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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복지부도 과기부도…바이러스연구소 신설 경쟁

이새봄 기자
입력 2020.09.16 17:50   수정 2020.09.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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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국립감염병연구소 vs 과기부 바이러스기초연구소

두 부처 "바이러스 연구분야
기초·응용 분리해 문제없어"

과학계"분리하는건 말 안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될수밖에
어떤 나라도 그렇게 안해"비판
부처간 밥그릇 싸움 논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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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감염병·바이러스연구소를 신설하겠다고 나서면서 중복 투자라는 과학계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바이러스 임상과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한 바이러스연구소 설립 필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할이 유사한 연구소를 각각 설립하는 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바이러스 기초연구 운영비 명목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에 45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 자료에는 신·변종 바이러스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기초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IBS는 내년 하반기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을 목표로 연구소 책임자, 규모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복지부는 과기정통부의 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는 별개로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혔다. 질병관리청 아래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고 감염병 바이러스 임상기초연구는 물론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등 감염병 전 주기에 걸친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복지부는 국립감염병연구소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을 위해 내년에 33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과학계는 코로나19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비한 바이러스연구소 설립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두 부처가 기능이 유사한 연구소를 따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복지부와 과기정통부는 국립감염병연구소의 경우 백신·치료제 개발 등 바이러스 '응용'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반면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적' 연구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주로 인체 감염병을 연구하게 된다"며 "기초적인 바이러스 특성 연구나 기본 치료제, 백신 기본 물질 연구는 거기에서 하긴 어렵다"고 지적해 별도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계 생각은 다르다. 유전학자인 김우재 박사는 "바이러스 연구야말로 철저하게 백신·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의학연구나 마찬가지"라며 "국립감염병연구소 하나로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하는 게 맞는데도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기초와 응용을 나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기초 바이러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기초 바이러스 연구란 사실상 분자생물학 연구로, 이것만 가지고는 약도 백신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미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에서도 바이러스 연구를 기초와 응용으로 나누는 사례가 없다"며 "처음부터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워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다시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하나의 조직에서 감염병과 바이러스 연구를 총괄한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감염증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유사한 연구소를 경쟁적으로 따로 신설하려고 하다 보니 연구소 설립 예산이 쪼개져 기초과학연구소 설립에 예상보다 적은 예산이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과학계는 연구소 설립에 100억원 이상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정부출연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는 IBS 연구단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연구단 2~3개를 합친 개념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예산은 연구단 1곳의 연구비보다 적다"며 "사실상 반년치 예산 정도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IBS는 연구단별로 연간 6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과학계는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제대로 설립하려면 시간이 걸려도 공식 절차를 밟아 별도의 정부출연연구소 형태로 만드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정상적 절차를 거쳐 출연연을 만들고, 이 연구소에 올바른 정체성을 부여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뒤 시간을 두고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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