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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마커의 진화…췌장암 조기에 찾는다

입력 2021/11/24 17:03
수정 2021/11/24 20:40
질병진단 활용되는 생체지표
바이오기업 새 먹거리 급부상

과거엔 혈압·혈당 등에 국한
최근 CFB 등 초정밀 지표 주목
JW, 췌장암 조기진단키트 도전
압타, 세계최초 폐암키트 개발

"내년 전세계 시장규모 17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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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진단 분야가 각광받는 가운데, 암 등을 조기 진단하는 데 핵심이 되는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 제품이 제약바이오 업계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체표지자로 직역되는 바이오마커는 체내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으로 몸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다. 열이 나면 감기나 독감, 코로나19 등을, 혈당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당뇨병을 의심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24일 "과거엔 혈압과 체온, 혈당 수치 같은 일반적 지표가 바이오마커로 주목받았다"며 "최근엔 분석 및 진단 기술 발전으로 세포 구성 물질이나 분비물 등을 통해 약효 예측이 훨씬 더 정밀한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바이오마커에 주목하는 것은 조기 진단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암 등 위험 질병에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더라도 조기 치료로 완치하는 것만 못하다. 이 분야를 선점해야 해외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JW바이오사이언스, 지노믹트리, 압타머사이언스, 웰마커바이오 등이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JW생명과학의 자회사 JW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바이오마커 'CFB(보체인자B)'와 'CA19-9' 기반의 췌장암 조기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CA19-9 단백질 바이오마커는 췌장암 말기 환자에게만 나타낸다. CFB는 초기 환자에게서 발현되기 때문에 암 진행 단계별로 검사가 가능하다. JW생명과학 관계자는 "이 키트가 상용화되면 극소량의 혈액만으로도 조기에 췌장암 환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스웨덴 진단기업 이뮤노비아와 해당 진단키트의 핵심 기술인 '다중 바이오마커(CFB, CA19-9)' 특허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 한국, 미국, 유럽 21개국, 중국, 일본에서 해당 지식재산권(IP)으로 등록돼 있다. 또 회사는 'WRS(트립토판-tRNA 합성효소)'를 활용한 패혈증 조기 진단 기술을 개발 중인데, WRS는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된 논문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주요 염증물 TNF-알파, IL-6보다 신속히 혈류로 분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바이오마커 기반 체외 암 조기 진단 기업인 지노믹트리는 지난 5월 오리온홀딩스의 중국 내 합자법인 '산둥루캉오리온바이오 기술개발유한회사'와 대장암 조기 진단 기술 '얼리텍-CRC'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얼리텍-CRC는 메틸화 바이오마커 신테칸-2를 이용해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압타머사이언스도 특정 분자에 특이적으로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핵산인 압타머 발굴 플랫폼 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로 압타머 기반 폐암 조기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 키트는 검사자에게서 뽑은 혈액 중 소량의 혈청(5㎕)에 존재하는 비소세포 폐암 증식과 관련된 바이오마커 4종(CA6, EGFR1, MMP7, KIT), 면역 관련 바이오마커 3종(C9, CRP, SERPINA3)의 양을 측정해낸다. 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폐암 위험도를 '고위험, 저위험'으로 나타내는 식이다. 항암제 개발 벤처인 웰마커바이오 또한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기 전 약물의 치료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에 기반해 혁신 항암제 파이프라인 9개를 개발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바이오마커 관련 조기 진단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 연구팀이 폐암을 혈액 검사만으로 조기 진단할 수 있는 'GCC2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고 밝힌 것이 한 예다.

바이오마커 시장 규모는 매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 576억달러로 집계된 바이오마커 시장 규모는 2023년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 영역은 종양, 심혈관계, 면역질환, 안과질환 등이다. 이 중 종양 영역의 전 세계 바이오마커 시장은 2016년 432억달러에서 연평균 14.9% 성장 중이며, 2023년에는 11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마커는 제약과 진단 산업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와 결합해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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