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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이자·HK이노엔 특허분쟁, 5년만에 다시 법정行

정희영 기자한재범 기자
입력 2021/12/02 17:33
수정 2021/12/02 19:55
2016년 화이자가 이긴 소송에
이노엔서 특허무효 재청구
심판원 수용하자 화이자 불복
세계적 제약사 화이자의 블록버스터 통증 치료제 '리리카'를 두고 국내 제약사와 화이자 사이에 벌어진 10여 년간의 특허 분쟁이 다시 법원으로 향했다. 2016년 대법원에서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 5년 만에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2일 지식재산권(IP)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리리카 복제약(제네릭)을 판매했던 HK이노엔이 워너램버트의 프레가발린 일부 통증 치료에 대한 용도특허를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5월 낸 청구를 특허심판원이 받아들이자, 워너램버트가 지난달 23일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특허 분쟁은 다시 법원으로 가게 됐다. 워너램버트는 2000년 화이자에 인수된 미국 제약사다.


특허법원은 사건을 제2부에 배당했다. 아직 첫 재판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리리카는 화이자의 대표적 의약품 중 하나다. 현재 리리카 원료인 프레가발린의 신경병증성 통증과 섬유근육통 치료에 대한 용도특허는 출원된 지 20년이 지나 만료된 상태로, HK이노엔이 법원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우선판매권 등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송 결과에 따라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화이자에 낸 손해배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번 소송은 9월 특허심판원이 HK이노엔 신청을 받아들여 "프레가발린 성분의 일부 통증 치료 특허는 무효"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제약사들은 프레가발린 특허가 만료되는 2017년이 되기 전에 리리카 제네릭을 개발·판매하면서 리리카 특허가 무효라며 심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2012년 화이자의 프레가발린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전 특허와 비교해 진보성이 인정되고, 특허 명세서에 필요한 기재 요건도 모두 갖췄다고 본 것이다.

화이자는 반격에 나섰다. 제네릭을 판매한 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 2017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화이자 손을 들어줬다. 국내 제약사들이 화이자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22억원으로 선고됐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온 사건에 어떻게 반전이 일어났을까. 다른 제약사와 달리 HK이노엔 측은 1차 심결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 다시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중복 심판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소송 요건에 대해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다시 다툰 끝에 새로운 심판이 시작됐다.

HK이노엔 측 이재웅 법무법인AIP 변리사는 "당시 기술 상식과 기술 수준에서는 통상적인 기술자가 특허명세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리리카의 효과를 이해하거나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심결이나 민사 재판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있었기에 특허심판원의 인용 심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특허명세서에 제시된 내용만으로 당시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리리카가 신경병증성 통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HK이노엔측 주장이 타당한지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영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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