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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구찌·아마존보다 한국소비자에 당당한 이유 [아이티라떼]

입력 2022/01/13 14:48
수정 2022/01/13 15:50
애플코리아, 한국서 첫 감사보고서
매출·영업이익·배당 등 정보 공개

구찌·아마존웹서비스는 공시의무 회피
'유한책임회사'로 韓법인 변경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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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코리아가 한국 정부의 공시 강화 규정에 따라 첫 감사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애플코리아가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2009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회사 형태가 변경된 후 12년 만으로 한국 내 회사 구조를 바꿔 공시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기업과 대조됩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는 지난 12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2020년 10월 1일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한국 시장에서 매출액 7조971억9700만원, 영업이익 1114억9500만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그 전 회계연도의 매출액(5조7129억원) 대비 24.2% 늘어난 것으로 아이폰, 맥북 등 상품 매출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코리아의 법인세 유효세율(법인세비용÷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이번 공시로 처음 공개된 점도 흥미롭습니다. 애플코리아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871억원으로 법인세 유효세율은 27.5%였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의 유효세율(24.9%)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이번 첫 공시와 관련해 애플은 "애플은 한국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 왔고, 32만5000개 이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애플은 대한민국 내 투자를 앞으로 지속할 것이며 수개월 내 포항에 오픈하는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와 제조업 R&D 지원센터의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일부 외국계 회사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실적과 배당 등 주요 정보를 의도적으로 감추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고 각종 재무정보를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처가 나오자 갑자기 한국 자회사의 회사 구조를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죠. 유한책임회사는 회사 설립과 운영이 매우 느슨한 형태로, 현행법 상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매출과 이익, 배당은 물론 한국에서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인 구찌의 한국법인인 구찌코리아의 경우 한국 정부의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 강화 조처가 현실화한 2020년 말 유한회사였던 회사 구조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는 2020년 8월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다가 두 달 만에 유한책임회사로 재변경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공시 의무 부담이 새로 생기면서 특히 배당·세금 관련 민감한 정보를 한국에 노출하기 싫어하는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회사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이러한 변경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개시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도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관계 없이 예전 회사 형태를 유지하는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외국계 기업들이라고 이 같은 구조 전환의 유혹이 없었을까요? 애플·MS가 한국에서 명품 구찌나 클라우드 공룡 AWS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사소하지만 큽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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