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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힘'…죽은 게임 되살리는 이용자

김대은 기자
입력 2022/03/09 21:39
수정 2022/03/10 08:46
9년전 사라진 게임 '레이시티'
서울시내 자동차 경주와 관련
국내외 이용자 팬덤 이어지자
태국개발진이 다시 만들어내
'노바 1492'도 부활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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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다시 해보고 싶다. 돌아와줘." 2015년 유튜브에 올라온 게임 레이시티(Raycity)의 주제곡에 달린 댓글처럼 사라졌던 게임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게임사가 아닌 게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되살려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레이시티는 2006년 출시한 레이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게임이 서비스되던 2000년대 중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서울 시내에서 원하는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게 특징으로, 2013년에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이용자 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즐기던 게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게이머들은 대체재를 찾아나섰다.


태국에선 서비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다들 태국 서비스로 몰려들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태국 서비스마저 종료됐다. 이후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거에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식으로 게임을 추억했다. SNS에서 '레이시티' 페이지를 운영하는 정종선 코오롱모터스 대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학창 시절에 레이시티에 몰두하곤 했다"며 "서비스 재개를 바라는 마음에 SNS 페이지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태국 개발진이 게임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2020년에 레이시티는 '리버스 레이시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이용자는 태국인 1800명, 한국인 700명 등 약 3000명이다. 새로운 자동차를 추가하고 각종 이벤트를 개최할 정도로 어엿한 상용 게임 수준에 이르렀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사설 서버 '리얼엑스 레이시티 '도 등장했다.


리버스 레이시티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사설 서버가 생기고 사라졌는데, 리버스 레이시티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는 게임 '노바 1492'가 있다. 노바 1492는 2002년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실시간 전략 게임이면서도 단순화된 조작 방법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 게임은 2011년 서비스 종료 후 이듬해 게임 개발사 '스튜디오 위켓'을 통해 재출시됐지만, 운영 실패로 또다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한 이용자가 서비스를 넘겨받아 2015년 해당 게임을 재출시했고,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 게임을 운영하는 메타게임즈 관계자는 "노바 1492를 즐겨 하던 한 청년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게임을 되살렸다"며 "이후 게임 운영권을 이곳에 넘겼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는 중세시대 기반의 전쟁 게임이다.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키며 인기를 얻었지만, 2001년 마지막 업데이트 이후로 수년간 방치됐다. 이후 타이완, 독일, 체코 등 여러 국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1년간 작업한 끝에 '잊혀진 제국'이라는 확장팩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용자들은 블로그에 "한 달간 2만명이 내려받을 수 있는 만큼 서버를 구축해 놓았더니, 출시 반나절 만에 서버가 동났다"고 회고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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