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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만광년 밖 X선의 깜빡임, 외계행성 단서 됐다 [Science]

입력 2021/11/26 17:06
수정 2021/11/27 19:27
우리 은하 밖 첫 외계행성 후보 'M51-ULS-1b' 어떻게 찾았나

외계행성, 지구의 과거이자 미래
지구 밖 생명 찾는 첫걸음이기도

빛을 내지 않는 행성, 관측 어려워
항성 지나칠 때 별빛 변화로 찾아
지구 2800만광년 떨어진 외은하
가시광선으론 역부족 'X선' 활용

토성 크기·공전 주기 70년 추정
학계 "외계행성 예상보다 많을 듯"
검증 위해서는 수십 년 걸려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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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은하 밖에서 처음으로 행성 후보가 발견됐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밖의 다른 은하에도 행성이 존재할 것이란 예측은 있었지만 실제 관측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징후가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주에는 기존 예상보다 외계행성(태양계 밖 행성)이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잔 스테파노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CfA) 연구원이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2800만광년 떨어진 나선은하인 'M51 은하(소용돌이 은하)'에서 쌍성계 주위를 도는 새로운 외계행성 후보 'M51-ULS-1b'를 발견했다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X선 우주망원경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관측선(CXO)'과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턴'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NASA에 따르면 1989년 이래 현재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은 4575개다. 발견된 외계행성 후보까지 합하면 7954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행성들은 모두 우리은하 안에 존재하는 것들로 대부분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3000광년 이내였다. 만약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 후보 M51-ULS-1b가 실제 행성으로 확인되면 이 행성은 그동안 발견된 다른 외계행성들보다 수천 배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 된다.

행성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주로 행성 대신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 중심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는 '통과 측광법'으로 외계행성을 찾는다. 행성이 중심별 앞(천체면)을 통과할 때 별빛이 일시적으로 어두워지는 식(蝕·transit)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예컨대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날 때는 태양 밝기가 1만분의 1 정도 어두워진다. 금성은 224일마다 태양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이런 밝기 변화 역시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먼 우주의 M51-ULS-1b도 통과 측광법을 바탕으로 발견됐다. 다만 가시광선 대신 X선 영역의 빛을 관측했다. 가시광선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엔 천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X선은 일반적으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주변 짝별의 물질을 빨아들일 때 초고온 상태가 되면서 방출된다.


이때 X선 방출 영역이 넓지 않아 행성이 천체면을 통과할 경우 이를 완전히 가리기도 한다.

덕분에 훨씬 먼 거리의 천체도 관측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스테파노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X선을 이용한 통과 측광법이 외부 은하계 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지구에서 2800만광년 떨어진 항성 M51-ULS-1b의 관측 데이터에서 발견한 X선의 밝기 감소 현상은 약 3시간 지속됐다. 이 시간 별의 X선 방출량은 0으로 줄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주변 먼지나 가스 구름이 아닌 행성이 별을 완전히 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M51-ULS-1b가 토성 정도 크기이며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주위를 지구~태양 거리의 2배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70년 주기로 공전한다고 추정했다.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별의 중심핵이 강한 중력에 의해 붕괴하는 과정에서 원자 내부의 원자핵과 전자가 합쳐져 중성자로 변하면서 만들어지는 초고밀도의 별이다. 중심핵 질량이 태양의 2배 이상으로 큰 천체는 중성자별 대신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M51-ULS-1b의 중심별인 중성자별(또는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약 20배에 달하는 별과 짝으로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주위에서 행성 후보가 발견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정연길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별이 수명을 다하고 죽어가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강한 힘으로 별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별 주위 행성들이 대부분 튕겨 나갈 것으로 많이 예상했다"며 "행성의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죽어가는 별 주위에서도 행성 후보가 발견됐다는 것은 외계행성이 기존 예상보다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외계행성 후보의 존재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인 니아 이마라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천문학과 교수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관측한 천체가 행성임을 확인하려면 다음 천체면 통과 때까지 몇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게다가 70년으로 추산한 공전주기도 확실하지 않아 언제 관측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중심별의 짝별도 초신성 폭발을 거쳐야 하는 만큼 그 영향으로 행성이 파괴되거나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진은 공전주기가 더 짧은 우리은하 밖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M31과 M33 은하 관측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스테파노 연구원은 "우리은하 안에서도 X선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외계행성 탐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다양한 외계행성을 통해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탄생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외계행성에선 지구 같은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고, 수명을 다한 별 주위를 돌던 행성을 연구하면 행성의 진화나 소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지구를 닮은 행성과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도 중요하다. 천문학계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수가 별 1개당 평균 0.8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하 안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개, 전체 우주에는 우리은하 같은 은하가 1000억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케플러 우주망원경' 연구진은 우리은하 내 은하수에만 최소 500억개의 외계행성이 있고 이 중 최소 5억개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지구를 닮은 행성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를 닮은 행성은 지구처럼 지면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는 '지구형 행성'이면서 동시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섭씨 0~100도의 '해비터블 존(골딜록스 존)'에 속한 행성을 의미한다.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외계행성은 2014년 처음 발견됐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찾아낸 '케플러-186f'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를 닮은 행성은 약 60개다.

한국은 천문연이 독자 구축한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을 이용해 주로 지구로부터 약 3만광년 이내 거리의 외계행성을 찾고 있다. KMTNet은 행성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면서 별의 밝기가 순간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다.

중심별과의 거리가 지구~태양 거리의 1~10배 내외인 행성을 관측하는 데 유리하다. KMTNet이 가동되기 시작한 2015년 10월 이후 미시중력렌즈 현상으로 발견된 외계행성 60여 개 가운데 약 80%가 KMTNet으로 발견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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