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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세계시장 통할 퍼스트무버 제품 키워야…K바이오 글로벌 넘버원"

김병호 , 박윤균 기자
입력 2021.01.17 16:57   수정 2021.01.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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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무명 벤처 미국 모더나
코로나백신으로 톱기업 등극
상장 2년만 시총 82배 폭증

K바이오 넘버원 의약품 부재
혁신신약 하나라도 개발하면
글로벌 바이오회사 자리매김

세계 1등 제품출시 전략 필요
단기성과 지양·AI 연계 필수
◆ 2021 신년기획 Rebuild 바이오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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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에 이어 미국에서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는 두 번째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모더나는 설립 10년 차에 불과한 신생 바이오벤처다. 코로나19 백신을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개발을 완료해 시장에 출시한 신약이나 백신이 하나도 없었고 임상시험 3상 단계까지 진입한 것도 이번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일 만큼 무명업체였다.

하지만 설립 때부터 세포 내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물질로 '메신저 RNA'로 불리는 mRNA(리보핵산) 세포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신약 개발에 매진해온 경험을 토대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해 모더나 최고경영자에게 읍소를 해야 할 만큼 글로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덩달아 시가총액도 지난 14일(현지시간) 현재 513억3200만달러(약 56조4400억원)까지 치솟아 2년 전인 2018년 12월 기업공개 당시(6억2100만달러) 대비 82배 넘게 폭증했다. 모더나의 성공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출시에 성공해 글로벌 10대 제약사로 우뚝 올라선 장면을 연상시킨다. 길리어드는 이후 블록버스터급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면역세포치료제 '예스카타' 등 블록버스터 신약을 잇따라 내놨고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도 개발했다.

이처럼 모더나 백신 등 5~6종의 코로나19 백신제품이 개발돼 전 세계적으로 이미 접종에 들어간 상태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업체들의 백신 개발 소문만 요란할 뿐 아직까지 임상 2상 단계까지 온 백신 후보물질이 전무한 상태다. 코로나19 의약품 범주를 벗어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국산 의약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신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일부 제품군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 약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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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가 짧은 데다 신약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 및 우수 인력 확보 어려움, 자금 부족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산 글로벌 넘버원 제품이 나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국내 생명·보건의료 기술수준은 미국의 75.2%로 유럽연합(91.0%), 일본(83.8%)보다 뒤처져 있고, 중국(73.2%)에는 다소 앞서 있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1개 바이오의료 기술을 대상으로 한국 등 주요 5개국을 비교한 것으로 한국과 중국 간 바이오 기술 격차는 0.2년(2.4개월)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대응기술력에서 한국은 미국의 70% 수준인 반면 중국은 75%로 되레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1등을 겨냥한 부가가치 높은 혁신신약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종신수석연구원을 지낸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미국과 일본은 부가가치가 높은 퍼스트인클라스급 혁신신약이 의약품 개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존 제품 약효를 개선하는 정도에 그쳐 글로벌 상위 의약품이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중국만 해도 2030년까지 전체 개발 약 가운데 혁신신약 비율을 20~30%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도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의약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치료제나 신약 하나만 제대로 있으면 세계적인 바이오 회사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처음부터 퍼스트무버를 목표로 글로벌 1등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K바이오가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장기적인 성과를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부터 구축하는 한편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항암제 개발업체 바이젠셀 대표인 김태규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정보기술(IT) 등 주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융복합이 글로벌 넘버원 K바이오를 만드는 첩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더나의 성공은 국내 바이오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K바이오가 진단키트로 코로나19 초기에 주가를 높였지만 모더나처럼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단기적인 성과 측정은 지양하고, 인공지능(AI) 등 타 산업과의 원활한 연계 등이 필요하다. 모더나처럼 10년간 신약 개발을 완료하지 못해도 자기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를 통해 확실한 제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환경도 중요하다.

[김병호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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