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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시작된 CEVI 5년 연구, K백신 새싹 틔웠다

입력 2021/11/25 17:34
수정 2021/11/25 21:37
바이러스 진단·예방 위해 설립
감염병 연구 중심축 자리매김
화학연 등 정부출연硏 8곳 참여

백신 후보물질 등 곳곳서 성과
민간에 이전해 상용화 준비
HK이노엔, 코로나백신 임상
레고켐은 코로나치료제 준비

기존 감염질환 연구도 지속
◆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K-R&D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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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확산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나날을 보냈다. 많은 이의 일상이 멈춘 시간이었지만 한편에서는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됐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유독 어려운 것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겪으면서 감염병을 경험한 인류가 다시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감염병은 빠르게 확산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주지만 유행이 끝나고 나면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과 시장에 기술 개발을 맡기기가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매일경제는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해온 과학기술 성과를 재조명하는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K-R&D'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같은 날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두 박사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방송을 통해 뉴스를 접했다. "한국에도 환자가 나왔다고 하니, 코로나19 백신도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화 중에 나온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약 3개월 만인 4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나왔다. 김성준 신종바이러스(CEVI)융합연구단 바이러스예방팀장은 "어떻게 말 한마디로 바로 후보물질 개발이 진행될 수 있었겠나"면서 "메르스를 포함해 5년 이상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며 백신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EVI융합연구단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의 중심축이다.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진단과 예방·치료·확산방지를 목적으로 2016년 출범해 내년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주관하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8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참여해 총 63명이 연구에 매진 중이다. 연구단에서 개발한 기술 상당수는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팀장을 비롯해 바이러스예방팀이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은 지난 6월 제약회사 HK이노엔에 기술이전돼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재조합단백질 계열로 DNA나 mRNA 백신 계열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같은 방식으로 기존에 개발 중이던 다른 후보에 비해서도 중화항체 생성능력(중화항체능)이 5배 이상 뛰어나다고 CEVI 측은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고, 단백질 말단 부위에는 세포 투과율이 높은 '세포 투과 펩타이드(CPP)'를 추가 발현해 세포 내 단백질의 전달 효율을 높였다. 김 팀장은 "CPP는 백신을 세포 안에 넣는 전달체 기술로, CEVI에서 개발해 원천 특허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CPP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기술이 아니다. CEVI융합연구단이 메르스 등 언제 한국에 다시 유행할지 모를 감염병에 대비해 연구를 진행하며 나온 결과물이다. 백신 개발을 위한 기본 골격이 되는 이러한 '플랫폼 기술'이 있었기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CEVI가 개발해 지난해 6월 국내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이전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도 메르스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하던 것이다.


한국화합물은행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새로 합성한 이 물질이 코로나19·사스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어 범용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19일 웰스바이오에 기술이전한 코로나19 고감도 면역진단 신기술 역시 3년 이상의 연구가 집적된 결과물이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항체를 높은 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기술로, 감염 여부를 진단할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후 체내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검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 항체를 진단하는 면역진단 기술이 있었지만 민감도가 높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김홍기 CEVI융합연구단 박사 연구팀은 면역진단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나노구조체가 적용된 진단용 기판을 개발했다. 여기에 항원·항체 등의 생체분자를 기존보다 50배 이상 고밀도로 집적했다. 김 박사는 "나노구조체가 표면적을 높여주기 때문에 표적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원리는 알려져 있었지만 나노구조체를 하나의 기판에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부착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고난도라 실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팀은 이에 앞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임신 진단키트처럼 눈으로 확인하는 ACE2가 적용된 항원 신속진단기술도 개발해 웰스바이오에 이전했다. 항원 신속진단기술은 항원 항체 결합반응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15분 내외로 확인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해서 메르스 등 다른 감염병 연구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다. CEVI는 최근 마크로젠에 메르스 연구에 필요한 실험용 쥐에 대한 기술을 이전했다. 이 실험용 쥐는 메르스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때 처음 결합되는 부위인 '인간 수용체'(인간 DPP4)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 수용체 유전자가 없는 실험용 쥐는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형질전환을 통해 인간 수용체 유전자를 보유한 실험용 쥐는 메르스에 감염되고 이를 통해 병증을 확인할 수 있어 치료제 등 연구에 활용이 가능하다. 김성준 팀장은 "메르스가 변이를 통해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여전히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으므로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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