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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북, 가상세계서 한판 붙자"…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반란

입력 2021/05/25 17:37
수정 2021/05/25 19:45
"절대강자 아직 없다" 美기업들 메타버스 패권 전쟁

페북, VR 게임사 연달아 인수
애플, 증강현실에 대규모 투자

중소 기업들도 속속 도전장
메타버스 게임사 '에픽게임즈'
"수수료 못내" 애플에 선전포고
◆ 새로운 미래, 메타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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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메타버스' 시장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싸움의 진영은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거대한 기업은 기존에 확보한 우수한 인재들과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주도권을 쥐려 한다. 그에 비해 엔비디아 스냅 로블록스 에픽게임즈 같은 실리콘밸리의 중소 기업그룹은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거대 공룡 기업들의 아성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싸움


두 진영 간 싸움이 물밑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지난 4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도시 오클랜드의 한 법정에서 나왔다.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출시한 게임 '포트나이트'가 자사 앱스토어 규칙을 어겼다고 주장했고,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이러한 처사가 불법이라며 부딪힌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하나의 문서가 등장했다. 에픽게임즈의 한 임원이 2018년 소니의 가상현실(VR) 플랫폼에 메타버스 게임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애플 구글 등 플랫폼과 전쟁을 벌이기 전이었지만, 지금 이대로 양대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당시 30%)에 묶여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플랫폼 다변화를 노린 것이다. 한마디로 메타버스 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매우 좋다는 사실을 에픽게임즈는 3년 전부터 깨달았던 셈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애플이었기 때문에 결국 에픽게임즈와 애플은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을 시작했다.

◆ 활발한 M&A 경쟁


메타버스라는 미래 기술의 주도권 경쟁은 법정뿐만 인수·합병(M&A)의 형태로도 활발하다. 한 사례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는 지난 4월 말 VR 게임회사 '다운푸어'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VR 게임 개발사 중 네 번째다. '다운푸어'는 페이스북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VR 디바이스 오큘러스2에서 돌아가는 슈팅게임을 만들고 있다.


애플은 이달 초 'II-VI'라는 증강현실(AR)을 가능하게 하는 레이저 제조 기업에 4억1000만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9일 사진측량 기업 '캡처링리얼리티'를 인수했다. 현실 세계에 있는 사물을 3차원(3D)으로 재구성하는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예를 들어 '책상'이라는 3D 구조물을 측량해 디지털 세계에 입력해 놓고 비슷한 라이브러리 형태로 저장해둔 다음, 다른 책상의 3D 이미지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


구글 MS 엔비디아 스냅 로블록스 등 다양한 기업이 자체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어 아직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이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MS가 지난 3월 자사 이벤트 '이그나이트'에서 VR·AR 플랫폼 '메시'를 발표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 회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 위에서 사용자들이 손쉽게 VR·AR 세계를 구성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엔비디아 또한 4월에 개최한 자사 이벤트 'GTC 2021'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를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 19일 개최한 자사 개발자대회 '구글I/O'에서 3D 통신 기술 '스타라인'을 발표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회의 기술과 유사하지만 대화 상대방을 카메라로 스캔한 다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3D로 재구성해 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 스냅은 지난 21일 AR 안경 '스펙터클스'의 새 버전을 공개하고, 이 제품을 활용해 AR에서 새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개발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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