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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이 뭐길래…왜 코로나 백신과 얽혀 공포가 되었나

입력 2021/04/06 23:00
수정 2021/04/06 23:14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
유럽의약품청 "아스트라와 연관성"
심장병약 복용자 출혈 주의를

혈전은 왜 생기나
운동부족·식습관 탓 혈관 노화땐
내벽에 흐물흐물 '플라크' 생기고
손상시 백혈구·혈소판 붙어 '피떡'

관건은 혈관 나이
심근경색·협심증·뇌경색·뇌출혈…
생명 뺏는 병 90%가 혈관서 비롯
혈관 나이 어리면 암도 잘 안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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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4월부터 75세 이상 어르신, 코로나19 취약 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에 이어 5~6월에는 65~74세 어르신, 보건의료인과 사회 필수 인력이 백신을 접종한다. 다시 말해 백신 확보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상반기에만 18~64세 성인을 빼고 거의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는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전 국민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접종 후 생명을 위협하는 혈전(血栓·피떡) 생성과 같은 부작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백신 접종 거부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혈전 부작용 간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6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심장병이 있다면 복용하는 약물 중에 일부는 백신 접종 후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혈전은 몸 전체를 순환하는 혈액 일부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를 말하며, 혈전증이란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현상을 뜻한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피가 흐르지 못해 심한 경우 주위 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피부가 새까매지거나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해 심정지가 올 수도 있다. 혈관 안에서 혈전이 만들어져 덩어리로 존재하다가 일부가 떨어져 나가 폐나 심장, 뇌 등 다른 장기의 혈관을 막는 경우는 혈전색전증으로 불린다.

발병 원인은 혈류 느림, 응고 과다, 혈관 손상 등 3가지 요인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혈전증의 직접 원인이 된다. 임상 상황에서는 입원, 수술, 거동 불가능, 임신, 경구피임약, 암, 감염 등이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고 혈전증이 발생한 장기 위치와 혈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임성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혈관을 따라 발적과 통증이 생기거나 한쪽 팔다리가 붓고 열감이 발생하면 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임상 상황에 있는 환자도 혈전증 발생 위험이 높다"며 "특히 혈전증은 거동할 수 없어서 앉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장기 입원 환자인 기저질환자, 40대 이상 남성과 임산부에서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백신 접종 때 이상 반응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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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혈전 공포를 계기로 혈관 건강이 왜 중요한지 알아본다. 전문가들은 혈전증이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지만 20대에도 노출될 위험이 있는 만큼 평소 '혈관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이시이 히카루 박사(신니혼바시 이시아 클리닉 원장)는 '혈관을 알아야 건강이 보인다'(이콘 출간)라는 저서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의 약 90%가 바로 혈관 질환들로 인해 발병률이 증가한다"며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익혀 혈관의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몸의 혈관은 길이가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약 10만㎞에 달한다. 혈관은 동맥(심장에서 나가는 피)과 정맥(심장으로 들어오는 피), 모세혈관으로 크게 구분한다.


동맥은 대동맥·세동맥으로, 정맥은 대정맥·세정맥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모세혈관은 온몸에 그물망처럼 퍼져 동맥과 정맥을 잇는 가느다란 혈관으로 전체 혈관의 95%를 차지한다. 혈관 중 굵은 대동맥은 직경이 3~4㎝지만 모세혈관은 5~10㎛(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모세혈관을 지나는 적혈구와 백혈구의 지름은 7㎛다.

혈액(피)은 심장에서 나와 대·중·소동맥을 거쳐 세동맥까지 운반되고 모세혈관, 세정맥, 소·중·대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이 몸 전체의 혈관을 한 바퀴 도는 데 30~50초가 걸린다. 혈액량은 길이와 달리 동맥 20%, 정맥 80%의 비율로 흐른다. 특히 대동맥~세동맥에 전체 혈액량의 15%, 세정맥~대정맥에 64%가 흐른다. 모세혈관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늘지만 혈관 속에 끊임없이 혈액이 흐르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혈류는 바로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을 주로 가리킨다.

