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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는 99% 성공한 발사…우주로 달리는 건 시간문제"

입력 2021/10/29 17:01
수정 2022/02/23 13:38
[Weekend Interview] 누리호 1호기 제작 최전선 이원철 KAI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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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석연구원이 KAI에서 제작한 누리호 1단 추진제 탱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볼트 하나하나에 피와 땀이 영근 결정체가 날아올랐을 때 현장에서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KAI]

'제발.'

지난 21일 오후 4시 59분 56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1호기 1단부에 장착된 4개의 75t급 엔진이 연기를 피어내고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을 때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선 종교가 없는 이들마저 빌었다.

엔지니어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발사가 성공하기를' '내가 담당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아파트 15층 높이(47.2m)의 발사체가 이륙→1단 분리→2단 점화→페어링 분리→2단 분리→3단 점화를 거쳐 마침내 저 멀리 점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엔지니어들은 안도했다.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빨리 꺼지면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시험 발사에서 목표 과제로 삼았던 99%는 성공했다고들 여겼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누리호 2호기의 전기 하니스(전장용 배선) 장착 작업을 하다 온 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발사체생산팀 수석연구원(48)을 지난 27일 영상 인터뷰로 만났다. 이 수석연구원에게 누리호 1차 발사를 지켜본 소회를 묻고, 완벽(完璧)에 완벽을 기하고도 하늘에 성공을 기도해야 하는 엔지니어의 속마음을 들었다.

―발사 '카운트다운'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엔진이 점화되는 순간,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 같았다. 요샛말로 하면 심장이 쫄깃했다. 제가 담당한 전기 하니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발사 전체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발사체가 불꽃을 내뿜었을 때 기분은.

▷불꽃이 참 아름다웠다. 함께한 작업자분들이 특히 감격했다. 볼트 하나하나에 피와 땀이 영글었다. 그 결정체가 날아올랐으니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3단 엔진이 46초 일찍 꺼졌다.

▷3단 엔진이 정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이 복잡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혹시 내가 작업한 부분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갖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발사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하고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2호기 발사 때는 문제가 없도록 보완하는 게 목표다.

―이번 발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수행한 입장에서 보면, 75t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한 1단부 엔진과 추진체 탱크의 성능이 문제없이 작동했다. 목표 고도에서 1~3단 각 단, 페어링, 위성 모사체 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700㎞ 고도까지 성공적으로 비행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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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성공이냐 실패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누리호는 이제 막 첫걸음마를 한 어린아이와 같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보고 잘했다, 못했다 얘기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리호 발사는 99%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첫 발사 만에 100% 성공을 거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첫 발사 때 이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엔진이 점화되고 발사체가 폭발하는 일도 있다. 누리호는 제대로 날았다. 위성 모사체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한국은 실패에 관대하지 못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얼마나 큰가.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개발 문화를 보면 '결과는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도전과 탐험의 과정이다.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주 발사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미국 스페이스X도 여러 번 실패했다. 실패가 쌓여야 문제점을 보완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시간과 돈과 인력이 계속 투자된다면 한국이 해외 우주선진국들을 곧 따라갈 수 있다.

―고흥에서 지낸 지 얼마나 됐나.

▷2016년부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로 들어와 체계 총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다가 나로도로 내려간다고 하니 집사람과 부모님께선 나로도가 과거에 귀양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제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가는 줄 알았다(웃음). 오해는 풀렸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고 가족들이 특히 기뻐했다. 집에는 주말에만 다녀온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렇게 지낸다.

―누리호 개발 최일선에 투입됐을 때 심경은.

▷제가 올해 KAI에 입사한 지 만 20년이다. 그동안 항공기 개발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했다. 우주발사체는 지구를 벗어나는 물체다. 우주발사체 분야에 참여하는 것은 '우주(宇宙)'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제작해 발사할 수 있게 된다니 매우 기뻤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벽은 예상보다 높았을 텐데.

