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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박6일 美견학 쏜다"…포스텍, 학생 250명 데리고 CES 관람

입력 2022/08/18 17:51
수정 2022/08/18 23:19
2020년 입학한 총 250명 대상
항공비 등 인당 320만원 지원
특정 학번 최초로 전원 참여
"제약 많던 학생에 기회 제공"

전자·기계 등 관심 분야 경험
귀국 후엔 창업도 도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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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포항공대)이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재학생 250명 전원을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가전·정보기술박람회(CES)에 파견한다. 항공비와 숙박비, CES 참가비와 현지 체류비는 모두 학교가 부담한다. 일부 학생들이 CES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학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특정 학번 학생 전원을 라스베이거스로 데리고 가는 사례는 포스텍이 처음이다.

포스텍은 이 같은 내용을 최근 학내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CES 2023에 참여 가능한 학생은 올해 2학기 기준 재학생 신분인 20학번이며, 파견 기간은 내년 1월 3~8일 총 6일간이다. 지원 금액은 항공료와 식비, 체재비, 여행자보험, 비자발급비 등을 포함해 인당 약 320만원이다.


포스텍은 안내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입학 당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대학 생활과 이벤트를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 20학번 재학생들에게 CES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치열하게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한 후 해외여행도, 해외 자매대학 연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대학 생활을 마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CES를 통해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고 대학 생활에서의 추억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총장은 "CES 행사일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행사 참가와는 별개로 학생들과 자연을 누비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규 포스텍 기획처장은 "지난해 매일경제와 함께 CES에 참가했을 당시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창업이라는 또 다른 진로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학생들과 함께 CES에 와보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은 지난해 매일경제와 CES 공동연구·취재단을 구성해 CES 현장을 함께 취재하고 연구했다.

김 총장은 "CES는 바이오와 전자, 기계 등 본인의 전공이나 관심에 따라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분야를 찾아다니면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며 "특히 벤처관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키우고 있는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CES 참가를 통해 벤처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학생들에 대해선 귀국 후 학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창업을 도울 예정이다.

CES에 파견된 포스텍 학생들은 전시관을 자유롭게 관람한 후 귀국해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한다. CES 참가 기간 내에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2~3명씩 조를 이뤄 미션을 수행하게끔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김 처장은 "미션은 마치 수업 과제와 같은 느낌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CES를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구상 중"이라며 "일례로 현지에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유로운 주제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게 하고 조회 수가 많은 친구들에 상품을 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지원 금액과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수·실무진에게 소요되는 비용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포스텍 측은 이 비용을 삼정강업 창업자인 고(故) 이종열 회장의 유산으로 조성된 국제화기금을 활용해 충당하기로 했다. 남고(楠皐) 이종열 회장 유족은 1999년 고인의 유지에 따라 주식과 현금을 포스텍에 기부했으며 이 기금은 학생들의 해외 연수와 국제화 관련 교육에 지원되고 있다.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해외 경험을 쌓으라고 주셨던 기부금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간 활용하지 못했다"며 "여기에다 이곳저곳에서 절약한 돈을 더 보태 학생들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학번만 참여 대상으로 한정해 타 학번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총장은 "21학번 이후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오프캠퍼스 학기에 참여 가능한 기회가 있으니 차별 문제 등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포스텍은 이르면 내년부터 모든 학부생이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학교 캠퍼스를 떠나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오프캠퍼스 학기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은 휴학할 필요 없이 해당 학기의 모든 학점을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이수하고 학교는 왕복 항공권과 해외 체류비를 지원한다. 일례로 A과 오프캠퍼스 학기가 3학년 2학기로 확정된다면 해당 학기를 이수하는 A과 모든 학생이 오프캠퍼스 활동 대상이 된다. 국가와 활동에 대한 제약은 전혀 없다. 어학연수나 여행, 자원봉사 등 어떤 활동을 해도 무방하며 틈틈이 온라인 수업만 이수하면 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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