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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K바이오 역사 새로 썼다

한재범 기자
입력 2021/11/14 17:33
수정 2021/11/14 20:02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유럽집행위 공식허가 획득
기술수출 아닌 자체 완성품
국내 바이오 기업 첫 해외승인

허가권고 다음날 이례적 승인
확산세 거세지자 서둘러 허가
미국서도 품목허가 협의 돌입

주사제 한계, 판매효과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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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만든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국내 바이오 신약 최초로 유럽 시장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스스로 모든 임상시험을 수행한 끝에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향후 미국에서도 허가를 획득해 명실공히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를 공식 승인(품목허가)했다. 지난 11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승인 권고 의견을 획득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유럽이 서둘러 정식 승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통상 CHMP가 승인 권고를 내리면 최종 품목허가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된다.

유럽·미국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국산 바이오의약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중도에 기술수출 없이 후보물질 개발부터 임상 3상까지 한국 기업이 직접 완료해 해외에서 공식 승인을 받은 것은 렉키로나가 최초다.

렉키로나의 유럽 허가는 지금까지 기술 수출을 주 목표로 삼아왔던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지금껏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사들은 임상 3상 이전에 기술 수출로 방향을 전환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최소 수천 억원이 드는 막대한 초기비용을 한국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은 렉키로나를 통해 기술 수출을 거치지 않고 임상 3상과 최종 판매까지 완주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산 바이오 개발사도 이제는 '완주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해 해외 시장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국내보다 수익성이 더 큰 유럽 시장에서 판로를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위탁생산(CMO)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영역에 치중해 있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신약 개발이라는 기폭제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MO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신약 개발을 최종 종착지로 밝힌 바 있듯, 신약 개발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마지막 관문과 같은 과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복제약·위탁생산 위주로 수익을 내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점진적 진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셀트리온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앞서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유의미하게 증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렉키로나를 투여한 고위험 환자군에선 중증환자 발생률이 위약군 대비 72% 감소했으며, 임상적 증상 개선 시간 역시 고위험 환자군에선 위약군 대비 4.7일 이상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약 편의성으로 따지면 경구치료제가 크게 앞선다는 분석이다. 하루 2회(회당 4정)씩 총 5일간 투여하는 MSD 경구치료제와 달리 렉키로나는 60분간 투약을 해야 한다. 투약 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럽 공식 승인 이후 매출이 얼마나 커질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허가를 발판 삼아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품목허가를 위한 사전 미팅에 돌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전략처럼 유럽에서 약품 처방률을 높인 후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해 미국에 진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셀트리온은 유럽 허가를 기점으로 세계 30여 개국 수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EC가 승인한 렉키로나의 적응증 대상은 코로나19가 확진된 성인(만 18세 이상) 가운데 보조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 않고 중증으로 이환 가능성이 높은 환자로, 국내 품목허가와 동일하게 정맥 투여 60분 단회 투약하는 방식이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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