▷우주발사체 개발 현장에선 선생님도 없고 교재도 없다. 맨땅에 헤딩하듯 해왔다. 해외 우주선진국들은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극비로 다루고 있다. KAI가 참여하고 있는 체계 총조립 부문에 대해 주관기관인 항우연은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을 경력자로 뽑아달라고 했다. KAI는 여러 경험을 가진 분들 중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를 선발했다. 특히 1단 추진제 탱크 제작 부문은 대형 구조물을 다뤄야 하고, 정밀한 용접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원을 선발해 제작을 수행했다. 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모였기에 기술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도 숙련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로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며 겪는 시행착오란.

▷센서가 밀집하고, 배관과 전기 하니스가 복잡하게 몰린 구조체를 조립하다 보면 작업자의 손은커녕 공구조차 들어가지 않아 조립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는 작업자 각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노하우를 모아 특수공구를 직접 만들어서 해결했다.

―우주 발사체 제작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 하나가 결함을 낳는다. 결함은 발사 실패라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각 과정별 조립 작업은 진행 단계별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자동차는 운행 중 문제가 있으면 세워서 고칠 수 있지만, 우주발사체는 엔진에 한 번 불이 붙으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다. 지상 작업을 완벽하게 했더라도 실제 우주발사체가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동안 어떤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받을지도 알 수 없다. 완벽에 완벽을 기하고도 성공을 100%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작업자들은 최상의 컨디션과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챙긴다.

―현장에서 암묵적인 '금기어'가 있다면.

▷암묵적인 금기어는 없다. 단지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말이 있다.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발사체는 원통형이다. 회전시키면서 작업한다. 소리가 나면 안 되는데 어디선가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나면 다들 깜짝 놀란다.

누리호 개발모델(EM)을 개발할 때였다. 1단 부분을 회전시키는데 '텅텅텅' 소리가 났다. 외관상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항우연에서 소리를 시각화하는 특수카메라를 가져왔다. 알고 보니 발사체를 잡아주는 고정 장치와의 높낮이 차이 때문에 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발사체로 전달되다 보니 크게 들렸다. 높낮이를 조절하니 '텅텅텅' 소리는 사라졌다. 이곳 사람들은 '텅텅텅' '달그락' 이런 소리를 싫어한다(웃음). 작업자들은 늘 "마무리 단단히 했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작업 공정에 대해 모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느냐는 뜻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누리호 개발 최일선에 참여하겠는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리호 개발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싶다. 기획이 잘돼야 개발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이 일을 택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해외 우주선진국들이 우주발사체를 날리고, 행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러웠다. 누리호 1호를 발사하고 나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혹시 우리 세대가 우주 개척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는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후배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우리는 과거 인류가 꿈꿔왔던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독자적 기술로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과학자·엔지니어의 꿈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재작년에 신입사원 채용 과정의 서류전형에 참여했는데, 우주 분야 지원자들이 써낸 희망부서를 보니 90% 이상이 우주발사체 분야로 오고 싶다고 했다. 빨리 사업이 확장돼 새로운 인재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2차 발사는 내년 5월 19일. 200여 일 남았다.

▷누리호 2호기는 3단부에 위성 모사체(1.3t)와 성능검증위성(200㎏)이 탑재된다. 나머지는 1호기와 똑같다. 현재 누리호 2호기의 3단부는 조립이 완성된 상태다. 1단부와 2단부 조립이 진행 중이다. 개발 일정에 맞춰 체계 총조립을 마치겠다. 1호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잘 보완해 2호기는 완벽하게 만들겠다.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담긴 의미는.

▷우리나라 땅에서 쏠 수 있는,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가 완성된다면 필요시 언제든지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인공위성 기술은 일정 궤도에 올랐지만, 우주발사체는 늘 해외 것을 써야 했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 위성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위성도 대신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누리호 개발은 달이나 화성 탐사의 기초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누리호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의 목표는.

▷현재 정부에선 한국형 발사체의 임무 다각화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AI가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체계종합업체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이원철 수석연구원은…

1973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1997년 동명전문대 전자과에서 산업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뒤 창원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공학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올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 20년 근무한 그는 경공격기(XKT-1) 무장제어시스템 개발, 한국형 기동헬기(KUH·수리온) 항전체계 개발, 다목적실용위성(KOMPSAT) 3호·5호 비행 소프트웨어 검증 시스템 개발 등에 참여했다. 2014년부터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체계 총조립과 누리호의 '혈관'인 하니스 인터페이스 설계를 맡고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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