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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기사 나오는 기관장 대신 직원 5명 벤처로 간 전직 차관님

입력 2021/04/19 17:53
수정 2021/04/19 19:59
장석영 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지난달 퇴임후 한달도 안돼
수소연료전지 회사 대표로
고위공직자 인생2막 新모델
"국산기술로 완성차납품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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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의 핵심인 스택 가격의 약 10%가 촉매 값입니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주로 다국적 기업 촉매를 쓰는데 우리 회사 제품이 성능도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 시장 개척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정부부처 차관 출신으로 기술 창업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인생 2막을 연 이색 행보가 화제다. 주인공은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사진). 그는 지난 3월 퇴임 후 낙향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15일부터 직원 5명인 금양이노베이션 대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파격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능기부'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회사 사무실로 출근한 장석영 대표는 매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직원은 저까지 포함해 총 6명"이라며 "지인이 작년 10월에 수소 연료전지 벤처를 만들었는데 제안이 왔다. 정부에서 수소경제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양이노베이션은 부산의 발포제 관련 화학 소재 전문기업 (주)금양의 계열사다. 지난해 KIST로부터 초미세나노입자를 합성할 수 있는 촉매기술을 이전받고, 올해 2월부터 전략적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백금 촉매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제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연료전지도 결국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것인데 저희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 개발 부분"이라며 "백금을 골고루 균일하게 뿌려서 도포해 주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성능도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1월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경 CES 비즈니스 포럼에서 본 현대차 수소경제 강연이 인상 깊어 방향을 틀고 수소경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 날 다른 일정이 있어 과기정통부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뒤 삼성전자 강연까지만 듣고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강연 내용에 깊은 흥미를 느껴 LG전자 강연에 이어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부사장의 '수소사회 도래와 미래 비전 2030' 강연까지 메모하며 '열공'하고 나서야 다음 일정으로 이동했다.

장 대표는 "현재 완성차 업체는 다국적 기업에서 촉매를 받는데 저희 제품 성능이 외산 제품만큼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능에 더해 저희가 균일한 나노 기술로 가격 경쟁력도 더 있을 수 있다. 올해와 내년에 적극적으로 성능을 점검받고 수소완성차 업체의 벤더 중 하나로 합류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소전지의 원료와 기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미 '과기정통부 차관'이 아닌 '수소 연료전지 분야 벤처기업 대표'로 수소 연료전지 '척척박사'가 돼 있었다.

장 대표는 각자 대표다. 각자 대표는 각 대표의 결정이 법인 대표의 결정으로 효력을 가진다. 그는 "기존 대표가 자금과 투자 쪽을 주로 담당하니 저는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을 주로 하는데 둘이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며 "홍릉에 와 보니 환경이 너무 좋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언제든 실험실로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1967년 경북 예천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정보통신부 정책총괄과, 미래창조과학부 정책기획관,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과기정통부 2차관을 역임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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