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AI로 감염병 전파 계산…K방역 '숨은 도우미'

입력 2021/12/07 17:42
수정 2021/12/08 00:20
AI·슈퍼컴퓨터 동원해
전염병 확산 유행 예측
"모임 줄이면 감염 위험
35% 감소하는 결과 나와"
델타변이 전파력 분석도
◆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K-R&D ③ KIST ◆

112172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KIST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아비니트(ABINIT). [사진 제공 = KIST]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 질에 영향을 주고 미국 뉴욕에서 토네이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 효과'를 전 세계 인류는 코로나19 대확산을 통해 처절하게 확인했다. 중국 우한에서 일어난 최초 감염이 전 세계 2억5000만명 감염자로 퍼졌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복잡계(complex system)'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인에 초점을 맞춘 예측 모델을 개발해 감염 확산을 예측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가 2013년부터 자체 개발해 코로나19 등 질병 확산·유행을 예측·계산하는 기술인 '거대 규모 행위자 기반 및 인공지능 코로나19 정책 수립 지원 기술'은 국민 5000만명의 성별과 나이, 직장과 이동 패턴 등 개인의 비식별 데이터와 교통 데이터, 카드 결제 내역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들의 이동 패턴을 만들어 내고, 이들의 움직임을 슈퍼 컴퓨터로 분석한다.

김찬수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는 "나이와 가족, 집, 직장, 교통 이용 패턴 등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개개인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이 개인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이후 또 어떻게 다른 이들을 감염시키는지를 분석하는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가상 공간 속 5000만명의 개인은 제각각 국민 개개인의 이동 데이터를 반영해 움직이면서 만나고 헤어진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를 파악한다. 가상 공간을 당구대라고 가정하면, 하얀 당구공(비감염자)만 있는 당구대에 빨간 페인트를 묻힌 당구공(감염자)이 들어가 흰 당구공과 서로 부딪히면서 빨간 페인트가 묻은 당구공을 늘려 간다.


이때 빨간 당구공이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을 좁히거나, 이동을 멈추게 하거나, 이동 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방역 조치'를 취하면 흰 당구공에 빨간 페인트가 묻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줄어든다. 흰 당구공의 움직임을 제한해 빨간 당구공을 만날 확률을 줄여도 효과가 있다.

1121722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김 박사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질병 예측 프로그램이 '앞으로 환자가 얼마나 발생할 것이냐'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물론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그 추이가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도출되는 것은 맞지만, 시뮬레이션의 주목적은 추이를 예측해 다음달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확진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역당국에 방역 정책에 대해 제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감염병 확산을 예측해 조심하라는 신호를 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조심하기 시작한다면 예측 결과가 달라진다"며 "이렇게 예측이 틀리게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KIST 연구진은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3차 대유행 당시 '5인 이상 거리 두기' 조치가 확산 억제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방역당국에 전달했고, 실제 방역 조치에 반영됐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을 40% 줄이면 약 한 달 반 후 감염 확산 가능성이 33%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만남 시간이 12시간 이면 감염 위험이 60%인데, 만남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면 감염 위험이 35%로 줄어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방역당국과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이 코로나19 예측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2013년 수도권 신종플루(H1N1) 전파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이후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 전파도 시뮬레이션해 방역 정책 수립을 지원했다.

역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력이 이전 변이에 비해 어느 정도 빠른지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다. 델타 변이 확산 당시에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7배 이상의 감염력을 가정해 계산해도 시뮬레이션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를 뒤집어 보면 델타 변이 감염력이 기존 변이의 7배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오미크론 역시 감염력을 시뮬레이션해 이에 맞는 방역 조치를 제안하는 게 가능하다. 오미크론을 포함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감염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