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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처방·금연정책…담배 유해성 줄이기 나선 지구촌

유주연 기자
입력 2022/05/11 04:03
뉴질랜드, 2008년 이후 출생자
평생 담배 구입 금지 '초강수'

전자담배 위해 저감성에 주목
英, 의사처방 금연보조제 활용
美FDA "가열방식 유독성 적어"

중독성 아닌 유해성 초점맞춰
흡연자 대체제품 전환 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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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뉴질랜드 정부가 발표한 과감한 금연 정책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2008년 이후 출생자에게 '평생' 담배를 구매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2073년이 되면 65세 이하 모든 국민이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없게 된다. 성인을 위한 담배 판매를 허가받은 상점 수도 현재 8000개에서 500개 이하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아이샤 베랄 뉴질랜드 보건부 차관은 "다음 세대가 아예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젊은이들에게 담배 제품을 팔거나 공급하는 것을 불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판매는 예외로 뒀지만 전자담배 역시 만화나 장난감 등을 포장지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베랄 차관은 "전자담배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판매 규제는 이어 나가는 동시에 기존 성인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대안으로 바꾸고자 할 때 전자담배로 전환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뉴질랜드 헬스 서베이에 따르면 이 나라 흡연율은 2019~2020년 13.7%에서 2020~2021년 10.9%로 감소했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강력한 금연 정책에 나서고 있다. 태우는 담배의 독성이 인체에 유해한 만큼 금연 정책을 펼치는 한편 일반 담배보다 독성이 덜한 전자담배를 '금연 징검다리' 형태로 사용하도록 적극적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의 금연 정책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2018년 '담배 정책 방향성 및 규제(Smoke-free Environments Act 1990)' 개정안을 통해 금연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은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금연 대체재로 사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5년까지 성인 흡연율을 5%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 금연 정책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시 제니 살레사 뉴질랜드 보건부 차관은 "태우지 않는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훨씬 적은 대체재"라며 "뉴질랜드 흡연자들이 더 안전한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비흡연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태우는 담배의 유해성은 잘 알려져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은 질병과 죽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니코틴이 아닌 담배 연기 속의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 중 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태울 때 발생하는 6000여 종에 달하는 화학물질이다. 이 중 약 60개의 화학물질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추가로 40개의 물질이 잠재적으로 유해한 것으로 분류된다. 공중보건기관들은 태우는 담배 연기에 포함된 특정 화학물질을 폐암, 심장병, 폐기종 등의 흡연 관련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했다.

영국은 전자담배 전환을 통해 일반 담배 흡연율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영국은 일반 담배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일반 담배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는 것이다.


2016년 영국왕립의사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는 전자담배의 독성은 태우는 일반 담배 독성의 5%를 넘지 않는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은 흡연자에게 의사 처방을 통해 금연을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며, 전자담배 사용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상담을 제공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연간 최소 2만명이 전자담배를 통해 금연에 성공하거나 상당한 건강 혜택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흡연율은 2011년 19.8%에서 2019년 14.1%로 줄었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온 미국 정부는 2019년 5월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미국 판매를 인가했다. 2020년 7월에는 PMI의 가열식 담배 제품 '아이코스'에 대해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마케팅하는 것을 허가했다. 아이코스는 FDA가 2009년 담배 제품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게 된 이래 시판 자격을 받은 첫 궐련형 전자담배다. FDA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하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독성물질이 적었고, 독성물질 수치도 일반 담배보다 더 낮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일반 담배 판매가 2016년 대비 42%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니코틴 정책 전문가 100명이 성명서를 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위해 감소 정책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담배 규제책은 '위해 감소 정책'으로, 담배의 '중독성'이 아닌 '유해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연초담배 사용으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성인 흡연자가 유해물질이 적은 대체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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