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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범LG '반도체 삼국지' 열리나…LX, 매그나칩 인수 정조준 [MK위클리반도체]

입력 2022/05/21 11:01
수정 2022/05/22 06:15
LX 매그나칩 인수 나서
20년만에 반도체 복귀
美칩4동맹으로 시너지 기대
[MK위클리반도체] 삼성과 SK로 양분되던 국내 반도체 시장에 LX그룹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범LG가인 LX그룹의 참여로 삼성·SK와 함께 국가대표 대기업들의 반도체 삼강 체제가 펼쳐지게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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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나칩반도체 경북 구미 공장 전경

22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최근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손잡고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매그나칩은 요즘 몸값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반도체를 주로 만듭니다.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하기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됐고 이후 미국 씨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해 지금의 이름이 됐습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매그나칩은 본사와 생산시설 등이 국내에 있지만 주요 주주는 미국계 헤지펀드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약 14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들여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인수 작업이 무산됐습니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으로 합니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점유율 2위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LX그룹이 이번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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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이 같은 높은 매력도로 인해 매그나칩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LX뿐만이 아닙니다. LX그룹에 앞서 지난달 국내 토종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미국 센서 제조회사인 리틀휴즈 등도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KAIST 출신이 설립한 국내 사모펀드인 NVC파트너스도 매그나칩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LG그룹에서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한 LX그룹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고유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LX그룹 주력 계열사인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지난 3월 '한글라스'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을 592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또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국내 바이오매스(생물 연료) 발전소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대형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311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했습니다. 이제 LX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LG의 아픔이 담긴 반도체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LX홀딩스는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 LX하우시스(LG하우시스), LX세미콘(실리콘웍스), LX MMA(LG MMA), LX판토스(판토스) 등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갖고 있습니다. 그중 그룹 주력사인 시스템반도체 회사 LX세미콘은 국내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369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셈입니다.


LX세미콘은 올 1분기 영업이익도 127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5.9% 증가했습니다. LX세미콘의 이 같은 질주 덕분에 LX그룹의 몸집도 커졌습니다. LX그룹의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8조93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374억원으로 24%가량 증가해 재계 순위 40위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LG그룹은 외환위기 직후 빅딜 때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긴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두 회사가 합쳐진 것이 현재의 SK하이닉스이고, 매그나칩의 모태는 사실상 LG반도체입니다. 만약 LX그룹이 매그나칩을 최종 인수한다면 이 회사는 20여 년 만에 구 회장 품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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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반도체·자동차 업계 19개사 경영진을 상대로 백악관에서 진행한 반도체 영상 회의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LX의 이같은 반도체 진입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일명 반도체 칩4 동맹으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핵심은 중국을 제외한 한국·일본·호주 등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입니다. 특히 무게중심은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쏠려 있습니다. 오는 24일 IPEF 출범 이후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칩(Chip)4 동맹' 구축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 정부에 개별적으로 '칩4 동맹' 결성을 제안했습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방국 간 반도체 동맹 강화로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사슬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국가·기업끼리 더 촘촘한 공급망을 만들고, 상호 협력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입니다. 다만 중국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때처럼 자칫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제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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