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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엔씨 넷마블 시대 끝났다…1위마저 위협하는 크래프톤

입력 2021/06/06 18:04
수정 2021/06/07 15:56
빅3 게임사 뚜렷한 정체 속
크래프톤, 실적·주가 질주
시총은 넥슨 21조와 비슷해져
영업이익도 엔씨·넷마블의 4배

크래프톤 신작출시 줄잇지만
3N은 올들어 신작 발표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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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의 개발사 크래프톤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최근 글로벌 히트 지식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차기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새 IP 발굴에 적극 나서며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가치는 국내 게임업계의 '형님' 격인 넥슨마저 위협할 기세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배그에 대한 대대적인 업데이트와 새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내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오는 12일부터 미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한다. 2018년 출시 후 전 세계 누적 가입자 10억명 이상을 끌어모은 '배그 모바일'의 후속작이다. 미국·중국에 이은 거대 시장 인도에서도 '배그 모바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전예약 시작 2주 만에 가입자 20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 크래프톤 전략도 더욱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게임업계 최대인 700명 규모 채용과 개발직군 연봉 2000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직원이 기부금을 조성하면 회사가 동일안 액수의 출연금을 보태는 '매칭그랜트'도 제도화했다. 첫 실천 사례로 지난 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110억원을 쾌척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 영업실적은 작년 넷마블을 제쳤고 올해 엔씨와 넥슨을 따라잡을 기세"라면서 "최근 광폭 행보를 두고 그간 조용했던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달라졌다는 얘기가 돈다"고 했다. 증권가는 증시 데뷔 시점을 이르면 다음달로 보고 있다.

◆ 주춤하는 3N…주가도 정체


반면 3N은 성장세가 주춤하다. 작년 코로나19로 게임 이용자가 늘면서 호실적을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넥슨은 올 상반기 신작 게임이 없는 데다 한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주력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 재택근무 여파로 신작 출시도 늦어졌다. 1분기 '어닝쇼크'를 낸 엔씨소프트는 신작 '트릭스터M'을 지난달 내놨다. 넷마블은 이달 10일 신작 '제2의 나라'를 출시한다.

달라진 분위기는 주가에도 나타난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 주가는 지난 4월 초 역대 최고가인 주당 3710엔을 기록했지만 최근 2400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34.8% 빠졌다. 그 결과 작년 말 한국 게임 기업 최초로 기업 가치 30조원을 넘어섰지만 현재 10조원가량이 증발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시가총액( 4일 기준)은 각각 18조5072억원, 11조7327억원으로 정체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크래프톤은 장외주식시장에서 최근 50만~6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단순 계산하면 시총은 21조~23조원으로 4일 기준 넥슨(2조1487억엔)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이 상장을 거쳐 실탄까지 확보하면 3N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중국 리스크가 한국 게임업계 변수


높은 중국 의존도는 리스크로 꼽힌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의 대표 게임이 '화평정영'인데, 이 게임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를 토대로 개발됐다는 게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두 게임이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작년 크래프톤의 아시아 매출이 1조4177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배경엔 텐센트로부터 받은 로열티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넥슨의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는 중국에서 연간 1조원 안팎의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로 이 게임의 현지 유통을 맡고 있는 텐센트는 넥슨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 게임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중국 청소년의 게임접속과 이용시간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미성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엔 중국 정부는 게임 심사 항목에 '세계관·가치관·인생관'을 추가했다. 텐센트도 국내외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도 텐센트와 같은 자국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가 중국에서 유통하기로 한 넥슨의 최대 기대작 던파 모바일 게임은 작년 8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선 '미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 게임을 재출시하게 된 것도 인도 정부가 작년 가을 중국과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국경갈등을 겪으며 중국 앱 사용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라며 "곳곳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가 자력으로 풀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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