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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넷플릭스, 美·유럽서 망 이용료 내면서 韓서는 버틴다

임영신 , 이용익 기자
입력 2021.01.17 17:55   수정 2021.01.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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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2차변론 공방

넷플릭스 "접속과 전송 달라"
접속료 이미 처리했다고 주장
'전송료는 못낸다'는 입장

SK측 "접속·전송 구분 황당"
"해외 법원선 망사용료 인정"
"美·유럽선 이미 지급"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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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글로벌 1위 사업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소송 향방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통신사 중 누가 통신망 사용료를 더 부담해야 할지 결정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차 변론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콘텐츠제공사업자(넷플릭스)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통신사)의 통신망에 대해 얼마나 부담을 져야 할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 접속과 전송은 다르다는 넷플릭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있는지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시장에서 '접속료(access fee)'와 '전송료(delivery fee)'를 구분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접속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만 접속료를 지급하고, 접속 이후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것은 통신사 책임이므로 별도 비용(전송료)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배경은 넷플릭스가 2012년부터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 때문이다.

소비자가 신선식품을 사기 위해 멀리 산지까지 가지 않고 인근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넷플릭스는 자체 오픈커넥트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서버에 저장해뒀다가 이용자가 원할 때 전송한다는 게 넷플릭스 측 입장이다. 한국 넷플릭스 이용자가 미국 드라마를 볼 때 대서양 건너 미국 서버 대신에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에 있는 서버와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자체 오픈커넥트가 일종의 인터넷서비스제공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최종 소비자까지 트래픽을 내보내는 전송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망에 직접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설령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를 인터넷서비스제공자로 보더라도 국내에선 인터넷서비스제공자들간 트래픽 발생량에 따라 서로 정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어 망이용료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해외에선 내고 한국에선 안 내고?

또 다른 쟁점은 망 중립성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트래픽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망 중립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망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정부도 최근 망 중립성을 기본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망 사용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넷플릭스는 2014년 2월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와 망 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인터넷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넷플릭스는 타임워너케이블(TWC)과 컴캐스트의 합병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하면서 "컴캐스트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외에도 버라이즌, AT&T, 프랑스 오렌지 등 미국과 프랑스 통신사에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국내에서 "어떤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도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를 인정하는 추세다.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2016년 미국 케이블TV 업체인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브라이트하우스 합병 승인 당시 부과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한 망 이용 대가 부과 금지 인가조건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콘텐츠공급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또 판결문에는 인터넷 시장이 콘텐츠제공사업자와 최종 소비자를 두고 있는 양면 시장이며,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콘텐츠제공사업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하면 인프라스트럭처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프랑스 경쟁당국도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파리 항소법원은 더 나아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트래픽을 제한해도 적법하다고 봤다.

◆ 역차별에 반발하는 네이버·카카오

통신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5G(세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최강자인 넷플릭스와 앞다퉈 손잡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트래픽이 폭증하는 가운데 망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월 결제금액은 지난해 10월 51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말(273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 월 결제금액이 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무료' 조건을 담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계약서에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넣었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들과 형평성도 갈등의 한 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은 많게는 1곳당 망 사용료로 수백억 원을 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라이브 커머스 등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원칙을 빨리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4월 30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에 기술자 등 전문가 증인 출석과 함께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영신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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