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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실명제 도입하면 불법마취 근절된다

입력 2022/05/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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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리마취 행위를 막고 마취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설명의무법이 시행됐다. 이는 마취할 때 그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취를 시행하는 의사의 성명을 기록하고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환자에게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는 법이다. 마취는 사람의 생명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환자 안전을 위해서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는 마취를 시행하는 의사가 마취과 전문의인지 아닌지 자격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집도의가 수술과 동시에 마취를 시행하거나 불법으로 간호사에게 마취를 시행하도록 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도와주세요. 와이프가 셋째를 출산하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례에 올린 예에서 보듯이 간혹 노출되는 간호사 마취 피해자의 절규는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수술하는 집도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해도, 환자 안전을 위해 마취과 전문의가 별도로 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 투입되는 인력,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행위를 하면서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수가를 받기도 한다.

즉 환자 안전을 위해서 마취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의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한 투자 및 고용을 방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환자 안전을 위해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보험 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면허번호를 기입하는 마취실명제의 도입을 제안한다. 마취실명제는 완전히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미 모든 의료기관들은 법에 따라 마취 전 환자에게 서면 동의를 받고 마취 의사의 성명을 기록해야 한다. 그런데 진료 현장에서는 마취 의사의 전문의 자격을 알리지 않거나, 마취과 의사가 마취를 실시하지 않아도 마취과 의사가 마취를 실시한 것과 같은 동일한 마취료가 지급되고 있는 등의 허점이 발생되고 있다.

따라서 설명의무법의 마취환자 안전에 대한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마취실명제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마취실명제 실시에는 별도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미 지급되고 있는 마취료가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지급을 하자는 것이다. 마취실명제는 이미 미국, 일본, 독일에서 실시되고 있다.

[김재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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