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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먹여살리는 산업인데…중국 이미 한국 제쳤다"…삼성 LG 발등에 불 떨어졌다 [위클리 반도체]

입력 2021/09/18 11:01
수정 2021/09/18 16:00
[MK위클리반도체]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청과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 기준으로 약 3.5%(180억달러·약 21조2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와 소재·장비업체 등의 생산액(재화·서비스 가치) 합계는 약 67조7780억원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4%에 해당한다. 같은 해 디스플레이 산업 일자리는 8만8000여 개였다. 대다수 제조업 업체가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수요처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여전히 국내에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핵심 인력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의 추격으로 수년간 지켜온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내 준 상황을 기술 초격차로 다시 뒤집는다는 목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경제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을 마련하고 국회와 함께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문 장관은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와중에 공세적으로 산업과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탄소중립·디지털화를 기회로 선도형 산업 구조로 전환을 서두르겠다"며 "사회적 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이끄는 포용적 산업 전환도 실현하겠다. 현 이슈에 대한 대응이 30년 뒤 우리 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정책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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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산업의 현 상황은 심상찮다. 최근 매일경제가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가 집계한 매출액 기준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자료를 업계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전체 매출액 점유율에서 중국이 40%를 기록하며 33%에 그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양국 간 점유율 격차는 2019년까지만 해도 11%포인트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TV,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 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이 급등하면서 점유율이 역전된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반으로 급성장 중이다.


중국은 기업이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을 때 지방정부가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투자 펀드나 정부가 보증한 은행 대출로 대부분 채운다. 기업이 실제로 투입하는 자본은 적다. 여기에 정부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 추가로 보조금을 줘 기업의 재무제표를 '건전하게' 바꿔준다.

BOE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지은 첫 번째 10.5세대 LCD 라인인 B9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장의 투자비는 총 460억위안(8조1700억원)이다. 이 중 BOE 자체 자금은 6.5%인 30억위안(5300억원)에 불과하다. 허페이시 산하 공기업이 210억위안(3조7300억원)을 댔고 현지 공공 투자 펀드가 60억위안을, 나머지 160억위안 등 총 220억위안(3조9100억원)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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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젠성 푸저우에 BOE가 건설한 중소형 OLED 공장(B15)도 마찬가지다. 총 투자비 465억위안 중 BOE의 부담액은 113억위안이며 푸저우시, 푸칭시 정부가 147억위안을 분담했다. 205억위안은 정부가 보증한 은행 대출이다. 2위 업체인 CSOT가 투자한 우한의 중소형 OLED 라인(T4)도 총 투자비 342억위안 가운데 CSOT가 부담한 액수는 100억위안으로 30%도 되지 않는다. 모든 투자금을 스스로 충당하는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출발선부터 지나치게 불평등한 셈이다.

중국업체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도 받고 있다. DB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10년간 BOE가 중국 정부에서 직접 받은 보조금만 2조원이 넘는다. 이는 같은 기간 BOE 누적 순이익의 59%에 달하며 보조금을 빼면 BOE가 이익을 낸 해는 10년 중 절반밖에 안 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BOE와 CSOT·비전옥스·톈마 등 중국 4대 디스플레이 기업이 2012년부터 8년간 타낸 정부 보조금 총액은 5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순이익 총합(20조원)의 25% 이상이다. DB금융투자는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계속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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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가동을 중단한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 공장을 중국 업체 CSOT에 매각했으며 올해 4월 관련 절차를 완료했다. <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정부는 천문학적 보조금 외에 인프라·세제 혜택으로 기업을 거든다.


우선 토지와 건물, 용수, 전기 등 인프라가 무상으로 지원된다. 생산성(수율)이 올라가면 격려금이 지급된다. 또 중국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첨단 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25%에서 13%로 낮춰주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장비와 소재는 무관세 혜택도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 덕에 중국업체들의 생산 원가는 한국 대비 71%에 불과하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투자비의 최대 6%를 세액공제하는 걸 제외하면 인프라와 수입 장비·소재에 대한 무관세만 일부 제공하는 정도다. 신성장 시설투자에 대해 3%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매출액 중 연구개발(R&D) 비용이 2% 이상이고 개발비 중 신성장기술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60.7%를 점유하며 한국과 대만을 압도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최후의 보루로 삼은 OLED다. BOE·CSOT·비전옥스·톈마는 올해 중소형 OLED 신증설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올해 중국 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이 계획했던 증설 투자를 끝내면 6세대 OLED 패널 기준 월간 수십만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옴디아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점유율이 올해 15%에서 내년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유비리서치는 현재 스마트폰 OLED 시장의 80%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내년에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에는 세계 3위 TV업체인 TCL을 비롯한 완제품 업체들이 많고, 조악한 품질의 디스플레이 패널도 소화가 가능할 정도로 내수가 크고 다양하다"며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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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스플레이 업종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새 삼성·LG의 디스플레이 분야 설비 투자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장비 회사 상위 20곳의 영업이익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가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회사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상위 20개사의 지난해 합계 성적은 5조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는 8140억원에서 4010억원으로 51%나 줄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정부의 파격 지원이 절실하다고 본다. 업계는 일단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핵심 전략기술에 OLED와 QD-LED(퀀텀닷 LED·QLED) 기술을 포함해달라고 건의했다. 핵심 전략기술에 포함되면 R&D 투자에 대해 30~5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시설 투자는 6~16%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업계는 또 정부가 QD 디스플레이와 친환경·초현실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QD 디스플레이와 나노 공정 기술에 특화한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도 업계의 요구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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