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건강] 위·대장내시경 장비 국산화 시급

입력 2021/04/21 04:03
年 600~700만건 내시경검사
올림푸스 등 日서 주로 수입

韓, 연구개발비 100억 확보
5년내 내시경 국산화 기대
38158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한 해에 약 337만건의 위내시경, 약 275만건의 대장내시경(2016년 기준) 검사를 받는다. 내시경 검사는 직장인들이 매년 건강검진 때 혈액 검사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위·대장 내시경은 국산 제품이 없어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쓰는 내시경은 약 80%가 일본 올림푸스 제품이고 나머지는 독일 칼자이스, 일본 펜탁스, 후지노에서 수입한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중국 회사 10여 곳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은 대당 세트로 약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내시경 기기에 붙은 램프는 수시로 갈아줘야 하고 의사가 눈으로 확인하는 스코프(scope)는 4000명 정도 검사를 하고 나면 약 3000만원을 들여 교체해줘야 한다. 특히 올림푸스를 비롯한 일본 제품들은 몇 년마다 업그레이드해 국내 병·의원들이 내시경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다.

381580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조주영 이사장

조주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교수)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시경은 최근 진화를 거듭해 500~1000배 이상 확대가 가능해져 조직검사 없이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암세포를 발견·관찰해 그 자리에서 진단하고 곧바로 절제까지 가능해졌다"면서 "우리나라는 내시경 관련 논문 발표 순위가 세계 3~5위이고 의술 역시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내시경을 모두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소화기 내시경 수출을 제한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범부처 차원에서 향후 5년간 연구비 100억원이 확보돼 내시경 국산화에 시동이 걸렸다. 조 이사장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마나 연구비가 확보돼 수년 안에 내시경 국산화가 가능해졌다"고 반겼다.


의료계와 학계가 대기업과 함께 내시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정부는 인허가를 빨리빨리 해주면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약 10년 전 국내 한 대기업이 약 80% 공정까지 내시경을 만들었지만, 일본이 내시경 관련 노하우와 수많은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입해 쓰는 게 좋다는 목소리에 묻혀 내시경 국산화가 좌절됐다"며 "내시경 공정은 외국에 하도급을 주기 어려운 분야로 국산화가 이뤄지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은 최근 인공지능(AI) 내시경, 확대 내시경, 치료 내시경으로 분화되고 있다. 앞으로 진단은 AI 내시경이, 치료(수술)는 확대·치료 내시경이 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특히 내시경을 통한 소화관 암 절제술이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조기 위암이나 대장암을 수술하지 않고 박리 절제해 완전 치유와 장기 보존 면에서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AI 내시경은 올림푸스가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으며 암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올림푸스는 소화기 내시경 레버만 돌리면 기존 내시경보다 500배를 확대해 세포를 손금 보듯이 볼 수 있는 내시경(Endocytoscope)을 개발했다.

프랑스 셀비지오(Celvigio)는 1000배 이상 확대가 가능해 조직검사 없이 암세포를 볼 수 있는 '현미경 내시경'을 만들었다. 각국에서 소형 로봇이 원거리 조작으로 몸 안에 들어가 시술·수술하는 로봇 내시경도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이다.

조 이사장은 "내시경은 검사와 동시에 진단·치료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면서 "학회를 중심으로 내시경의 국산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