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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내성 폐암환자에 효과"…4세대 표적항암제 관심집중

한재범 기자
입력 2022/08/11 17:54
수정 2022/08/12 08:58
국제무대서 존재감 커진 K제약

폐암 원인 돌연변이만 공격

브릿지바이오 임상 1상 발표
세계 최초 개발 기대감 높여

유한양행은 31호 국산 신약
癌진행멈춤기간 약 6개월 늘려
◆ 세계폐암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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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전시회장 `메세 빈`에서 `EGFR 표적항암제의 내성 극복`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세계폐암학회]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고 있는 세계폐암학회는 각기 다른 국가명이 새겨진 명패를 목에 건 연구자들과 제약 업계 관계자들로 연일 북적였다. 슈베르트 등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이름을 딴 콘퍼런스룸들은 폐암 권위자의 발표를 들으려는 청중으로 자리가 가득 채워졌다. QR코드를 통해 수시로 현장 질의를 하거나 마이크를 잡고 직접 질문을 던지며 연사들과 교류를 이어갔다. 전시장에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MSD,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수십 개 해외 제약사 부스가 즐비했고, 반대편에는 오프라인 포스터 진열대 20개와 디지털 포스터 열람기 7대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조기 진단 외에 이번 학회에서 중요한 화두는 환자에게 희망이 될 혁신적인 항암제 개발 성과다.


특히 반응이 뜨거웠던 항암제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표적항암제'였다. EGFR는 우리 몸에서 세포를 성장시키는 데 관여하는 수용체로, 여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암을 유발한다. EGFR 표적항암제는 바로 이 EGFR 돌연변이만을 표적으로 삼아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의 폐암 치료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 폐암 환자 중 약 40%는 EGFR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 돼 폐암에 걸린다. 우리나라 환자 다수가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이 치료제의 개발 진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GFR 표적항암제와 관련된 발표로 큰 관심을 받은 곳 역시 국내 기업들이었다. 실제로 유한양행이 발표한 '렉라자 단독 1차 치료요법' 포스터 앞에는 행사 기간 내내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제이인츠바이오가 참가한 'EGFR 항암제의 내성 극복' 세션은 학회 기간 중 가장 큰 콘퍼런스룸에서 진행됐는데, 청중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한양행은 이번 학회에서 31호 국산 신약인 표적항암제 '렉라자'의 단독 1차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선보였다. 기존의 2차 치료제를 넘어 수요가 더 많은 1차 치료제 시장 진입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렉라자 단독 1차 치료요법 임상 1·2상 결과에 따르면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 43명에게 1차 치료제로 렉라자를 투여한 결과, 무진행 생존 기간(암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은 채 생존해 있는 기간) 중앙값이 24.6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의 18.9개월보다 5.7개월 더 긴 수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더 큰 시장인 1차 치료제에 도전할 기반을 갖췄다"며 "1·2상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단독 요법 글로벌 3상을 성공시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독일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타그리소 외에 또 다른 3세대 표적항암제를 승인받으면 전 세계 폐암 환자의 선택지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자사의 4세대 EGFR 표적항암제 BBT-176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이번 학회에서 최초로 발표했다. 4세대 표적항암제는 타그리소·렉라자 등 3세대 표적항암제를 투여한 후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한 환자를 위해 개발된 약으로, 전 세계에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없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표적치료제 분야 권위자인 파시 야니 하버드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 발표는 BBT-176의 약물 효력과 관련된 긍정적인 분자유전학적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호평했다.

국내 기업의 연구 성과는 EGFR 표적항암제를 넘어 세포 치료제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 엔케이맥스가 발표한 이 회사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SNK01'과 미국 머크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4기 환자 대상 병용 임상을 진행한 결과, SNK01과 키트루다 병용 투여군의 2년간 전체 생존율(OS)이 58.3%로, 대조군인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의 16.7%를 훌쩍 넘었다.

[빈(오스트리아)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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