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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도 반한 'SFR' 기술, 국내선 이미 개발 마쳤다

입력 2022/01/14 17:01
수정 2022/01/14 19:30
사용후 핵연료 태우는 소각로
소듐으로 식혀 폭발위험 줄어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도 '찜'
원자력연, 해외시장 진출 도전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를 크게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을 태우는 원자로가 있어야 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의 전용 원자로로 개발되고 있는 원자로는 '4세대 원전 선두주자'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다. 기존 원자로에서 쓰이는 중성자보다 빠른 중성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속중성자를 우라늄에 쏴서 플루토늄으로 만들고, 여기서 다시 발생한 중성자가 이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우라늄 효율이 기존의 원자로보다 100배나 높아진다. 고속로 중에서도 SFR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기존 원전들처럼 물로 식히는 게 아닌 액체소듐으로 식힌다. 액체소듐은 끓는점이 880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가 워런 버핏 회장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건설할 계획인 소형 원전도 SFR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1997년부터 SFR를 연구해 2020년 개발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1997년부터 SFR를 연구해 2020년 설계를 마쳤다. 어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다목적원자로기술개발부장은 "건설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단계까지 기술 수준이 확보된 상황"이며 "인허가 절차에 진입하기 위한 연구 정도만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SFR 기술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파이로 기술만 완성된다면 폐연료봉을 다시 연료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한국의 SFR는 전기 생산용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를 태우는 용도로만 설계되어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태워 부피와 독성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춘 '소각용 원자로'라, 전기 생산과는 무관하다.


어 부장은 "소각로의 개념은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해 SFR용 핵연료를 만들고, 이를 1년에 한 번씩 교체해 가면서 빨리 태워 없애 부피와 독성을 줄이는 것"이라며 "열이 나오니 전기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핵연료를 계속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에 발전용 원자로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더 시급하기 때문에 발전보다는 소각로에 연구를 집중했다는 의미이지만, 일각에서는 탈(脫)원전 기조 역시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4세대 원자로와 같은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 기조와 사회적인 여건상 국내에 4세대 원자로를 짓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각로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소각로 개념의 SFR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소형모듈원전(SMR)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지난해 4월부터 착수했다. 기술이 상당히 축적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원자력연구원 측의 판단이다. 소각로의 핵연료 교체주기는 1년이지만, 발전용 SFR는 핵연료를 한 번 장전하면 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20년 이상 오랫동안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끔 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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