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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린 약 '슈퍼 박테리아'로 돌아온다

이상민 기자
입력 2022/04/27 04:05
항생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치료 불가 '항생제 내성균' 발생
꼭 필요할 때만 최소한 복용

약 올바르게 버리는게 중요해
하수구로 하천에 흘러가거나
쓰레기로 땅에 매립되는 경우
동식물 섭취통해 몸에도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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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강원도 원주시, 원주시약사회, 동아제약 등과 `슬기로운 폐의약품 버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항생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항생제는 세균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로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항생제에 노출되면 내성이 강한 '슈퍼 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가 생길 수 있다. 슈퍼 박테리아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 내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세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항생제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항생제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구조를 바꾸거나 효소를 만들어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항생제에 많이 노출될수록 내성이 생기고 쓸 수 있는 약들은 줄어들게 된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은 같은 병원을 사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항생제 내성이 인류가 당면한 공중보건 위기라고 선언하고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11월 18~24일)을 제정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면서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6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50년 항생제 내성으로 전 세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균은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원인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동윤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항생제는 세균 번식을 막거나 사멸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내성이 생기면 항생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며 "웬만한 항생제가 듣지 않아 세균이 몸에 남아 있으면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들에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슈퍼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꼭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항생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심코 버린 약이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가거나, 일반쓰레기와 함께 땅속에 매립되는 경우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동식물을 먹게 되면 우리 몸에도 결국 자연스럽게 항생제가 쌓인다.

항생제가 자연을 통해 자신의 몸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려면 약을 올바르게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약 버리는 방법을 몰라 쓰레기통이나 변기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약품을 쓰레기통·하구수·변기에 처리한 비율(55.2%)이 약국·보건소에 반환한 비율(8%)보다 7배나 많았다. 또 의약품 처리방법을 알고 있는 비율은 25.9%에 불과하고 국민 10명 중 7명(74.1%) 이상이 모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2차 국가 항생제내성관리대책을 수립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강원도 원주시, 원주시약사회, 동아제약 등과 '슬기로운 폐의약품 버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폐의약품 안심처리 사업을 추진해 폐의약품 수거함 200개를 강원도청, 원주시, 강원혁신 공공기관, 희망 공동주택 등에 배포했다. 장용명 심사평가원 개발상임이사는 "앞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폐의약품의 올바른 배출 및 수거·처리를 지속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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