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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가덕도…과학이슈를 자꾸 정치 프레임화해선 곤란

박봉권 기자, 이종화 기자
입력 2021/03/16 17:37
수정 2021/03/16 21:43
[매경이 만난 사람] 취임 1주년 이우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백번 양보해 탈원전하더라도
당장 에너지수급 생각한다면
짓던 원전은 지어야하지 않나

태양광이 원전을 대체하려면
국토면적 3~4%에 다 깔아야
환경파괴 고려하면 비효율적

출생아수 110만명서 27만명
논산훈련소식 인재 양성 탈피
특전사식 맞춤 과학교육해야
■ 대담 = 박봉권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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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과총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탈원전 등 논란의 소지가 큰 사안을 이분법적 흑백논리 프레임에 집어넣는 순간 정치적 이슈가 돼버린다. 탈원전을 찬성하면 '선', 반대하면 '악'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걸어버리면 정부의 운신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600여 개 과학기술 단체가 소속돼 있고, 학술 단체 회원만도 40만명에 이르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이끌고 있는 이우일 회장은 과학으로 풀어야 할 일에 자꾸 정치가 개입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과학 이슈를 정치 프레임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정책·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게 정부지만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수긍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대표적으로 탈원전, 4대강 보, 가덕도 등 몇몇 정책 결정 과정을 대단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과학기술이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 지배)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이 한층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과학계 정부 불신이 여전하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19조원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4년간 유례없이 큰 폭으로 R&D 예산을 늘렸다. 이처럼 객관적 수치로만 보면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과학계 홀대와 소통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성에 기반한 과학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사회적 반향이 엄청난 탈원전 등 일부 논쟁적 이슈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을까.

▷사실 탈원전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이슈다. 원전은 여전히 우리 전력 공급의 20~30%를 담당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수십 년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밖에 답이 없다는 분위기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대안을 찾아가면서 원전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선언적으로 탈원전을 결정해버리니 원전 관련 단어만 들어가도 연구비를 자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예컨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핵연료로 재활용해 핵폐기물을 확 줄일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개발 관련 예산도 대폭 줄어들었다. 정부 스스로 탈원전 프레임에 갇히면서 후퇴하면 항복하거나 패배하는것처럼 돼버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


―백번 양보해 탈원전은 하더라도 짓던 원전은 지어야 하는거 아닌가.

▷지금 건설 중인 원전은 그대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연장한 것은 잘했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출간했는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이츠가 2013년 한국에 온 것도 원전 때문이었다. 게이츠는 100㎿ 정도 크기 소형 원전을 만들어 개도국에 뿌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니즈를 해결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형 원전이 훌륭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원전 인프라스트럭처가 무너지면 북한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신재생이 원전을 대체할 수 있나.

▷태양광 발전으로 원전을 대체하려면 서울시 면적의 5~6배에 해당하는 약 3000㎢ 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토의 3~4%를 태양광으로 깔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엔지니어들은 생각한다. 또 태양광·풍력발전소 설치에 따른 산림 파괴 등 환경 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을 늘려 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지만 엔지니어는 대안을 찾는 학문임을 말하고 싶다.

―인구절벽 해소를 위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인구절벽은 심각한 문제다. 연간 출생아 수가 1960년대 초반 110만명에서 작년 27만명으로 급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사회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전 국민에게 논산훈련소와 같은 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특전사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회가 완전히 다른 작동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과학기술이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모두 과학기술 지식으로 무장한 특전사가 돼 일당백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교육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우리 교육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입시에서 정시 비중이 얼마인지를 따지는가 하면 인공지능(AI) 시대에 꼭 필요한 개념인 행렬과 벡터를 어렵다는 이유로 고교 수학 과정에서 빼버렸다. 과학·사회 과목을 다 합하면 17개 정도가 된다. 과학 8개 과목, 사회 9개 과목이다. 이 중 학생들은 2개만 골라 공부하면 된다. 이러면 물리의 'ㅁ'자도 모르는 학생이 공대에 진학할 수도 있다.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일부 미국 대학은 졸업장 대신 인증서를 발급한다. AI라면 해당 분야 강좌를 들었는지 보고 인증서를 나눠주는 식이다. 인증서를 받은 학생은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 등에 이를 제출하면 된다. 아직도 우리 대학은 대학에 가는 문이 딱 하나이고 나가는 문도 하나인 성곽 구조다. 왜 한 학기가 16주여야 하고 졸업에 8학기가 필요한 것인가. 몇 학점 이수했다는 사실로 졸업장 장사를 하는 데 대학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다.

게임 개발자 잇단 연봉 인상…글로벌 인재전쟁서 불가피한 현상


―게임 업체 중심으로 개발자들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구글 등을 보면 스탠퍼드대에서 데이터사이언스 쪽 박사 학위를 갓 받은 사람이 50만달러까지 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다. 4차 산업 분야 인재 풀은 완전 글로벌화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력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가 인재를 붙잡을 수 있을까. 글로벌 시대에 어느 정도는 연봉 수준을 맞춰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성과를 더 내려면.

▷1970~1990년대 고도성장기 때 키워드는 중간진입 전략, 패스트 폴로어 전략,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이다. 이게 굉장히 인위적인 발전 방식이다. 유럽처럼 자연발생적 과학기술 발전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억지로 한 측면이 크다. 이런 게 고착화하면서 창의성이 아닌 매뉴얼 우선 문화가 정착됐다. 또 도전보다 실패를 더 크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체감을 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세계에서 1위 하는 분야 등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진단키트 등 몇몇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했다. 또 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75%를 점유하는 반도체 등 부분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미나리' 등 영화에 대해서도 반응이 좋다. 이제는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으니 '퍼스트 무버'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과총 회장직은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자리다. 비영리기관이면서도 과학기술인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다양한 역할과 기대가 부여된 집합체다. 과총 역할은 과학기술계 구심점이자 과학기술계를 정부, 국민과 연결하는 가교로서 과학기술을 통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로 무장하고 특히 젊은이와 여성의 과학기술 분야 진출이 이뤄져야만 4차 산업혁명은 물론 본격적 인구절벽 시대를 감당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사람'이 솔루션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과학기술 대중화와 소통을 통해 미래 세대와 접점과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종 포럼과 토론이 생중계되면서 과학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 과총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1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더욱 힘쓸 계획이다.

▶▶He is…

△1954년 서울 △1976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3년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 박사 △1987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11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2012년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2014년 서울대 부총장(연구) △2017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2020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정리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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