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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술적 조치는 과도" 정부도 인정했었다 [Digital+]

입력 2022/01/21 17:05
수정 2022/01/21 17:18
'N번방 방지법' 통과 당시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모든 영상물 사전검사 조항
정부도 적용 않기로 합의

與, 며칠후 여론 눈치에 되살려
지난해 12월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5월 국회에서 처음 심의되는 과정에서 정부도 무리한 기술적 조치를 적용하지 않는 데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적 조치란 정부 데이터베이스(DB)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웹하드상 업로드된 영상을 '숫자값(DNA값)'으로 대조해 불법촬영물을 걸러내는 것으로, N번방 방지법 시행 이후 줄곧 무리한 사전 검열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매일경제가 확인한 국회 회의록을 보면 N번방 방지법 첫 회의였던 2020년 5월 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술적 조치' 조항을 삭제하자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박성준 의원은 "기술적 조치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 "국내 사업자와 외국 사업자(N번방은 러시아 소재 텔레그램에서 발생)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술적 조치 도입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같이 국회 상임위 회의 내용대로 입법이 전개됐다면 N번방 방지법은 다른 선진국 입법 사례처럼 웹하드나 SNS 사업자에 '불법촬영물 유포를 막는' 관리 의무가 부여되는 것을 골자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며칠 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기술적 조치 조항이 여당 측의 강경한 태도 변화로 좀비처럼 다시 되살아났다. 5월 20일 열린 법사위에서 당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번방 방지법 기술적 조치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강력하게 "20대 국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해당 조항을 살린 내용으로 법안 통과를 이끌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은 수시간 뒤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서 졸속 입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입법 과정 중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야당 측 반발은 현재 여야 대선후보 간 엇갈린 입장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사전 검열이 아니며 모든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N번방 방지법을 옹호하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디지털 성범죄는 처벌해야 하지만 (N번방 방지법은) 검열 소지가 있다"며 재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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