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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핫이슈] 지역화폐 논란에 숨겨진 칼

장종회 논설위원
입력 2020.09.22 10:16   수정 2020.09.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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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정책으로 각인효과
공개토론은 '양날의 검' 가능성
정치이슈화로 李지지도 뛰거나
국책硏 보고서 타당할 땐 타격
때아닌 지역화폐 논쟁이 뜨겁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 정책효과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를 내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얼빠진 연구'라며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여야 공방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때문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박수영·윤희숙 의원 등 초선 경제.정책 전문가그룹에서 "희대의 포퓰리스트" "분서갱유 우려" "식견이 얕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비판하자 이 지사는 다시 "공개토론을 벌이자"면서 맞불을 놨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희대의 포퓰리스크는 자기 마음에 안들면 학자건 언론이건 다 때려잡으려고 한다"며 이 지사를 꼬집는 글을 올렸다.


윤 의원도 19일에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자체장이 보고서를 쓴 전문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면서 지역화폐 효과 여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공격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옹호한 데 이어 정청래·우원식 의원 등도 이 지사 엄호에 나서 이제는 여·야 의원 상당수가 가세한 논란으로 커졌다. 논란의 발단이 된 조세연 측이 이 지사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물론 한국은행과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지역화폐의 역효과'를 진단해 점차 지역·국가 연구기관 사이의 대립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어찌됐든 이 지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도하면서도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화폐를 논쟁적 이슈로 부상시키며 여론의 주목을 받도록 해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한 듯하다.


이 참에 이 지사와 여당 의원들 주장대로 양측이 진지하게 공개토론을 벌여보면 어떨까. 토론에는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경기연구원·지방행정연구원·조제재정연구원·한국은행·국회 예산정책처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제대로 짚어야 한다. 지역화폐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계측 가능한 범위에서 결과를 공개하고, 우려되는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서 지역화폐를 이대로 계속 확대해갈 것인지, 적정 수준은 어디쯤인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게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미 지역화폐는 229개 지자체가 발행하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역내에서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받치는 역할도 하는데다 지역민들도 할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은 가운데도 충주시가 '10% 할인 판매'하는 충주사랑상품권 360억원 어치 추가 발행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이어지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내 소상공인들을 돕는다는 게 목표다.


그런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또 이런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지역화폐가 남발되면 지역간 경제력 격차에 따라 바라는 효과는 줄어들고 오히려 타지역민들의 소비유입이 줄어들면서 지역격차를 키울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앙 화폐의 기능에 노이즈를 일으키고 통화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종적인 판단의 몫은 국민들에게 달려 있겠지만 지역 기반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대권에 뜻을 둔 지도자라면 토론 과정에서 그릇의 크기가 드러날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 지사 띄우기에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정책 부작용이 더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대의로 삼아 논쟁 과정에서 이 지사의 포퓰리스트적 실체를 드러내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먼저 공개토론을 제안한 이 지사 측이야 방어에 성공한다면 대권 주자로서 또 한번 평가를 받는 계기일 테니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사가 애초에 '얼빠진 연구'라고 비난했던 만큼 조세연 보고서에 흠결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을 때엔 유력 대선 후보감으로서 경솔한 언행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영향력 높은 지도자이면서도 비판과 이견을 용납하지 않고 나홀로 옳다는 식의 독선적 행보을 한 데 대해 적절한 해명이나 사과가 없다면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 논쟁 건 외에도 임대료 낮추기, 기본 대출권 등 다양한 '이재명표 정책 '을 내놓으며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참신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다만 그런 정책 대안들이 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부작용이 더 크지나 않을지 등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 인기영합적으로 제기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만큼 명확한 근거와 실행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야 한다. 여론의 향배는 참신성과 선명성에 실행 가능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돼 갈라질 것이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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