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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전자 이유 있었네…TSMC 인텔 '샌드위치' 삼성 돌파구 마련될까

입력 2021/07/31 11:01
수정 2021/07/31 13:46
[MK위클리반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이달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당장은 희소식이다. 하지만 전체 사업 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 쏠림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삼성전자는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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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기가비트·Gb)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보다 전월 대비 7.89% 증가한 4달러10센트로 조사됐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들이 대량으로 제품을 구입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D램 고정거래가는 올해 1분기 장기 계약 시점인 올해 1월 5%, 2분기 장기계약 시점인 4월 26.67% 상승한 데 이어 3분기 장기계약이 시작되는 7월 들어 가격이 다시 올랐다.


올 들어 본격화된 반도체 슈퍼사이클 와중에 D램 가격 상승세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PC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트렌드포스는 팬데믹 상황 완화와 고객사 재고 증가 영향으로 올해 4분기에 가격 상승세가 멈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주로 구매하는 서버용 D램 주요 제품(32기가바이트·GB RDimm) 고정거래 가격도 이달부터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6%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분기보다 5∼10%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객사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4분기 추가 가격 인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낸드 가격 상승세도 다시 진행되는 분위기다. 메모리카드·USB에 쓰이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8 MLC)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보다 5.48% 증가한 4달러81센트를 기록했다. 다른 제품들도 지난달보다 고정거래가격이 4∼7% 수준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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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수요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네트워크 설비뿐 아니라 5G 스마트폰의 잇단 출시에 힘입어 계속 견조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이 같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반도체 쏠림, 그중에서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제품으로 편중된 구조가 심화된 가운데 다른 사업에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65조3900억원)를 합친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약 129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6조9300억원으로 55% 이상을 차지해 회사 안팎에서는 축포 대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 역시 메모리 부문의 매출·영업이익 기여도가 8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실상 메모리에서 돈을 벌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최근 산업계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와 미국 나스닥 상장설까지 돌았지만 전문가들이 단순한 루머로 취급한 이유다.


반도체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아직 대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현금 창출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메모리 사업부와 공장을 공유하면서 공정상 노하우는 물론, 투자 비용 절감 등 이점을 살리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한다는 건 현 단계에서는 효율적 경영 전략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편중은 심해지는데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제대로 속도가 안 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총투자액을 38조원 증가한 171조원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는 아직까지 청사진일 뿐 이 부회장의 수감 이후 계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TSMC와 인텔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다. TSMC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1280억달러를 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착공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이 회사는 미국에 총 6개 공장을 지어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확 벌린다는 목표다.

여기에 인텔은 삼성전자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급 초미세 공정 기술과 맞먹는 '인텔4' 공정 기술을 내년 하반기까지 상용하겠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인텔은 퀄컴 등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사도 차세대 파운드리 고객으로 유치했다.

인텔은 또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첨단 파운드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물량도 본격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장비는 한 해 생산량이 수십 대로 한정돼 인텔이 쟁탈전에 뛰어들면 삼성전자와 TSMC의 물량이 줄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EUV 장비를 확보하려고 ASML 본사까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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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기 평택 P2 반도체 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 1월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등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전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에 결단을 못 내리는 삼성전자는 급한 대로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상용화부터 서두른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경기 평택의 P2 캠퍼스에서 5나노 2세대 공정과 4나노 1세대 공정을 동시에 가동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신형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제품을,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제품을 본격 양산하겠다"며 "176단 7세대 적층(V) 낸드와 14나노 DDR5 D램 등 메모리 신제품도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생산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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