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순두부집 사장님 로봇사업에 뛰어든 까닭

입력 2021/03/23 17:33
수정 2021/03/24 08:07
베어로보틱스 하정우 대표

실리콘밸리서 순두부집 하다
음식 나르는 로봇 필요성 절감
'서비'개발, 韓·美·日 식당납품
지난해 선주문만 1만대 받아
"자영업 고충서 시작된 사업"
27678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한 피자가게에서 자율주행로봇 `서비`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순두부 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었다. 자율주행 로봇 이름은 '서비(Servi)'. 지난해 말 선주문만 1만대에 달했다. 올해 들어 월 500대 수준으로 로봇 양산을 시작했고, 생산량을 높여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외식업체, 급식업체, 요양병원, 카지노, 호텔까지 음식을 서빙하는 모든 곳에서 서비를 찾고 있다. 순두부 집 사장님으로 서비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사진)다.

276786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하 대표는 "순두부 집을 창업해서 서빙도 해보고 주방일도 해보니까 음식을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이 떠올랐다"며 "식당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그 사람에게는 식당 관리가 중노동이어서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직원 숨통이 트이니 고객 서비스 질도 자연히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하 대표는 인텔과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이력을 쌓아온 개발자다. 2016년 한식당 '강남순두부'를 인수할 당시 그는 단순히 외식업 투자 정도로 생각했다. 하 대표는 "동포 사회에 맛있는 음식점이 부족해서 내가 원하는 음식 하나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면서 "외식업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을 뽑으면 영업을 좀 도와줘야지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 주중에 서빙하고 주말에 요리하고 정신이 없더라. 일할 사람도 부족했다"며 "서빙로봇은 자영업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스레 튀어나온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음식점 창업 1년 만인 2017년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지만 하드웨어 제작인 로봇을 만드는 일은 처음이었다.


하 대표는 "무모할 수 있는데 엔지니어로만 20년을 넘게 해서 필요하면 만들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하드웨어 제작에 나서니 로봇 부품이 없어 설계에 뛰어들었고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자율주행 로봇업체와 차이가 난 것도 여기서 발생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공개된 것이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통합해서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회사 직원 90여 명 중 70%가 엔지니어인데, 이들이 통합 작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어로보틱스의 독자적 기술력은 지난해 1월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등에서 약 375억원(32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았다. 서비는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선주문 1만대가 이뤄졌고 현재 한국에서 위탁생산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대형 외식업체인 컴퍼스(Compass)를 포함해 한국 롯데GRS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에서도 서비를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매장 한 곳에 서비 8대를 도입한 곳도 나왔다.

외식업을 시작으로 접대 관련 산업이 쉽게 운영될 기술을 만드는 게 하 대표 목표다. 그는 "외식업 시장은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프렌차이즈부터 급식, 호텔까지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각각의 접대에 맞춘 다양한 종류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하 대표는 "3D 업종도 아우르는 기술을 통해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