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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플랫폼 규제보다는 자율로…과기부 전기통신법 손본다

입력 2022/06/20 17:35
수정 2022/06/20 20:15
규제부서 공정위·방통위 대신
진흥기관인 과기부로 낙점

플랫폼 자율규제 본격 추진
기구 만들고 가이드라인 제정
공정위 CP 등으로 측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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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민관 협력 디지털 인재 양성 선포식`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과기정통부]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소관부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낙점됐다. 규제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플랫폼 진흥기관인 과기정통부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이번 윤석열정부에서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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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정과제에 포함된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안이 과기정통부 소관 전기통신사업법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명칭을 디지털서비스법으로 변경하며 플랫폼 자율규제 안을 해당 법에 담는 것으로 거의 조율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때는 신규 법안을 제정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갑질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법안을 통한 규제가 플랫폼 업계 전체의 사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자율규제'를 하기로 지난 5월 국정과제에 명기했는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플랫폼 자율규제 안은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한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고, 거래관계 투명성 강화, 이용자 편익 증진, 데이터 접근성 제고와 같은 내용을 담아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인 3개 단체(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가 모여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의료광고 자율심의가 대표적인 롤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는 자율심의를 활성화하고자 CP(Compliance Program·자율준수 프로그램)와 비슷한 제도를 플랫폼 사업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CP를 A등급 이상 받으면 공정위 직권조사가 최대 2년간 면제되는 식의 혜택이 있다. 입점 업체에 갑질을 하지 않고 자율규제를 잘 준수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다.


플랫폼 규제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 메인 화면에 상품이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입점 업체 매출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자, 이들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제품을 일부러 메인 화면에 걸거나 혹은 알고리즘을 조작해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됐다. 공정위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대표적인 규제 법안이다. 온플법은 검색·배열 순위를 조작·변경해 입점 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갑질 사전 방지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정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온플법에 명기한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서면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이다. 공정위는 아니라고 했지만 플랫폼 업계는 "사실상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플랫폼 자율규제가 국정과제로 명기되자 공정위의 온플법, 그리고 비슷한 취지로 준비 중이었던 방통위의 이용자보호법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에 더해 플랫폼 자율규제 안이 과기정통부 소관(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넘어가면서 '규제'보다 '진흥'에 더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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