모세혈관은 60조개 세포로 구성돼 있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한다. 혈관이 건강해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공급되면 세포가 활성화되고 재생 능력이 상승해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며,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 즉 산소·영양소와 이산화탄소·노폐물의 물질 교환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가 건강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다카지와 겐지 도쿄 의과대 순환기 내과 교수('혈관이 살아야 내몸이 산다(이상 출간)' 저자)는 "돌연사는 스트레스나 바쁜 일상, 과식 등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혈관의 노화가 촉진됐기 때문"이라며 "혈관 노화는 혈관이 단단해지는 것으로 30대에서도 연일 밤샘을 하거나 과로할 경우 혈관이 노화돼 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혈관의 노화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혈액 내 지나치게 많은 지방 성분 물질이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상태) 등과 같은 생활 습관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0세 이상 높게 나타날 수 있다. 평소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심근경색 등의 혈관 사고로 돌연사하는 것도 혈관 나이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는 게 다카지와 교수의 지적이다.

혈관 노화의 주범은 나이와 함께 나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이다. 나이를 먹으면 피부 탄력이 없어지고 기미나 주름이 증가하듯이 혈관도 노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현대인은 젊어도 운동 부족, 수면 부족,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 노화가 빨라지고 혈류 순환이 악화된다.

혈관 노화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혈관 벽은 혈액 흐름과 가까운 순서대로 내막, 중막, 외막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혈관은 탄력을 잃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여기에 과식이나 과음, 운동 부족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이 이어지면 혈액과 직접 닿는 '혈관내피'에 혈액 속의 지방이나 유해 콜레스테롤이 들러붙는다.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출동하는 것이 '대식세포(macrophage)'로 지방과 유해 콜레스테롤을 먹어 치운다. 문제는 유해물질을 모조리 먹어 치운 대식세포가 통통하게 살이 쪄 그대로 혈관 내벽에 붙어 '플라크'라는 흐물흐물한 혹을 형성하게 된다. 이 플라크는 쉽게 벗겨지거나 찢어져 그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다량의 혈소판이나 백혈구가 모여 핏덩어리를 만들게 된다. 이게 바로 혈관을 막는 '혈전'이다. 혈전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 혈관을 막게 된다.

혈관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노화된다. 과식이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도 혈액을 더럽히고 이는 혈관 노화로 이어진다.

혈관은 노화되고 상처가 나도 혈관 자체가 목이나 위(胃)처럼 통증이 없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나면 곧바로 목숨을 앗아갈 만큼 무섭다. 이 때문에 혈관 질환은 '침묵의 질병'이라고 한다. 혈관 노화 및 손상의 대표적인 질환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협심증이다.

뇌졸중은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속에 출혈이 생기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발생하면 피가 돌지 않아 뇌 조직이 산소와 영양 부족으로 굶어 죽는다. 목숨을 건져도 몸 한쪽에 마비가 오거나 실명, 시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심장이 괴사하는 질병이고,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되는 병이다.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심장이 혈액 부족 상태에 빠져 가슴과 등 부위에서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액 순환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면역학 권위자인 아보 도루 박사는 "암은 신진대사 이상으로 모세혈관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모세혈관의 혈류가 좋아지면 혈액 속 적혈구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체온이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암세포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반대로 혈류가 나빠져 저산소·저체온 상태가 되면 암세포는 활성화된다. 따라서 암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는 저산소·저체온 상태가 되지 않도록 혈류를 개선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혈관 건강의 기본은 올바른 생활·식습관 개선, 스트레스 줄이기, 적당한 운동,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등에서 시작된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흡연을 한다면 당장 끊어야 한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포화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걷기, 수영, 등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이 생활 속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하루 300㎎ 이하로 줄이고 포화지방은 칼로리의 10% 이하로 조절한다. 다만 운동은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다. 격렬한 운동은 혈류 속도를 지나치게 높여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 노리오 일본수면의학협회 이사장은 '기적의 수면법(덴스토리 출간)'이라는 책에서 "심장박동수를 올리는 격한 운동을 하면 대동맥과 모세혈관이 받는 충격이 다르다"며 "포유류의 심장박동수는 평생 23억회 정도다. 격렬한 운동은 그만큼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병문 의료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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