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버스 수요 예측해 노선 설계…빅데이터로 이동혁신"

입력 2022/04/27 04:03
대중교통 모빌리티 스타트업 브이유에스 황윤익 대표 인터뷰

대중교통 통합 솔루션 개발
버스노선 줄이는 지방에 도입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위해
예산규모 맞춰 노선 예측
유류비 절감 규모까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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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익 브이유에스 대표. [사진 제공 = 브이유에스]

서민들에게 이동은 여전히 고통이다.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부터 국내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이동의 혁신'을 외쳤지만, 이동의 고달픔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을 놓고 장애인과 서민들의 이동권이 팽팽하게 맞서는 비극이 일어난다. 택시는 여전히 잘 안 잡힌다. 정부와 기업이 수년간 공을 들인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이동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차가 더 많이 나오게 하겠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탄력요금제를 도입하지만, 지갑이 가벼워진 서민들의 삶에선 어쩐지 더 멀어진 것 같다. 서울이나 판교에선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운전한다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시범 운영되는데, 지방에선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곳이 허다하다.


사람들의 발을 편하게 해줄 혁신의 시대는 대체 언제쯤 올까.

일상에서 이동의 혁신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대중교통이 혁신의 중심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적자를 내고 있다. 노선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인구가 줄면서 버스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역도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걸어서 15분 이내에 시내버스·시외버스·기차 등 대중교통을 탈 수 없는 마을이 전국에 2224곳이다. 직전 통계인 2015년보다 1349곳이 증가했다. 황윤익 브이유에스(VUS) 대표는 "버스 운수사의 경영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시 단위에서 버스 보조금 비중이 예산의 3~7%로 솟으며 한계에 도달했고, 지방은 교통 약자들이 주로 타는 곳부터 노선 폐지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지자체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수단을 활용해 실시간 고객의 이동 수요에 반응하는 대중교통수단인 '수요응답형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이 대표적이다.


인천 영종도에 '아이모드(I-MOD)', 파주·세종시에 '셔클(Shucle)' 등 DRT 버스가 도입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전국 지자체들이 교통약자를 위해 도입한 '백원택시' 같은 복지정책도 DRT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백원택시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의 노인들을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읍내까지 택시비 100원에 데려다주고, 차액은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복지제도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들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 대표는 DRT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효율적인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1970년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나온 DRT의 25%는 2년 안에, 절반은 7년 안에 실패했다"며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비용이다. 진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서비스 유지나 성공이 힘들다"고 했다. DRT는 노선형인 일반 버스보다 고비용이라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모빌리티 혁신 현장의 한가운데 있었던 황 대표가 지난해 9월 대중교통 모빌리티 스타트업 브이유에스를 창업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황 대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택시, 쏘카에서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의 탄생에 기여했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에도 몸을 담았다. 황 대표는 "대중교통의 혁신이 바탕이 되지 않고선, 모든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이동의 혁신이 일어나긴 어렵다"며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중교통의 편의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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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유에스가 자사 솔루션 MRI로 도출한 경기도 K시 정류장 이동 분석 시뮬레이션. [사진 제공 = 브이유에스]

브이유에스는 대중교통의 기대 효과 예측부터 DRT 운영 시스템 설계, 실제 운영까지 지원하는 대중교통 전용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MRI(Mobility Replanning Image)'는 이동, 교통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버스 노선 설계부터 최적의 DRT 운영 방안까지 도출할 수 있다. 특정 예산규모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예측한다. 특정 지역의 시내버스 승하차 현황 같은 이동 데이터를 입력하면, 수요응답형 버스 도입 시 유류비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운영에 사용되는 승객·기사용 앱, 실시간 경로바꿈·콜센터 기능까지 지원하는 운수사용 관리 도구도 개발했다. 지자체와 버스 운수사는 시간별로 사람의 이동이 많은 곳을 파악해 버스 노선을 재정비하고, 사람의 이동이 적은 곳에 DRT를 도입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브이유에스의 대중교통 통합 솔루션은 이미 다수의 지자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황 대표는 "올해 상반기엔 적용지를 결정한 뒤 하반기에 복수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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