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구글 페북 MS 직원도 회사 뒷담화 고플 땐 이 곳 찾는다

홍성용 기자, 우수민 기자
입력 2021/07/21 17:31
수정 2021/07/21 21:48
문성욱 블라인드 대표 인터뷰

MS 등 직원 90% 이상 사용
실리콘밸리 이직때 필수 앱

블라인드는 공공의 적 아니라
기업문화 바꾸는 도구될 것

670억 투자유치, 4년내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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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기 전에 블라인드(Blind)에서 정보를 얻지 않으면 미친 짓이다."

요새 미국 실리콘밸리 이직시장에선 이런 말이 나돈다고 한다. 전 세계 테크 기업의 교본이 되는 실리콘밸리에서 이직할 때는 블라인드에서 회사 연봉과 복지, 각종 문화와 관련한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나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스타트업 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전체 직원의 90%, 페이스북과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70%가 넘는 구성원이 블라인드를 이용한다"며 "구글이나 우버, 에어비앤비, 리프트와 같은 실리콘밸리 모든 주요 기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고 회사 위상을 설명했다.


2013년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2014년 본사를 미국에 설립한 지 8년여 만에 이룬 쾌거다. 문 대표는 "미국 테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만 모두 1200만명인데, 한국 전체 사무직 근로자보다 많다"며 "미국 테크 업계에선 블라인드를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소개했다.

익명 기반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으로 불리며 소리 소문 없이 회원을 늘려왔다. 현재 누적 회원은 한국 370만명, 미국 150만명을 비롯해 총 520만명 이상이다. 최근 월간 순방문자수(MAU)는 370만명 수준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최근 3700만달러(약 422억원)의 시리즈C 투자 유치도 마무리했다. 누적금액만 670억원이 훌쩍 넘는데, 2025년에 증시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블라인드는 '소통 문제' 때문에 기획됐다. 문 대표는 "회사 구성원이 100명 수준일 때는 소통이 잘 되다가 1000명이 넘어서면서 회사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소통 일부가 막힌다"며 "익명으로 소통하는 채널에선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고 프로젝트를 할 때보다 훨씬 공감이나 동기부여가 활발히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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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근무 트렌드가 바뀐 것도 블라인드의 성장에 한몫했다.


문 대표는 "예전에는 기업이 직장인을 선택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직장인이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라며 "미국에서 자발적 퇴사율이 64%로 증가했고, 국내도 입사 1년 이내 퇴사 비율이 15% 수준에서 28%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비전과 자아실현이 서로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때 언제나 회사에 대해 얘기하는데, 회사는 이런 정보를 취합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익명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익명성이 우리 회사의 첫 번째 우선순위다. 그래야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나"라며 "두 번째는 사람들 이야기에 기반해 회사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블라인드의 익명 게시글들은 업로드 되는 순간 누가 썼는지 절대 확인될 수 없는 블라인드만의 암호화 방식을 쓴다.


유출될 데이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익명이 깨지지 않는 게 블라인드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정보에 기초해 사내 건의사항을 확인하고 문화를 바꾸려는 기업도 늘었다. 코스닥 1위 회사 셀트리온의 서정진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 블라인드 앱에 접속해 사내 이슈를 파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서 명예회장은 회사 시스템에 대한 건의나 프로젝트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 에어컨이나 화장실 비데 등 기물이 고장이 났다는 제보까지 샅샅이 훑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기업의 내부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도구로 블라인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최근 네이버의 노사 문제 등은 블라인드가 없었다면 공론화가 빠르게 안 됐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블라인드를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라인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유수의 빅테크 기업 몇 곳은 자사 채널에 올라온 내용으로 블라인드 측에 컨설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블라인드가 없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회사 얘기를 나누는 직장인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회사 문제를 수면으로 띄워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조직 문화를 바꿔가는 게 목표다. 문 대표는 "미국 테크 기업 직원이 전 세계에 퍼져 있어 캐나다 영국 독일 인도에서도 트래픽이 나오는데, 향후 그곳들로 서비스를 확장해갈 것"이라며 "기업을 넘어 조직 형태를 가진 모든 집단, 가령 종교단체나 학교에도 건강한 소통 문화를 안착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용 기자 / 우수민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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