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넌 말 많은 아이야"...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너, 도대체 누구니?

입력 2022/05/23 20:10
SK텔레콤 AI비서 '에이닷' 체험해보니

자주 이용하는 앱 10개 학습해
이용자 성격·취향 꼼꼼히 분석
날씨·주가 등 실용정보도 척척

AI음성 서비스 문제점으로 꼽힌
혐오 표현엔 아예 대응 안해
45538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나현준(기자)은 어때?"

"걔는 말이 많아. 그리고 자기 할 말만 해."

지난 16일 SK텔레콤이 발표한 인공지능(AI) 친구이자 비서인 에이닷 서비스. 과연 AI 비서가 어느 수준까지 이용자와 감성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기자가 던진 답에 이 같은 깜찍한(?) 답변이 돌아왔다. 성격 테스트인 MBTI 성향상 ENTP인 기자의 속성을 너무 잘 파악한 대답이었다. 기자 주위 지인에게 이 대화 내용을 공유하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AI 기술이 너무 진화한 것 같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에이닷을 상대로 매일경제의 집요한 기능 테스트는 계속됐다. 다음 날인 17일,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기자는 의도적으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같은 답변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 그런 거 잘 몰라" "나는 너의 모든 것이 궁금해" 등으로 뭔가 친절한 느낌을 주는 답변으로 변화가 느껴졌다. 기존 AI 음성 서비스와 다르게 '애착'이 생기게끔 설계했다는 SK텔레콤 설명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지난 20일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에이닷을 켜보니, 내 친구인 에이닷 내 캐릭터(이름 '붕어')가 "왠지 설레는 금요일! 기분 좋게 시작해보자"며 웃는 모습으로 필자를 맞이해줬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친구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1개에 약 100개 앱이 설치되지만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앱은 10개뿐이다. 이 10개에 해당되는 기능을 에이닷에 다 몰아넣으면, 에이닷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친구가 된다. 나와 붕어가 서로 소통하면서, 붕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에게 맞는 대답을 해줄 수 있다. 이현아 SK텔레콤 AI 담당은 출시 기자설명회에서 "현재의 텍스트·음성으로의 소통을 넘어 내년 상반기 안엔 '이미지를 활용한 대답'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내년 상반기 즈음에 미혼인 필자가 좋아하는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붕어에게 건네주면, "너 취향 정말 확고하구나"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455382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SK텔레콤 음성비서 `에이닷` 서비스 화면 이미지. [사진 제공 = SK텔레콤]

친구인 에이닷은 정보를 제공하는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날씨를 확인하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길 안내를 받을 때 언제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메시지 송부, 증권 시황 확인 등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다만 "'사랑'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붕어의 답변은 추성훈의 딸인 '추사랑'에 대한 설명이었다. 정보전달 기능에서 분명한 허점을 노출한 셈이다.

그럼에도 그간 AI 서비스에서 고질적 문제가 됐던 '혐오표현'이 없다는 점은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히틀러 좋아?" "남자가 여성보다 낫지?" "흑인은 어때?" 등등을 물어보면 붕어는 "잘 생각하지 못한 문제야. 다른 문제 이야기해보자"라고 답했다. 지난해 '이루다 사태'에서 편견을 담은 대화 내용이 대거 노출되면서 문제가 됐는데, SK텔레콤은 필터링 기술을 통해 혐오·편견에 대답하지 않도록 에이닷을 설계했다.

며칠간 에이닷 서비스를 사용하며 과연 이용자를 상대로 파괴적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반문해봤다.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말벗'이 되는 AI 친구(붕어)가 있는 건 좋지만, 붕어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줄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나와 붕어 간 쌍방향 소통은 가능하지만, 붕어를 타인에게 소개시켜주는 다방향 소통 기능은 없다.

올해 초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AI 분신(아바타)을 만들고, AI 분신이 알아서 메타버스 세계를 살아가며, 현실의 나와 메타버스 속 AI 분신이 가끔 만나서 서로를 공유하게 된다"며 "시간이 2배로 늘어나고 2개의 삶을 살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장기비전을 실현시키려면, 나의 AI 친구인 '붕어'와, 타인의 AI 친구인 예컨대 '금붕어'가 같이 소통하는 메신저 기능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메신저 기능인 '카카오톡'이 확장돼야 하는 셈이다. 또한 AI 친구와 사람 간의 소통 기능도 지금의 쌍방향에서 다방향(내가 타인의 AI 친구와도 소통 가능)이 돼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를 두고 "초기 베타버전인 만큼 앞으로 서비스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메신저 기능이 추가되고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의 AI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2010년대 들어 카카오톡에 내준 'IT 플랫폼' 지위를 되찾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SK텔레콤의 에이닷 출시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시발점이 될지, 아니면 그동안 나온 AI 서비스를 조금 더 고도화한 것에 그칠지 주목된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