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3년 걸리던 신약물질 발굴, AI 쓰니 7개월로

유주연 기자정희영 기자
입력 2021/11/29 17:35
수정 2021/11/29 17:40
SK케미칼 분당 본사 르포

신약개발사와 잇단 파트너십
실패할 위험 대폭 줄이고
AI 접목해 신약개발 가속화

본사에 스탠다임 연구소 마련
SK 설비 제공 등 긴밀히 협력
지방간약 공동임상 준비 한창
디어젠·심플렉스 등과도 제휴
110348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SK케미칼 에코랩에서 이수민 SK케미칼 팀장(뒤쪽 왼쪽)이 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오른쪽)과 실험을 지켜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SK케미칼]

"분자를 레고 조각이라고 생각해 볼까요? 분자 구조 디자인은 레고 조각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는 겁니다. 독창적인 분자 구조를 디자인하기 위해선 남들이 붙여보지 않은 레고 조합을 생각해야겠죠. 레고 조각 3개를 붙여 약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스탠다임 데이터베이스에는 레고 조각을 연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고리가 30만개 정도 있는데요, 이때 새로운 레고 조각으로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는 30만×30만×30만이 됩니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약물 조합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들 수 있는 거죠."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에서 만난 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한국의 AI 신약개발업체 스탠다임과 2019년 공동 연구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공동 연구의 첫 성과로 류머티즘성관절염 치료 물질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7월부터는 스탠다임 신약 AI 플랫폼 '스탠다임 인사이트'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이달 5일 SK케미칼 본사에 합성연구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신약 선도물질 설계부터 합성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효율적인 신약 개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장비와 설비도 공동으로 사용한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수민 SK케미칼 오픈 R&D TF 팀장은 "본사 사옥 안에 스탠다임 연구소가 위치해 보다 긴밀히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케미칼은 스탠다임 말고도 디어젠, 닥터노아 등 AI 신약개발사와 전략적 협업을 진행 중이다. 29일에는 또 다른 AI 기반 신약개발업체인 심플렉스와 신약 공동 연구개발(R&D)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실패 확률을 줄이고 개발 기간도 단축한다는 장점이 있다.


유망 벤처 투자·공동 연구개발 등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신약 개발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이수민 팀장은 "보통 한 가지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수백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직접 자체 R&D 조직을 꾸리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탠다임 합성연구소는 신약 개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대폭 줄인다. 과거 이론 연구나 반복적인 실험으로 직접 검증해야 했던 연구들이 AI 플랫폼을 통해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 속도가 한층 빠르고 효율화됐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을 통해 새로운 구조식의 바이오 약물을 발굴하고 어떤 적응증에 작용할 수 있는지 도출해 낸다. 김 연구소장은 "2~3년 걸리던 신약 선도물질 발굴 기간을 AI 플랫폼을 통해 7개월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케미칼과 스탠다임이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은 내년 이후 임상 1상 진입, 2023년 라이선싱 아웃(L/O)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스탠다임은 42건의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SK케미칼이 29일 새롭게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심플렉스와는 타깃 단백질에 대한 새 구조의 약물을 발굴할 계획이다. 심플렉스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SK케미칼이 이를 검증하고 임상 등 상용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도출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양사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판권 등 라이선스는 SK케미칼에 독점적으로 귀속된다. SK케미칼은 AI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 신약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유주연 기자 /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