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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면 좋아하게 되는 것"

입력 2021/07/20 17:26
국제생리과학연맹 펠로 된
'1호 국가과학자' 신희섭


생리학분야 대표 학술단체
세계적 석학 33명에 포함
의사 가운 대신 뇌 연구 택해
'한국 최초' 타이틀 여럿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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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의사 과학자'이자 뇌과학계 권위자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명예연구위원(71·사진)이 '국제생리과학연맹(IUPS) 생리학 아카데미' 1기 펠로로 선임됐다. IUPS는 1889년 스위스 바젤에서 발족한 저명 학술단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뇌과학·분자생물학, 면역학 등 생리학 전 분야를 포괄한다. 특히 올해에는 생리과학·인류 보건에 대한 생리학자들의 기여를 기념하기 위해 'IUPS 생리학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줄리 챈 IUPS 의장은 "생리학 발전을 위한 신희섭 박사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를 표한다"며 "연구 업적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신 위원 외에도 199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르빈 네어, 바바라 캐논 전 스웨덴왕립한림원장 겸 노벨재단 이사장, 프랜시스 애슈크로프트 영국왕립학회 회원 등 석학 33명이 이름을 올렸다.

신희섭 위원은 20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생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이온 통로' 연구를 시작으로 꾸준히 뇌 연구를 해왔는데 이를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국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한 세계적 뇌과학자다. '한국연구재단 1호 국가과학자' 'IBS 1호 연구단장'으로서 30여 년간 기억·감정·공감 등 인지기능과 사회성을 통합한 뇌 연구에 매진해왔다. 2012년 7월 IBS 인지·사회성 연구단장을 맡아 사회성 뇌과학 그룹을 이끌었고 지난해 말 퇴임한 후에도 조직을 일부 축소해 관련 연구를 지속 중이다. 현재 제넥신 설립자인 성영철 회장이 세운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뇌질환과 관련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이끌고 있다.


신 위원은 "대전(IBS)과 송도(벤처기업)를 오가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부족한 것 같다"며 "연구를 한다는 기본 전제는 비슷하지만 기업에서 연구하는 것은 '제품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더 절실한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가운을 벗고 뇌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이유에 대해 신 위원은 "의사는 신성한 직업이지만 내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연구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해부학 공부를 하면서도 특히 뇌에 흥미를 느꼈고 유전학을 하면서도 뇌과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것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아하는 걸 하라는 말은 특히 어린이나 젊은 사람에게는 조금 위험한 말인 것 같다. 세상 살기가 참 어렵지 않나. 하고 싶은 것만 하라는 것보다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는 게 생기고 그게 좋아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더 맞는 말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신 위원은 이번 IUPS 펠로 선정 이전에도 다양한 수상과 펠로 선정을 통해 국내외에서 학문적 명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 과학자의 상징인 미국국립과학원(NAS) 회원(2009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펠로(2018년)로 선임됐고, 국내에서는 호암상(2004년), 국민훈장 동백장(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2005년) 등을 수상했다.

명망 있는 과학자로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구하자 그는 "연구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솔직히 나 역시 '나를 위해, 내 꿈을 위해' 연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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