소형 원전을 만드는 것이었죠. 후자인 소형 원전 개발로 탄생한 것이 SNAP-10A라는 원자로가 실린 위성이었습니다. 원자로는 30킬로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었죠. 미국은 1965년 SNAP-10A를 우주로 쏘아 올립니다. 이 원자로는 지구 저궤도인 1300㎞를 돌며 테스트에 들어갔는데, 발사 43일 만에 부품 고장으로 멈춰버렸습니다. 고장으로 낙하하기 시작한 위성은 부서지면서 우주 쓰레기가 돼버렸죠.

이후 안전성 및 예산문제로 몇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원자로 연구는 2014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게임 체인징 개발 프로그램'으로 다시 부활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나사 등은 공동으로 '킬로파워'라는 새로운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원전이 아니라 사람 키 정도의 소형 원전으로 이미 2018년 실증 실험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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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킬로파워 원자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사진=NASA

킬로파워는 우라늄235와 몰리브덴 합금을 원료로 사용하며 탄화붕소 제어봉으로 핵분열을 제어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제어봉을 제거해 원자로를 가동하는데 여기서 발생한 열을 가지고 전기를 만듭니다.

킬로파워는 햇빛이 거의 혹은 전혀 들지 않는 지역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 체류하는 동안 이들이 필요한 각종 동력을 공급해주게 됩니다. 나사 연구팀은 약 40㎾ 규모 원자로면 4~6명의 우주비행사가 화성에 체류하는 데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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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파워 원자로가 설치된 화성 유인탐사 기지의 상상도. 10킬로와트 규모의 원자로 여러 개를 묶어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사진=NASA

미 에너지부는 최근 달과 화성에서 운영할 수 있는 원전 개발 아이디어 공모에 들어갔습니다.

우주 공간에 건설할 원자로 설계를 결정하는 것과, 이를 달까지 운반할 이동수단인 우주선·착륙선의 개발이죠.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개발하려는 원자로는 최소 1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주선에 실어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 무게는 3.5t 이하, 최소 10년은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죠. 미 정부는 2026년까지 원자로와 운송수단의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나사는 이 원자로를 달의 남극지역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류가 달과 화성 표면에서도 환한 불을 밝힐 수 있을까요? 새로운 발전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원자력이 그 해답을 제시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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